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체류 연장할 수 있어요?
올가 씨는 체류연장을 하러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더니 안된다며 돌려보냈단다. 지난 4월. 일곱 번 째 입국했을 때의 일이다. 그래서 갓 돌을 지낸 손녀와 백일 된 손주를 돌보느라 기진한 딸을 두고 눈물을 머금고 출국했다. 3개월마다 러시아와 한국을 오간 것만도 여덟 번. 이번엔 체류기간 만료 한 달 반부터 사위와 딸, 그리고 어린 두 손자를 하나씩 안고, 엎고 체류연장 상담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여전히 안된다는 답을 듣고 무거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자이다 씨는 어머니 체류자격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이틀동안 쫒아갔으나 어머니 여권을 보더니 안된다는 말만하고 돌아가라고 했단다. 자이다 씨는 의료보험료와 가스료가 연체되어 어머니 오시기 전에 가스가 단전된 경험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부터 남편이 일을 하고도 1년 이상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카드와 친척들에게 생활비를 빌려 생활하면서 1천 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다행히 어머님이 오셔서 아들을 돌봐주셨기에 간간이 영어강사로 일을 해 연체된 가스료는 납부할 수 있었고, 여전히 남은 천 여만원의 빚과 아직도 지불하지 못한 의료보험, 적금, 연금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당분간 맞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머님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했다. 자이다 씨 부부에게는 5세 된 아들이 있는데 아들을 놀이방의 종일반에 맞기더라도 놀이방 끝나는 시간에 맞춰 퇴근이 어려워 어머님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가서 담당자에게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것.
통상 산후조리를 위해 부모초청이 가능하고 양육을 위해서도 체류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혹 체류관리지침이 바뀌었나 싶어 출입국관리국으로 전화를 했다. 출입국관리국에서는 출산 혹은 질병으로 간호가 필요할 때와 인도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 체류연장이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으며, 지방출입국관리사무소로 권한이 바뀌었다고 한다. 각각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연락을 했다. 한쪽은 체류연장을 해야 하는 사유서를 첨부해서 접수하라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체류연장 가능하다며 구비서류를 안내하더니 중국동포냐고 묻길래 아니라도 답했더니 체류연장이 안된다는 것이다. 지침을 들이댔다. 인도적 차원의 고려는 사문화된 사항이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말하면 체류연장을 신청하는 사람들마다 다 연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연장이 필요해서 찾아간 외국인은 접수는 받은 후 가타부타 답을 해줘야지 접수조차 받지 않고 안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반박하니 일단 다녀가라고 했다.
올가 씨에게 관련서류를 준비해서 사위와 함께 센터에 오면 사유서 작성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자이다 씨는 남편이 센터 방문이 힘들면 전화를 하도록 안내했다.
자이다 씨 남편은 센터방문도 못하겠고, 전화통화도 싫다면서 어머님 가시라고 했단다. 올가 씨 사위는 센터에 와서 사유서 작성은 집에 가서 하겠다며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메모해 달라고 했다. 들어갈 내용을 메모해 주고 구비서류와 절차도 다시 설명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간 후 올가 씨 딸인 옥사나 씨가 전화로 남편이 사유서를 못 쓰겠으니 어머니 다시 나갔다 오라고 했다며 울먹인다.
사유서를 못 쓰겠으면, 도와주겠다는 것을 거절하는 남편, 사는 형편을 알아야 출입국관리사무소 담당자를 만나서 설득을 하든 싸우든 할 터인데 그것조차 말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런지…
빚에서 벗어나고 싶고, 월세에서 벗어나 전셋집이라도 장만하고 싶은 것이 아내의 욕심인가? 24개월과 10개월이 된 두 아기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여성의 몫이기에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것은 아내의 사치인가?
올가 씨는 체류연장을 위해 딸 옥사나 씨와 이웃여성의 도움을 받아 사유서를 작성해서 체류연장을 받았다. 자이다 씨 어머님은 체류만료기간이 촉박해 체류연장을 포기하고 출국하셨다.
결혼한 이주여성들의 신원보증은 한국인 배우자 혹은 그 가족이라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 두 여성을 만나면서 이들에게 진정한 신원보증인이 누구인가를 새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