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시어머니가 내쫓았다며 대책없이 집을 나온 Y가 우리센터로 찾아온 걸보니 정말  아기를 데리고는 갈 곳이 없었나보다. 출산 전에는 만삭의 배를 하고도 갑갑하고 심심하다며 친구 집으로 나다녔는데….  

남편의 도움으로 무사히 아기를 낳고, 언니도 왔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Y는 행복했고, 이젠 정말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그 꿈도 잠시뿐. 예전처럼 시어머니 세탁세제나 샴푸 사용하는 것도 일일이 간섭하고, 심지어 화장실 물 내리는 것까지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임신 중에도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가난한 나라에서 와서 비싼 고기만 밝힌다며, 한국으로 시집왔으니 김치를 잘 먹어야 한다고 한사코 김치를 먹으라고 강요한 시어머니는 고기 먹는 것을 타박했다. Y는 고기 맛이 그리워 담배로 달랬다고 했다…. Y의 언니가 한 달여 동안 집에 있는 것도 눈치를 줘 Y언니는 고향사람 집으로 나갔고, Y는 언니가 걱정되어 어린 아기를 데리고 언니가 머물고 있는 집으로 외출이 잦아지자 시어머니와 남편은 Y도 내쫓았다. Y는 젖먹이 어린 것을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 팔순이 넘은 시모와 쉰 고개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에게 아기를 맡길 수가 없었다. 아기에게 필요한 물건을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필요한 물품을 적어줬는데도 덜렁 수유 브래지어와 복대만을 사들고 온 남편이었다. Y는 쫓겨나면서 다시는 남편 집엔 발걸음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맘을 먹었다. 아기도 남편에겐 절대 주지 않겠다고….

Y는 남편과 이혼하고 양육권과 양육비를 받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그 외에 다른 요구는 없다고 했다. Y의 남편인 L을 만났다. L은 오자마자 아기를 먼저 찾았다. 아기를 보여주었더니 L은 아기를 쳐다보며 벙긋벙긋 웃기만 했다. 아기가 잘 웃는다는 말만 하고 안아보지도 않고 아기 방을 나왔다. L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L은 Y랑 잘 맞지 않아 이혼할 생각도 있지만, 아기를 생각해서 함께 살고 싶다고 했다. L은 어머니가 잔소리가 심한 것은 인정하지만 Y가 어머니께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Y가 집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Y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언니가 오면 도움이 될까 싶어 언니를 초청했는데 언니가 온 뒤로 관계가 더 나빠졌다고 했다. Y가 이혼을 원한다고 말을 하니 L은 순간 당황스러워 하며 언니도 그 사실을 아느냐, 언니는 뭐라 하는지 궁금하다며 Y의 의사보다 언니의 생각을 더 알고 싶어 했다. 언니 역시 Y와 같은 생각이라고 했더니 L은 이혼을 받아들이고 아기를 Y가 키우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고 했다. 단 양육비는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만일 아기를 데리고 몽골로 돌아간다면 매달 100달러(미화)를 3년간 보내 줄 생각은 있다고 했다. 그 돈을 출국할 때 목돈으로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만일 자기 제안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면 아기를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 Y는 아기를 자신이 키우기 위해서는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아직 아기가 어려 일을 하기 어렵고, 몽골로 돌아가서 아기를 키우자니 일자리 찾기도 어려운데 생계 대책 없이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형편이었다. Y는 남편이 아기와 자신이 함께 몽골로 가길 원한다면, 몽골에서 아기와 지낼 수 있는 집이라도 살 수 있도록 양육비를 목돈으로 받길 희망했지만 남편의 완강한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