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구성
- 당사자 베트남 여성 A씨 입장 (직접 인터뷰 불가): 2p
- 이주·여성단체 환영 논평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외 20개 단체):4p
- 사건 경과: 7p
- 연락 단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02-3672-8988 / www.wmigrant.org)
※ 2016년 2월 22일(월) 낮 12시부터 보도 요청
<당사자 베트남 여성 A씨 입장>
어제 대법원 판결 끝나고 바로 쉼터 소장님한테서 전화 받았습니다. 쉼터 선생님들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습니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장기간의 소송 때문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잠을 잘 자지 못 했고 어린 시절과 시아버지에게서 당한 성폭력 상황이 떠오르면서 악몽을 자주 꾸었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한테서 사랑을 받지 못했습니다. 남편과 결혼해서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시아버지한테 성폭력을 당하고 남편은 저를 외면했습니다. 성폭력의 고통 속에서 해매고 있는 와중에 남편한테서 혼인무효 소송을 당했습니다. 무섭고, 왜 남편이 저에게 이렇게 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와 남편은 부부였습니다. 배우자는 상대방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헤아려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저 저를 돈 때문에, 제 욕심 때문에 남편을 속여서 결혼하고 남편을 이용해서 한국에 왔다는 것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너무 충격을 받았습니다.
만약 제가 시아버지한테 성폭행을 당하고 혼인무효의 판결을 받고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저는 혼자서 그 아픔과 고통을 감당하지 못 했을 겁니다. 베트남에 돌아가도 저를 위로해주거나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겁니다. 비난만 받아야겠지요. 저는 그렇게 되면 진짜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을 겁니다. 너무 무섭고 끔찍했습니다. 저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저는 대법원 판결 시간을 기다리면서 고열에 시달려도 불안한 마음에 병원에도 가지 못 했습니다.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있지도 못 하고 앉아 있지도 못 하고 불안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제게 공정한 결과가 오기를 기도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두려움 속에 살았던 저에게 공평한 결과를 주는 판결이었습니다. 저는 이번 판결을 통해 제 개인으로만 공정한 결과가 오는 것만이 아니라 저처럼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하는 모든 여성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더 이상 어진 시절의 성폭력으로 받은 고통이 지금과 미래의 고통이 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대법원 판사님, 변호사님들, 쉼터 선생님들, 이주여성인권센터, 전국이주여성쉼터, 여성단체와 관계자 등 공정한 판결을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제가 힘을 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모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말 밖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을 만큼 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소송에서 제가 승소하여 한국에서 계속 살게 된다면 저처럼 힘든 상황을 겪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며, 저를 도와주는 모든 분들에게 잘 사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2월 19일
※ 통역 및 정리: 레티마이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인권팀장)
‘아동성폭력범죄로 인한 출산 경험을 이유로 한 혼인 취소’ 베트남 여성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 환송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
대법원(제3부, 주심 김신 대법관)은 2016. 2. 18. 오후 2시 ‘아동성폭력범죄로 인한 출산 경험을 이유로 한 혼인 취소’ 베트남 여성 사건에 대하여 혼인을 취소하고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전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는 판결을 하였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에서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한 경우 이러한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 소정의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며,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상식과 정의로운 법의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다.
아동성폭력범죄 피해 결과 출산에 이르게 된 특수한 출산 경위에도 불구하고 피고 여성에게 고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인격권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또한 성폭력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자 하는 국내법과 국제법의 취지에도 반하는데, 우리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원심의 법리 오해를 바로 잡아주었다.
또한 그동안 혼인 전 출산 경력으로 인한 혼인취소는 생물학적으로 임신과 출산의 부담을 전유하는 여성에게 주로 적용되었는데,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통해 혼인 전 ‘출산경력’이 혼인취소 사유가 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국내 판례에서 ‘출산 사실 미고지’ 그 자체는 혼인 취소의 사유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 A씨의 사례는 아동 성폭력이라는 매우 끔찍한 경험을 통해 출산한 것이었고, 그것이 혼인 취소 사유가 된다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음으로 이에 대하여 우리 이주‧여성단체들은 강력 항의하였다. 그럼에도 1심과 2심 재판부는 남편의 손을 들어 혼인취소와 남편에 대한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렸다. 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공동변호인단과 함께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그 결과 2심 판결에 대한 파기 환송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혼인 취소의 책임을 물은 1, 2심 판결의 부당하였음을 인정한 지극히 당연한 선고이기도 하다.
