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농어민 국제결혼 비용 지원 정책” 중단해야 한다.
한국염
한국 사회의 경제·문화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한국 여성과 결혼하기 힘든 남성 계층의 국제결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2006년 한 해 우리나라 농촌 결혼의 40%가 국제결혼이었다.
이렇게 국제결혼 비율이 높아진 데는 농촌 총각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국제결혼 중개업의 영리 추구와 농촌 총각을 장가보내 농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자체의 편승이 큰 원인이다. 이런 지자체의 행태에 문제제기를 하면 “가난한 농촌 총각은 장가도 가지 말라는 말이냐, 지자체에서 어려운 농촌 총각 결혼 비용을 대주는 것을 장려하지는 못할망정 왜 문제가 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이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지원사업’이 농촌 살리기의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이 과정에서 이주여성의 상품화, 지자체와 결혼정보 업체들의 파행적 제휴, 그 사이에서 한국 가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점 등이다. 지자체들이 저마다 앞서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지원 조례를 만들어 결혼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현실에서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 정말로 농촌 총각을 위한 것인지, 결혼중개업자를 살찌우는 것인지, 아니면?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가보내기’ 정책은 농촌 공동화 현상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기에는 너무 표피적이며 실적 중심의 발상이다. 농촌 총각의 국제결혼 비용을 지원했다고 해서 농촌이 발전하고, 이농이 줄고, 출산율이 증가하고, 노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이 발상의 기저에는 아시아 여성을 출산과 노인 수발을 위한 도구로 보는 가부장적 시선이 깔려 있다.
‘농어촌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지자체의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낳는다. 첫째는 한국 여성이 기피하는 자리를 아시아 여성으로 대치하려는 정책은 자국 남성의 편의를 위해 다른 아시아 나라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인종차별적 발상이다. 둘째는 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농촌 총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중개업의 이윤 추구에 기여할 뿐이라는 것이요, 셋째는 지자체가 나서서 탈법적이고 매매혼적 결혼을 조장하는 모순에 처하게 되는 위험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중개업에 의한 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말 현재 지자체의 농촌 남성 국제결혼 지원사업 현황을 보면 8개 도,60개 시군에서 소위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국 기초단체 246곳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지원하는 예산은 약 28억5000만원 상당으로, 여성 결혼이민자 적응지원 예산보다 평균 6배 많다.
정말로 농촌을 위한다면 그 비용으로 이미 결혼해 들어와 살고 있는 여성 결혼이민자들의 정착 지원이나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 나아가 농어촌의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 농어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어민이 결혼 원정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해.
< 이 글은 국민일보 6월 16일자 칼럼 지혜의 아침 남에 게제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