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대상 유감-

다문화가정의 좋은 모델에게 주는 상이기를!

        

                                                                                                                                               한국염



모 은행이 주관하는 ‘다문화가정 대상’이라는 상이 있는데, 이번에 베트남 여성 ‘누엔티 빛번(24)’이 본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결혼이주여성이 상을 받는다는데 당연히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왠지 그 상을 주는 이유 때문에 축하만 하기에는 매우 씁쓸하다. 2010년 5월 31일자 연합뉴스와 6월 1일자 한겨레신문에는 수상자 느엔티 빛번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느엔티 빛번 씨는 지난 2006년 결혼해 강원도의 양구서 남편과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지난 해 남편이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고은이 태어난 지 100일째 되던 날이었다. 시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느넨티에게 베트남으로 돌아가 새 삶을 시작하라고 했다. 그러나 누엔티 씨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시어머니를 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 한국에 남았다. “정든 시어머니와 한국을 떠날 수 없어서..”라는 이유로.

한국에 남아있는 느엔티는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야 했다. 시어머니는 신장병을 앓고 있었고, 시숙마저 정신지체 1급이어서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인데다 남편이 남긴 빚까지 짊어져야 했다. 누엔티 씨는 다방에서 일을 거들거나 품팔이를 하며 억척스럽게 생계를 이어가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누엔티 씨는 오히려 최근 귀화를 신청해 내년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양구군 관계자는 “누엔티 씨가 어린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담배 연기가 자욱한 다방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궂은일을 하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고 전했다.“



   느엔티 빛번 씨는 이번 대상 부상으로 800만원을 받게 돼 1주일간 친정을 방문하거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친정아버지와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정든 한국과 병든 시어머니를 두고 갈 수는 없었다.”는 느엔티 씨의 마음은 참으로 갸륵하고, 그동안 고생한 느엔티 씨가 상금으로 친정 부모님을 만나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데 ‘다문화가정 대상’이라는 상이 꼭 이렇게 한국에 결혼해 와서 병든 시부모와 시댁 식구를 돌보며 일을 해서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을 지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어야 할까? 이런 상은 ‘다문화가정 대상’이 아니라 기왕 한국에 있는 ‘효부상’ 등, 이런 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상’이라는 이름으로 느웬티 씨 같은 사람을 보상할 것이 아니라 격려금으로, 또는 지원금으로 후원하는 것이 맞다. 느웬티 씨에게 ‘다문화가정 대상’을 주는 사연을 보면서 자칫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 상이 이런 상이 되어야 한다는 이미지로 고착될까 봐 두렵다.



작년에 청송에서 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이 여성은 행정자치부가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사람이었다. 글의 내용은 병든 남편을 돌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내용 때문에 대상으로 수상된 듯한데, 실상 그 글을 쓴 이주여성은 한국사회가 기대하는 이주여성상을 알기 때문에 남편에게 당하는 폭력을 숨긴 채 자기 삶을 희망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이주여성의 자기희생을 나쁘다거나 가치 없다고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이렇게 희생적으로 자기를 죽이고 살아가는 결혼이주여성을 미화하고 장려하는 한, 이주여성은 한국사회가 기대하는 이지러진 초상 속에서 자아를 죽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다문화가정에게 주는 상은 남편과 아내가 서로 화합하며,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서 ‘후안 마이가 편지에 썼던 희망처럼 “행복한 삶, 행복한 대화”를 하는 당사자들에게 주는 상이어야 한다. ’상‘이란 그 상을 받게 되는 사람이 롤 모델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 따라서 ’다문화가정 상‘의 수상 대상을  “병든 시부모와 시댁식구를 돌보고 고생해가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이주여성”을 귀감으로 삼는다면,  다문화가정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역할이 그렇게 규정될 위험이 있다. 이건 바람직한 다문화가정상이 아니다. 현재 다문화가정 중에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다문화가족들도 많다. 이들 중에서 다문화가정의 귀감이 될 수 있는 가족을 찾아 ’다문화가정 상‘을 준다면, 우리 한국사회에서 바람직한 다문화가정 상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