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찍은 이주여성 사진전


                                 한국염


며칠 전 우리 센터에서 이주여성사진전을 열었다. “이주여성이 본 서울 살이-새로 만나는 나날들”이라는 주제로 “가배 나루”라는 커피숍에서 전시회를 했다. 흔히 한국인들이 이주여성을 주제로, 또는 그들이 만난 이주여성의 삶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표현한 것은 많아도 이주여성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본 한국의 모습을 매체를 통해서 표현한 것은 얼마 없기에 이번 전시회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커피숍 벽면에 붙어있는 사진들을 보니 이주여성들의 마음이 거기 아스란히 묻어있었다. 사진은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되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현재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애정, 친근하게 느끼는 서울살이에 대한 풍경,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꿈이 거기 실려 있었다. 비행기를 보며 고향 생각을 한다든지, 고향의 식구에 대한 그리움을 노인의 모습이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표현한다든지 하는 것은 십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아파트를 보면서 그런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것, 쇼윈도를 보면서 그 안에 있는 것들을 갖고 싶어하는 것은  꿈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다. 동대문 시장의 모습, 비오는 날의 빈대떡 집,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은 것은 고향의 먹걸이 노점이라든지, 시장 등 그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거나 고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가 한다. 그런데 특별히 나의 주의를 끈 것은  지하철 계단에서 노숙하고 있는 사람이나 구걸하고 있는 사람, 외로운 노인 등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작품으로 불러낸 것이다. 그 모습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고향의 부모님이나 친척들 또는 이웃들을 연상했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자신들의 힘든 한국살이를 그들의 모습에 투영시킨 것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 마음이 소중한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사진전을 통해서 그리움과 희망과 연민이 묻어나는, 그리 절망적이지도 희망적이지 않은 이주여성들의 담담한 서울살이를 읽을 수 있었고, 그 작품 속에서 엿보이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서울살이는 원주민인 한국 서민 토박이들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번 사진전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의 한계가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매체를 통해서 한국사회와 소통하는 능력을 증진하는 한 방안으로 사진교육을 했다. 이번 사진전은 결혼이주여성의 역량을 키우는 한 방안으로 시작한 것이다. 우리 센터에서 최근 몇 년간 하고 있는 작업 중의 하나가 이주여성이 자기 표현력을 기르는 것이다. 작업을 하면서  <느리지만 낯설지 않은 언어로의 초대 >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에 발표한 이주여성 사진전은 이 <느리지만 낯설지 않은 언어로의 초대 3>의 성격이다. 이주여성을 임파워먼트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획된 이 사진전은 범람하는 다문화 담론 속에서 정작 당사자이면서도 주변인이 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 스스로 다문화 담론의 생산자가 되는 한 방안으로서, 주체적인 눈과 창조적인 손길로 자기들이 보는 서울살이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이주여성들의 작품은 생각보다 좋은 작품들이 많다고, 그래서 이번 한번으로 끝내지 말고 전국 순회전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감상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주여성 작품을  보는 가장 좋은 감상법은 작품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의 귀를 여는 게 중요하다. 그 사진들은 이주여성들이 손으로라기 보다는 마음으로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찍은 사진은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주여성의 말걸기에 마음으로 응답할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