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의 자녀들, 그들은 우리의 미래다.

해마다 어린이날이 되면 한강고수부지에서 무지개축제가 열린다. 이 무지개 축제는 이주농동자의 자녀들과 다문화가족자녀들, 그리고 한국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려 모든 어린이들이 다같이 세상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축하하는 잔치자리다. 이 잔치의 이름을 무지개축제라고 지은 데는 이유가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저마다 다른 색깔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듯이 서로 다른 세계의 어린이들이 한데 어울려서 다양함이 일치를 이루는 그런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뜻이다. 이 무지개 축제에 오면 곳곳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색색 풍선처럼 다양한 피부빛깔의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함박웃음을 머금고 신나게 어깨동무를 하고 뛰어다닌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이 어린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를 듣노라면 모인 어른들도 절로 즐겁다.
그런데 이 땅에 사는 모든 이주민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이 무지개 축제에서처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이 ”혼혈아“라고 차별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그 차별의 한 지점에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들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언어발달이 더디고 학습장애나 학습지진 현상이 생겨 큰 문제라고 하면서 그 문제의 원인을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그렇다“고 진단한다. 정말 그런가? 물론 어느 정도는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근본적인 이유가 되지 못한다. 엄마가 농아라고 해서 아이 역시 농아가 되지 않는 것처럼 엄마가 한국어를 못해도 아이를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면 아이들의 언어발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설령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이라면 나머지 한국 가족은 무얼 하고 있는가? 왜 아이에 대한 책임을 외국인 엄마가 져야 하는가? 또 다문화가족의 자녀들이 학습장애가 있다는 말만해도 그렇다. 학교 공교육이 잘못돼서 그런 것이지 그게 왜 엄마 탓인가?  ”엄마와 산수 문제 열 개 풀어오기, 엄마와 받아쓰기 열 개 해오기!“ 이런 식의 숙제를 내면서 부모 힘들게 하지 말고 학교에서 아이들 하나하나에 관심 갖고 가르치면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학습장애가 일어날 턱이 없다. ”공부책임-엄마“라는 도식을 끊어야 한다.
내가 목회를 하고 있는  교회에서 한 부모,  저소득가정의 자녀를 위한 공부방을 15년 동안 운영해오고 있는데 그 아이들 대부분이 학습이 부진하다. 가족들이 모두 한국인인데도. 이유는 부모들이 아이들 뒷받침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는데 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다문화가족의 52.9%가 최저빈곤층이라는, 그 현실이 아이들에게 장애인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도외시하고 아이 문제를 엄마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뜩이나 ”나 때문이 아닐까?“하고 전전긍긍하는 이주여성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과 다름없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뒷받침만 잘 되면 누구나 다 하인즈 워드처럼 훌륭하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 우리 사회의 편견이 여성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들을 멍들게 하고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서 경제․문화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서 어떻게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이 주변화 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라게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다문화 가족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보자. 그들은 우리의 미래다.        
                                    2006년 5월 12일자 국민일보 지혜의 아침 칼럼에서 옯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