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비는 꿈

한국염(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외국인노동자가정 자녀들과 함께 하는 무지개 축제에 외국인노동자 자녀들과 한국어린이들이 참여했습니다. 우리 이주여성인권센터의 국제가정 어린이들도 엄마 손을 잡고 참석을 했는데, 한국어린이들 가운데는 제가 담임으로 있는 청암교회에서 운영하는 청암공부방의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치면 이주노동자의 가정이나 우리 공부방 아이들이나 별로 차이가 없을 듯합니다.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지만, 청암공부방의 어린이들은 어디를 가나 무척 씩씩합니다. 어린이들이 워낙 활기차서 어린이 열 댓 명에 선생님 다섯 명이 쩔쩔맬 정도지요. 어린이들이 주눅이 들어 다니는 것보다는 그렇게 활기찬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하면서도 솔직히 고개를 흔들 때도 있지요. 그 청암공부방 어린이들이 외국인노동자 자녀들과 함께 손잡고 뛰어노는 것을 보면서 참 흐믓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한 어린이가 “참 행복했습니다.”하는 말을 대형 고무풍선에 써서 띠웠다는 거지요. 피부가 다른 어린이들과 함께 뛰어놀면서 행복을 느꼈다니, 어린이들의 세계는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서로 잘 지내는데, 왜 어른들은 피부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지 못할까요?
그 무지개 축제에 우리 아이들 찜 쪄 먹을 만큼 씩씩한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방글라데시 소녀 타니아(11살)였는데, 어찌나 한국말을 잘하는지, 감탄했습니다. 활기 찬 것은 마치 우리 아이들 같았고요. 더 놀란 것은 이 여자 아이가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서 4학년 학급 어린이회장이라는군요. 운동을 잘해서 아이들을 몰고 다닌 대요. ‘어른 세계’에서 천대받는 외국 노동자 자녀가 ‘어린이 세계’에서 어떻게 한 반의 리더로 올라설 수 있었던 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잘하잖아요?” “타니아는 운동도, 공부도 잘해요.” “한국말을 우리보다 잘 하고, 남도 잘 도와줘요.” 경기도 남양주시 천마초등학교 연꽃반 학생들이 방글라데시 소녀 타니아를 어린이회장으로 뽑은 이유였습니다. 외국인노동자의 자녀인데도 회장이 된 걸 보고 그 아이도 대단하지만, 그 아이를 회장으로 뽑은 학교 아이들도, 담임선생님도 정말 훌륭하고 그리고 우리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지구촌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시대에는 모든 것이 국경을 넘나듭니다. 돈도, 사람도, 노동도, 자본도.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습니다. 그 노동자에게는 가족이 있고, 결혼한 가정이면 자녀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가 유엔 어린이인권협약에 조인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이주노동자의 자녀들도 학교 갈 나이가 되면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이주노동자의 자녀들에게 학교 문은 너무나 좁습니다.
어린이인권헌장에 이렇게 씌어있거든요. “어린이는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이 법에 의하면 모든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야 하는 거지요. 허지만 출신성분, 민족, 종교, 인종, 국적 등의 차이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도 여전히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이주민의 자녀들은 그 교육받을 권리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교육인적자원부에 의하면 비록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의 자녀라도 초등학교에 입학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허지만 이들의 입학이 그렇게 녹녹한 것은 아닙니다. 법으로는 허용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거절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부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또는 인종이 달라 한국 학부모들이 싫어한다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말이지요. 설령 학교장에 허락해서 학교에 다닐 경우에도 반 아이들이 피부를 가지고, 말을 잘 못한다고 놀려대어서 학교 다니는 걸 괴로워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지구촌이란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피부가 다르다고 차별을 하는 그런 세상이면 참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름을 특색으로 볼 줄 알아야 지구촌 시대에 걸 맞는 사람일 텐데요. 그런 점에서 외국인노동자자녀들이 우리 아이들과 한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훈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주민의 자녀들과 같이 지내면서 우리 아이들은 다양성이 무엇인지를, 다양성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터득하게 될 테니까요.
어린이 무지개 축제에서 이주노동자 어린이들과 구김살 없이 뛰어놀면서 행복을 느낀 우리 아이들의 모습에서 배운 것이 많습니다. 마침 공부방 어린이들에게 들으니 자기 반에도 이주노동자 자녀들이 있다고 하네요. 그날부터 우리 공부방에서 피부색 다른 어린이들이 함께 뛰어노는 꿈을 마음으로 빌어봅니다. 어려서부터 피부와 인종이 다른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이 세계가 정말로 한 덩어리라는 인식을 할 것이고, 국경 없는 마을이 아름답다는 것을 체화하겠지요. 이런 어린이들이 자라 만들어가는 세상에선 전쟁도 없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무지개 마을이 되지 않을까요?

* wmigrant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3-17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