<성명서:
가정폭력 피해 자국 출신 이주여성을 보호하다 살해당한
몽골 이주여성 강체책 씨 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
몽골 이주여성 강체첵 씨가 가정폭력 피해자인 자국출신 이주여성을 보호하려다 폭력가해자에게 살해당했다. 한국땅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던 강체첵씨는 고향에서 한국으로 결혼하여 이주 해 온 또 다른 몽골여성을 그 남편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다가 처참한 죽음을 당하였다. 탓티황옥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발생한 이번 사건 앞에서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살해된 강체첵(26세)씨는 몽골에서 지난 2009년 3월, 전라도 나주로 왔고 현재 남편과의 사이에 4개월 된 아이를 기르고 있는 평범한 결혼이주여성이었다. 그녀가 알고 지내던 여성 중에 에렌이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 역시 몽골에서 전라도 영암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었다. 체첵은 에렌이 남편으로부터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를 자신의 집에서 며칠간 보호해주었다. 이를 알고 이미 술에 취해 체첵을 찾아 온 에렌의 남편인 한국인 양수영씨는 체첵에게 에렌을 내놓으라며 협박하였다. 체첵은 에렌의 남편에게 맑은 정신으로 다음에 다시 오라고 이야기하였으나 이를 듣던 양수영씨는 이미 가지고 온 과도로 체첵을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우리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가눌 수 없는 슬픔과 비통한 마음으로 몇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몇 가지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 사건은 수차례 지적하고 경고하였듯이 가정폭력의 문제가 더 이상 일개인, 일가족의 문제일 수 없음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술에 취한 상태라는 것이 면죄부가 되기 일쑤인 한국사회에서 술에 취한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은 단지 그 아내나 가족 구성원에 대한 위협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남편의 폭력을 피해 몸을 숨긴 여성을 보호한 또 다른 여성에 대한 위협과 가해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로 나타나는가를 이번 사건은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돕고자 하는 이들에게 엄청난 심리적 위압감을 줄 뿐 아니라, 많은 폭력 피해 이주여성을 상담하고 보호하는 단체 및 기관에 대한 위협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장에서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보호하며 그 가족을 만나는 현장 실무자들의 경우, 남편이나 그 가족으로부터 심리적 위협을 느끼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둘째, 가정폭력의 문제를 개인 가족사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국가 공권력의 인식 문제이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체첵이 살해되기 이전, 경찰은 가해자 양수영씨의 부부를 만났으나 부부의 문제니 알아서 하라고만 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에렌씨를 폭력피해 이주여성으로 인지하고 공식적으로 쉼터 등의 보호기관에서 이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체첵씨의 억울하고 어이없는 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출동한 경찰이 폭력 상황을 인지하고서도 부부의 문제로 치부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이주여성들은 경찰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는 결국 약자와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 공공권력이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셋째, 역시 결혼을 주선한 중개업체의 관행에 대한 문제이다. 중개업체는 결혼 전 에렌씨에게 남편 양수영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하고서 모든 결혼 절차가 끝나고 에렌이 한국에 입국하기 하루 전날에야 남편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다고 얘기해주었다고 한다. 또한 계약서에는 두 사람이 이혼시 여성이 남편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무직자에, 심각한 알코올릭 증세를 보이며 술에 취하면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그러한 남편으로부터 전혀 자신을 지켜주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철저히 자신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구박하는 시집 식구들 사이에서 에렌씨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혼 과정에서 2,000만원이라는 거액이 소요된다고 한다면 그마저도 선택이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또다시 반복된 중개업체의 불법적인 관행의 문제로 남편에 대한 거짓정보 제공 및 여성에 대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계약서를 작성, 여성에게 심리적 족쇄를 채움으로써 어떻게든 한국에 붙잡아두고자 하는 여성에 대한 무형적 폭력이며, 결국 인신매매적 성격을 띄고 있다라고 규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끊이지 않고 가정폭력의 문제로 인하여 사람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지금의 한국사회는 과연 이주여성에게 나아가서 여성에게 안전하고 살 만한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건강한 가족, 안전한 사회 또는 어울림이 있는 다문화 사회를 이야기한다 하여도, 어딘가에서 남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한 채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또는 가족 누군가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는 여성들이 존재하는 한 이 사회는 결코 안전하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폭력과 두려움의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이 또 한번, 우발적으로 술에 취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살해한 사건으로 묻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한편,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문제 나아가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개선과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사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희망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첫째,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보호하려다가 자신의 생명을 빼앗긴 체첵씨에 대해 정부에서는 의사자 대우 혹은 이에 준하는 적절한 대우를 함으로써, 체첵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둘째, 체첵씨의 경우와 같은 사건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바,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을 돌보는 개인이나 단체가 폭력 가해자들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는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
-셋째, 체첵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은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다. 정부는 이주여성이 더 이상 가정폭력으로 피해 당하지 않도록 함은 물론, 또한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가정폭력 예방교육 및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및 지도, 감독을 강화함으로써 가정폭력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인식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더욱 엄정한 법집행 및 이에 따른 시민의식 개선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혼인을 파하면 2,000만원을 배상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를 하고 결혼을 알선한 중개업체는 명백히 인신매매성 결혼을 주선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고, 이는 결국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인신매매성 결혼을 중개하고 있는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본부/
전남 이주여성인권센터/ 부산 이주여성인권센터/ 전북 이주여성인권센터/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충북 이주여성인권센터
몽골이주여성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