이 사건의 쟁점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베트남에서 어린 시절 납치 강간으로 출산했던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새 삶을 살고자 했으나 한국에서 시아버지에 의해 다시 성폭력을 당한, 2번의 성폭력을 경험한 생존자라는 사실이다. 시아버지의 강간으로 인하여 결혼생활이 끔찍스럽게 종료되었음에도, 성폭력 경험이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하는 형벌이 되도록 만든 처사를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번 선고는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 결과가 미칠 파장은 매우 크다. 단순한 출산 사실이 아니라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일 때,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사실을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 그동안 없었던 판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선고는 모든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여성의 인권을 반영한 대법원의 온당한 파기 환송 선고가 전주 고법에서 적극 수용되기를 기대한다.
2016년 2월 22일
전국 21개 이주‧여성단체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 아시아의 친구들,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경기이주공대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구속노동자후원회,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노동자연대,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사)한국불교종단협의회인권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서울경인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아시아의창, 연구공간 수유+너머,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민방송(MWTV),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전국빈민연합, 전국철거민연합,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천주교인권위원회,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이주여성인권포럼, 장애여성 공감,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재한베트남공동체, 터네트워크, 한국다문화건강가정지원협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부산이주여성인권센터, 전남이주여성인권센터, 전북이주여성인권센터, 충북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인권센터
<사건 경과>
<2013년>
- 2013년 1월 25일 시부에 의한 베트남 여성 A 성폭력 사건 접수
- 3월 11일 성폭력사건 제1차 공판
- 3월 28일 성폭력사건 제2차 공판
- 5월 30일 성폭력사건 판결
– 시부(최○○) 징역 7년,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가해자 10년간 신상공개)
- 6월 13일 성폭력가해자 항소
- 8월 28일 피해자 A의 남편 김모, 혼인무효소송 제기
- 11월 05일 성폭력사건 가해자 항소 기각
<2014년>
- 2014년 6월 27일 피해자 남편 김모의 혼인무효소송 1심 판결
– 혼인취소, 피고(베트남 여성 A)에 남편에 대한 위자료 8,000,000원 지급
- 7월 23일 혼인 무효소송 건에 대한 항소심 제기
- 9월 18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주최 「시부 강간 및 강제 결혼 경험에 의한 혼인 취소 사건 법률 전문가 간담회」 진행 및 공동 변호인단 구성
- 9월 29일 1차 변론 / 집단 방청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 10월 13일 2차 변론 / 집단 방청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주최로 전주지방법원 앞 1인 시위 진행 및 집단 방청
- 10월 29일 피해 여성 명지대 아동학과(아동․가족심리치료 전공) 박부진 교수 상담 및 심리검사 진행
- 11월 5일 명지대 아동학과(아동․가족심리치료 전공) 박부진 교수 소견서 법정 제출 -성폭력 사건과 혼인무효소송의 사건을 경험으로 인해 심리치료의 접근이 시급하다 는 요지
- 10월 31일-11월 12일 탄원서 서명운동
(2,419명: 한국인 1,879명/외국인 540명)
- 11월 17일 3차 변론 및 성폭력 피해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취소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전국 이주/여성 단체 기자회견
- 12월 15일 4차 변론 / 집단 방청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
<2015년>
- 1월 19일 2심 판결
– 혼인취소, 피고(베트남 여성 A)에 남편에 대한 위자료 3,000,000원 지급
- 2월 19일 대법원 항소
- 3월 5일 토론회 개최 “아동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경험과 혼인취소 – 법적 쟁점과 입법적 과제” (17개 여성/이주/법률단체 공동 주최. 주관: 국회의원 진선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2016년>
- 2월 18일 대법원 ‘파기 환송’ 판결
- 홈피용_보도자료_성폭력_출산_혼인취소_베트남_여성_대법_판.hwp (30.50 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