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공동체성 상실 침해 벗어나기
                                          한국염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 치매의 가능성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글자가 쓰여 있는 색깔은 관계없이 그 바탕색을 읽어내는 프로그램이었다. 분명 진행자는 글자색깔이 아니라 바탕 색깔을 맞추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글자 색깔에 집착해서 많이 틀렸고, 나이 든 사람들이 더 잘 틀렸다. 바탕 색 보다는 글자 색이 더 중요하다는 고정관념, 편견이 무의식 깊숙이 박힌 탓이었을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잠재된 편견과 고정과념, 집착의 무서운 힘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직접적으로 편견이나 집착이 강한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린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편견과 집착, 또는 고정관념이 치매로 인도하는 문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 듯하다.
  편견의 폐해는 그것이 차별과 배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갖고 있는 가장 강한 편견과 배타는 단일민족이라는 허구 이데올로기에 의한 외국인혐오증이라고 보는데, 우리의 외국인혐오증은 한 발 더 나아가 계급차별적 인종차별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외국인이라도 일세계에서 온 외국인은 존중의 대상이고, 제삼세계에서 온 인종은 무시를 당한다. 문화를 판가름하는 잣대도 문화의 질이 아니라 그 나라의 경제수준이다. 그러다보니 같은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신부라 하더라도 대접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본여성과 결혼한 한국남성들은 그 여성들의 의견이나 생활태도를 존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같은 아시아라도 우리보다 가나한 나라의 여성들은 무시를 당한다. 이런 차별은 비단 결혼하는 당사자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에 우리 센터에서 국제결혼 부부 캠프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한 남편이 당한 서러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시장이나 어떤 모임에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자신에게 존댓말을 하다가도 자신이 베트남 여성과 국제결혼 했다고 이야기 하면 당장에 말을 놓는다는 것이다. “넌 아시아에서 온 여자와 국제결혼을 했으니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라는 편견 탓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온 여성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 여성과 결혼한 사람까지 계급화 하여 차별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한국사회는 차별이라는 면에서는 이미 치매증상을 보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을 차별하는 자신들의 행태는 잊어버리고 미국이나 일본에서 우리 교포를 차별하는 소리가 들리면 민족적 감정을 내세워 ‘인종차별’이라고 욕을 하고 분개를 한다. 우리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평등이라는 잣대를 적용하면서 우리 안에서는 차별을 당연시한다. 그로 인해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유엔 인권선언 제1조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 2조에서는 사상이나 인종이나 성이나 계급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이런 차별을 하고 있음을 드러내주고 있다. 이 인권선언 2조를 요약하여 인종차별, 계급차별, 성차별을 3대 차별로 정리하고 있는데 우리사회가 진정 지구촌 시대에 걸맞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람 그대로 존중하지 않고 인종과 계급, 성으로 평가하는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우리 사회는 글로벌 시대의 부적응자로서 ’공존과 공동체성 상실‘이라는 치매와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7월 14일자 국민일보 지혜의 아침 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