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활동가 수련회를 다녀와서

 

정수란/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주최로 진행된 당사자 활동가 전국수련회에 참가하게 된 나는 그야말로 들뜬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2박3일의 제주도 행 – 관광명소인 제주도도 좋았지만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컸고 엄마가 아닌, 주부가 아닌 활동가 자격으로 나만을 위해 올인할 수 있다는 것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하자 불볕더위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의 뜨거운 열정은 더위도 저리가라였다. 빡빡한 일정으로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서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고 숙소에 도착하여 짐을 내려놓고 바로 전국 활동가들의 사례 발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가정 일에 충실하면서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활동가, 지방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활동가, 자신의 비젼을 가지고 차곡차곡 준비를 해 가고 있는 활동가…. 각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좋은 배움의 장이 되었다.

 

또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에 대한 꽁트를 보면서는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보여주기보다는 그러한 편견의 벽을 두텁게 쌓고 있는 우리 사회에 보여주어 사회적인 이슈를 불러일으켰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다재다능한 활동가들을 보면서 그들은 더울 때는 시원한 그늘로 비가 올때는 비막이, 바람이 불때는 바람막이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여 공기를 정화하는 나무같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무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다면 울창한 숲이 되어 숲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2박3일의 일정을 보내면서 우리의 대표님들에게도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가장 연장자이지만 그 체력은 젊은 활동가에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 본부 대표님, 모든 것을 우리와 함께 느끼고 함께 나누는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보는 듯 했고, 그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털털해 보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듯한 대구 대표님, 여성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활동적인 부산대표님…. 이번 수련회를 통해 우리들의 등대가 되어 주고 있는 그들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았다.

 

모닥불을 둘러싸고 손에 손을 꼭 잡았던 우리, 지역, 출신국, 나이 불문하고 다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우리,  우리는 제주도의 밤하늘을 보면서 우리의 행복한 외침이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기를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