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에 눈물을 흘리며…….
루마니아 여성 엘라는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고향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집에서 쉬고 있는 남편과 3살이 된 아들이 있다. 그녀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루마니아에서 한국에 오는 기회는 많지 않고 또 여성이 입국을 위해 들이는 비용이 남성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에 홀몸이 아닌 몸으로 무리수를 둬 한국에 오게됐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언어는 모국어인 루마니아어 외에 러시아어, 독일어, 영어를 약간 할 줄 안다. 한국어로는 전혀 의사소통을 할 수 없고 임신중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만삭이 되자 우선 아이를 낳기 위해 이주노동자 지원센터에서 병원을 안내받고 임신 후 몸조리를 할 수 있도록 이주여성인권센터의 쉼터를 소개받았다. 아이는 다행히 3.2kg의 건강한 공주님으로 태어났다. 아기의 이름은 ‘아미나’다. 한국에는 그녀의 친동생이 살고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타향에서 혼자 몸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고 곁에서 몸조리를 돕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녀는 아이를 낳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무엇이든 혼자서 척척 해냈다. 쉼터에서 딸아이를 안고 웃으며 루마니아어를 속삭이는 그녀를 바라보면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이 모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쉼터에서 한 달을 보낸 뒤 일하기 위해서 아기를 위탁소에 맡겼다. 위탁소에는 아미나 외에도 다른 아기가 4명 더 있다, 이들은 모두 이주노동자의 자녀들로 국적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다양했다. 아기를 맡기기 위해 위탁소에 온 엘라는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면서도 연신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핏덩어리인 아기를 맡기려니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울음을 참던 그녀는 아기를 위탁모의 품에 안겨주고 돌아서려는 순간 그만 눈물을 쏟아냈다. 한 번 흐른 눈물은 좀체로 멈추지 않았다. 위탁소를 나와 지하철로 걸어가면서도 휴지로 눈가를 닦아야 했다. 남의 나라 하늘아래서 그녀는 그러나 소리를 내지 않고 울었다, 그냥 흘러내리는 눈물만 닦았다. 아기도 이런 엄마의 심정을 눈치챈 것일까, 위탁모의 품에서 엄마가 나가는 쪽을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미나는 이제 몸뒤집기와 기어다니기 를 할 정도로 잘 자랐다. 일이 없는 토요일이면 엘라는 딸아이를 방문해 안아주고 볼에 입맞춰준다. 그녀는 딱 1년만 일해서 돈을 모아 아기와 함께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한다. 부디 그녀의 소망대로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