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만찬
한국어교육을 하면서 이주여성집에 방문하게 되면 가서 그들과 만나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것도 즐겁지만 우연치 않게 음식 먹게 되는 것도 큰 기쁨이다. 크하하하~~^0^
먹으면서 친해진다고들 하니… ㅋㅋ
지난 주말 태국출신 이주여성의 집에 방문했다.
본래 이분은 공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받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주말과 휴일 가릴 것 없이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공장에서 수업하는 것도 주위에서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작업장에 와서 한쪽에서는 일하는데 다른 한편에서 공부를 한다는 게 공장 측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도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나 보다.
주말에도 늦게까지 일하고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몰랐던 한국말, 궁금했던 말들을 물어보고 하나하나씩 알아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즐거워 보였는데…더불어 나도 즐거웠구…
7시 반 넘어서 그녀를 만났다.
저녁시간이라 배가 고팠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시간에 공부를 했다.
공장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의 남자친구는 한국말을 더 못하는지라 같이 공부하자고 했는데 그냥 웃기만 하구 조용히 나갔다. 원래는 야근을 주로 하는데 이날은 그냥 일반근무를 했다고 한다.
공부를 하던 중…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한 그녀의 배에선 수업시간 중에 몇 번 이고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러던 와중에 바깥에서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생선을 굽고 있어서 마치 빨리 수업을 끝내라고 재촉하는 듯 했다. ^^;;
수업이 끝나고 그녀는 한사코 밥을 먹고 가라 해서 즐거운 맘으로 밥을 기다렸다. ㅎㅎ
옆에서 만드는 것도 구경하고 만드는 법도 듣고
그리고…
도울 것 있음 돕고 싶었지만…
코코넛 밀크 개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
그녀는 냄비를 기름에 달달 볶은 다음 그린커리를 넣고 돼지 살코기를 넣었다.
그리고 동글동글한 야채도 넣구.(태국 야채 같다). 설탕과 조미료 등등이 들어갔다. 내가 갠 코코넛 밀크도 넣고… ^^
수업 중에 그녀의 남자친구가 구운 생선의 소스도 만들었다. 식초를 넣구 기름을 넣구 설탕을 밥숫가락으로 넣구 소금도 그렇게… 고추도 넣구. 새콤 달콤 매콤한 맛이 한데 섞였다.
그린커리와 코코넛 밀크, 돼지고기로 만든 낑끼요완카이로 추정되는 음식은 아주 맛있었다. 코코넛밀크의 부드러운 맛과 그리고 새콤달콤 하면서 은근히 얼큰함도 갖추었다 ㅎㅎ
공부하던 책상은 어느덧 식탁으로 바뀌고 생선, 낑끼요완카이와 밥, 그리고 반주로 삼을 산사춘과 참이슬 등이 차려졌다. 그녀와 나는 산사춘을, 글구 그녀의 남자친구는 참이슬로 건배를 했다.
혹시나 내 입맛에 맞지 않음 어떻게 하나 하는 배려와 엄마처럼 생선을 밥 숫가락 위에 얹어주는 따듯한 마음씨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식사와 술한잔과 즐거운 대화를 나눈 뒤 집에 갈 땐 우리 엄마 드시라고 감자과자와 고구마 과자를 챙겨줬다.
뭐 집에 가서는 내가 먹었지만서리… -.-
시간이 후딱 지나가 한밤중이 됐다.
모처럼 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한 게 아닌지 좀 미안스러웠다. 남자친구가 주로 야근을 하기 때문에 별로 볼 시간도 없다는데(낮과 밤이 바뀌어서)
집으로 가는 지하철까지 그들은 배웅을 나와 주었다. 잘 가라고 인사를 한 뒤 역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때 뒤통수가 좀 따가워 뒤를 돌아보니 내가 가는 걸 끝까지 지켜볼 양 그들은 나를 배웅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그녀만 만났는데 역시나… 꾸준한 배웅 ^^;;)
동남아시아 쪽 몇몇 나라에 갔었을 때 그곳 현지인들과 악수를 나눌 때 그들은 악수를 한 뒤 손을 가슴에 대셨다.
인사를 나눈 뒤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가슴에 손을 대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나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기라도 하는 듯…
이들의 배웅을 받을 때 그때 느꼈던 깊이가 다시 느껴졌다.
하지만 그들의 깊은 마음을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잘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오직 체류기간이 얼마라는 것만으로 그들을 대할 뿐이다.
얼마안있으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데
그녀는 체류자격이 불안해진다.
남자친구는 산업연수생이다.
한국에서 돈벌고 고향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싶다던 이들의 소망에
과연 어떤 걸림돌이 생길지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