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나는 중국 이주여성 ‘왕혜연(왕후이쥐안)’이라고 한다. 한국에 온지 8년 정도 되었다. 8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꿈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언어소통과 편견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어느날 친구와 같이 길거리에서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할머니가 우리한테 말했다.
“역시 우리 한국이 좋다. 너희들 중국 사람이냐? 중국은 돈도 없고 지저분해……우리나라 와서 좋지? 고기도 먹을 수 있고 자동차도 있고, 너희 나라 가까운 시장가려면 말 타고 몇 일 걸리지?” 등등. 우리는 그냥 지나 갔지만 할머니 때문에 마음이 좀 편치 않았다.
또한 나는 시어머니가 없기 때문에 김치를 못한다. 항상 인터넷에서 사먹는다. 값을 비교해 좀 싼 것을 사면, 남편은 싼 것은 외국산(중국산)이라고, 안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남편의 이 말 때문에 나는 정말 못 참고 남편에게 “당신은 신토불이 사람이구나, 외국산(중국산) 김치를 못 먹는구나, 그럼 이제부터 나하고도 살지마!, 나도 외국산(중국산)이다.”
남편은 요즘 편견을 많이 바꿨지만 내 힘만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는 바꿀 수 없다.
학교는 공부한 장소?
한국의 교육도 문제다. 분명히 뉴스에는 사교육하지 말자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바보처럼 믿고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작년에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해보니 아들의 학교 친구들은 다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고 있다. 우리아이 혼자만 아직 ‘가, 나, 다, 라’를 배우고 있다.
담임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아이들은 한글을 다 배우고 오는데 이 아이 하나 때문에 반 진도를 늦출 수 없다. 힘들더라도 집에 가서 엄마가 열심히 가르쳐 주던지, 학습지라도 시켜라.”
하지만 나도 한국어 배우기 어려운데 어떻게 아이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방법이 없어서 이제는 나도 사교육(학습지)을 시킨다. 지금은 이학년 올라 가지만 사교육(학습지) 진도는 일학년 하반기를 배우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아직 다른 친구보다 공부를 못한다. 중국에서 학교는 공부하는 장소인데 여기는 선행학습을 먼저 하고 학교는 복습하는 장소인 것 같다. 도대체 누구 문제인가? 아이는 자존심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까? 정부교육정책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
우리 이주여성들 왜 한국에 시집을 왔나?
“다문화”, 다문화가 무엇인가? 정확히 이해가 안 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다문화는 한국인하고 같이 결혼한 모든 외국인 배우자들을 이렇게 부르는 줄 알았다. 다양한 문화를 뜻하고 좋은 이야기인 듯 이렇게 생각하며 살았는데, 살다 보니 좋은 느낌이 점점 없어졌다.
지금은 다문화 하면 오히려 차별을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문화” 이 말을 할 때 대부분 한국 사람이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무시하고 말투가 바뀌는 것이 참 속상하다. 그리고 영어를 쓰는 서양, 유럽 사람들은 다문화가정이라 하지 않고 “글로벌 웨딩”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차별’이라 생각한다. 같은 외국인인데 왜 다른 표현을 쓰는 것도 모자라서 영어 쓰는 사람들은 위로 보고 우리“다문화”는 아래로 보나?
세계 어디에도 차별은 있겠지만 한국의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무척 심한편이라 생각한다. 특히 서양 유럽들에게는 과도하게 우호적이고 친절하지만, 주변의 한국보다 조금 못산다고 생각되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에게는 경멸하고 무시하는 듯한 한국의 차별은 무척이나 이중적이고 더 심한 차별이라 생각한다.
우리 이주여성들이 왜 한국에 시집을 왔나?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하고 살기 위해 온 여성들 아닌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다문화 가정은 어려운 남성들, 농어촌에 살거나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한번 또 여러 번 이혼을 했거나 등 국내 결혼이 힘들어서 국제 결혼을 한 게 아닌가? 그런 남성들과 가정을 만들고 열심히 살려하는데, 도움은 못줄망정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다문화 가정에 이런 차별이 더해져 최근 이혼율이 급하게 높아지는 것 같다.
사랑없이 돈을 보고 결혼했다? 나는 돈이 없어 남편이 나를 사러 오고, 내 부모가 나를 팔았다는 건가? 여기 와서 국적 받아서 돈 많이 벌고 자기 나라 돌아가려고 이혼한다? 그런 사람들이 가끔 있지만 다 그렇지는 않다. 만약에 한국 남자하고 이주여성 같이 잘 살면, 누가 이혼할 생각이 있을까? 여기 저기 차가운 시선, 눈치, 차별, 시댁도 잘 봐주지 않으니, 사회도 잘 봐주지 않고 생활도 너무 어렵고 힘들어서 이혼 밖에 없다. 내생각에는 이것이 바로 이주여성이 결혼하고 대부분 이혼한 이유인 것 같다
여기 와서 살아보니 물론 그런 여성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문화 여성들은 다 그렇지 하는 이런 차가운 시선이 사실 나를 더 힘들게 한다.
한국도 이혼율이 30%를 넘는 걸로 아는데 그럼 한국 여성들도 이혼 후 위자료 받아내려 결혼한다. 라고 말하면 기분 좋겠는가?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 활성화 됐으면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 등의 도움도 좀 통일됐으면 한다.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여러 정책들이 있지만 정부, 지자체, 종교단체 등의 정책이나 도움 모두 제 각각이라 부족한 도움이나마 다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주여성을 별도로 관리하면 좋은 것 같다. 이주한 모든 다문화 가정 서비스 공평하게 받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다문화센터, 복지관, 교회 등 스스로 찾지 못한 이주여성도 사회에 융합하면 지기생각도 말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요즘 한국 사회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도시비정규직에 종사자가 많은 다문화 가정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은 가정 갈등과 가족해체 이혼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고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어야 식생활, 주거,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최근의 어려운 경제 때문에 다문화가정 해체의 한 원인이라 생각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다문화 여성들의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들이 좀 더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사는 이주여성들이 경제 때문에 노래방 도우미 등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흥업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효도, 딸과 사위와 같이 있고 싶은 이유 뿐
그리고 이주 여성들의 가족 초청문제도 꼭 한번 집고 넘어가고 싶다.
멀리 타국에 딸을 시집 보냈는데 딸을 만나고 같이 있으려면 여러 조건과 제약이 따른다. 아이(손자, 손녀)를 키운다든지 하는 경우에만 입국 후 체류기간 연장이 가능하고 다른 경우는 무척 힘든 게 현실이다.
자신의 딸과 사위와 좀 더 같이 있고 싶은 이유 뿐인데 그 마음보다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고향에 있는 누구나 다 이런 생각한다. ooo(아버지 이름) 딸 한국에 시집갔다, 한국에서 얼마나 잘 사는지……결과는 한국에 있는 딸 고향방문 비용도 문제인데 친정에 도움이 될까?
한국 사회에서는 시부모님을 잘 모시라 하면서 친정 부모님들에게는 해당 없는 말인가? 시부모에게는 효도하고 친정 부모에게는 딸 사위와 같이 있으려면 합당한 이유를 제시 해야지만 가능한 게 한국식 효도인지 묻고 싶다.
지금 한국은 10%에 가까운 다문화 가정이 있고 이들이 여러 문제점이 있다. 이들과 그 자녀들을 별다른 대책 없이 지금처럼 방치 하다가는 10년, 20년 후에는 정말 지금보다 더 큰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글을 써본다.
희망
대한민국 국민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같이 친하게 지나자. 어때요? 잘 받아 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