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리리리리리~~~~”
8시도 되지 않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아침부터 누구지? 하면서 받았던 핸드폰 저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 선생님…….나 닛이요..”
정말 오랜만의 통화였다. 라미다씨가 떠난다고 만났던 마지막 만남 이후 연락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나 닛이요…보고 싶어요….”
” 어..닛씨? 정말 오랜만이예요. 무슨 일 있어요? “
” 음….음………………….보고 싶어요. “
” 닛씨? 음…나도 보고 싶어요. 일요일 시간 되요? “
” 음……..음…….지얍~~#$%#^#&%&$& (너가 한번 받아봐..라는 듯) ”
” 할로~ 선생니….나 지얍… 보고 싶어요…~”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닛씨가 지얍씨를 불렀다.
그러나 지얍씨 역시 한국말을 거의 모르는 상태인데…불러서 뭐하려나..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답답한 나..그리고 그녀들…
난 보고 싶다는 그녀들의 말에 어떻게든 약속을 한번 잡아 보려고 했지만..
일요일 이라는 단어, 공장이라는 말만 하는 그녀들의 말을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었고,
그녀들 역시 내가 아무리 시간이 언제 되냐고 묻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아…그리운 라미다씨… 지금까진 라미다씨 덕분에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내고, 약속도 잡고, 놀러도 다니고 그랬는데…라미다씨가 돌아간 이후로 의사소통이 되질 않으니 공부는 둘째치고 한번 만나는 것도 쉽질 않다.
일을 안 한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한다는 것 같기도 하고..
이사를 했다는 건지..아니라는 건지..뭐라고들 열심히 말씀을 하시는데 도대체 모르겠다. 이를 어쩌나…
그녀들도 답답한지 “ 선생님..보고 싶어요..사랑해요…끊어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라미다 씨는 한국 경찰의 불심검문이 무섭다며 4월말에 귀국하셨다. 떠나기 전 제대로 된 쇼핑을 한번 하고 싶다는 말에 삼성동 코엑스에서 다함께 만나기로 했다.
매번 늦던 그대로 그날 역시 한 시간 정도 늦게 나온 우리 아줌마들…덕분에 난 한 시간 동안 삼성역의 젊음을 느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단 코엑스몰 샾들에 대한 아줌마들의 전반적인 평은 “비싸다” 였다 . 이제 동대문 남대문은 그만가고 싶다고 해서 이쪽으로 오늘 코스를 정했는데, 길 처음부터 메가박스까지 대충 아이쇼핑 정도로 만족해야 했고, 할인품목이 있을 때만 슬쩍슬쩍 보시고들 했다. 나한테 옷을 사준다고 자기들끼리 어깨길이를 뺨으로 재고하느라 난리들을 쳤지만 내가 멀찌감치 도망쳐 나와서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아줌마들이 나이를 어디로 드셨는지 하는 일마다 어찌나 귀여우신지…
두 시간쯤 걷다가 모두들 지쳐서 얼른 저녁 먹으로 갔다. 피자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닛씨를 위해 저녁은 씨푸드포테토 골드 피자로 내가 쏘고, 샐러드 까지 먹은 우리는 터질 것 같은 배를 잡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연결통로에서 서로 엉켜있는 커플을 보고 라미다 씨가 하시는 말…
” 한국 지하철…사랑해 많아요. 태국.. 사람 많은데서 사랑해 못해요..” … ㅋ ㅋ ㅋ 그러곤 힐끔힐끔 그들을 보면서 자기들이 오히려 그 커플 대신 민망해 하시는 거다.
전철을 타서도 라미다씨는 태국에 돌아가면 선물 보내준다고 뭐 하고 싶냐고 자꾸 물어보신다.
” 한국 옷 매일 바껴요. 태국도 빨리 바껴요. 그런데 미국사람….옷 다 입어요. 아무거나 오케오케…릴렉스 해요.” 이렇게 말씀하시면 진짜 한참 나 나름대로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해본 즉, 유행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한국이나 태국 옷들은 유행을 잘 타서 자주 바뀌지만, 미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여튼 뭔가 옷 종류를 보내주신다는 것 같은데, 여기서 입을 수 있는 옷이려나…걱정이 좀 되긴 한다.
피곤하고, 배부르고 따뜻하니 잠이 밀려와서 잠깐 졸고 있었는데, 뺨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앗…어느새 성수역 ..라미다씨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내 뺨에 살짝 뽀뽀를 해주시면서 안아주시고 계신거다. 고맙다고 잘 가라고 꼭 연락하겠다고….그리고 닛씨는 내손에 뭔가 쥐어줬는데, 자기 사진을 오려서 뒤에 싸인한 다음 코팅을 한 것이였다.
앗앗앗……이럼 안되는데…난 자다가 깨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가운데 그녀들과 이별을 했다. 아휴…이노무 잠….아…허무한 이별… 성수를 지나고 뚝섬을 지나고 한양대 역쯤 와서냐 난 정신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주소와, 이메일 주소를 써주기는 했는데, 과연 우리가 어떤 나라 말로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을지….내가 이담에 신혼여행은 꼭 태국으로 갈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리라고 했는데 언제가 될지 모를 그 때까지 과연 우리가 연락을 하고 있을런지…라미다씨~ 꼭 연락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