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채우고도 모자라
한국염
지난 4월 8일 오후 3시 30분경 대전시 유성구 탑립동에서 중국인 여성 노동자 2명이 법무부 출입국단속반원에 잡혀갔다. 이날 단속된 중국인 여성 두 명은 국내에서 취업을 할 수 없는 단기 비자로 입국해서 대전시의 모 김밥전문집에서 일하다가 대전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에게 단속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여성들의 단속과정에서 실로 무참한 장면이 노출되었다. 단속반원은 중국 여성들이 저항한다고 마구잡이로 끌고 가 법무부 이름이 씌어진 단속 차에 실었다. 수갑을 채운 것도 모자라서 단속된 여성이주노동자의 목을 손으로 치며 폭력을 행사했는데 그 장면이 고스란히 동영상에 잡혔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노라니 소름이 끼쳤다.
빈곤의 여성화와 이주의 여성화 과정에서 많은 아시아의 여성들이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이주를 한다. 한국에 이주하고픈 여성들 모두가 합법적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합법적 체류가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아서 불법체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체류질서를, 법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미등록노동자, 소위 정부측 용어로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한다. 법무부의 말대로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것은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직원의 역할이고 전 세계에서 다 하는 일이다. 그렇더라도 그 단속과정은 인도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여성이주노동자 단속사건에서도 보여주듯이 법무부의 단속은 매우 반인권적이며, 반여성적이다. 단속반원들은 이주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위해서는 강압적인 연행이 필요하다.”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여성의 등이 거의 드러날 정도로 끌고 간 일, 호송 차 안에서 수갑이 채워져 도주할 수도 없는 이주여성노동자의 가녀린 목을 수차례 가격하여 폭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국인 이주여성노동자 단속 장면을 동영상으로 확인하고 법무부의 반여성적이고 반인권적 단속과정에 대해 분노와 슬픔이 교차한다. 법무부 입장에서는 두 명의 중국 여성은 한낱 불법체류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여성들에게도 여성의 존엄성, 인간의 존엄성이 있고, 이것은 존중되고 배려받아야 하는데, 이 여성들이 짐승처럼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서글프다. 두 중국여성들이 호송차에 태워졌을 때 느꼈을 그 암담한 심정,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 있는 여성들에게 목을 구타하는 폭력이 가해졌을 때 그 여성들이 느끼는 참담함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남자에게도 해서는 안되는 폭력을 여성에게 가한 출입국 단속직원의 야만적인 행동, 한국은 정말로 유엔 인권이사국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걸까?
내가 우려하는 것은 법무부 출입국 단속과정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반인권적이고 반여성적인 행태가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이미 병원에서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은, 임신 8개월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여성을 단속하여 잡아간 경우, 수술을 앞 둔 여성을 강제단속하여 치료도 못받고 돌아간 경우도 있다. 작년 겨울 남양주에서 행해진 잡중단속에서 여성들이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으며, 단속에서 붙잡힌 한 방글라데시 여성의 경우는 수갑을 탄 채 사람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 소변을 봐야 했는데, 보다 못한 한국 여성이 가려주었다고 하는데, 수치심으로 떨었다고 한다.
아무리 미등록노동자, 법무부가 말하는 불법체류자라고 할지라도 그들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있으며, 이주여성의 경우 여성의 존엄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인종차별철폐협약이나 여성차별철폐협약에 의하면 합법적 체류이든 불법적 체류이든 이주여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국제법의 정신은 전혀 맥을 못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이 단속 과정에서의 폭력 행위 등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법무부는 오히려 단속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출입국단속반이 영장 없이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는 가택과 일하고 있는 공장에 무단 진입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 안보를 내세운 국가 권력 앞에서 미등록이주여성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상체가 들어날 정도로 옷이 벗기며 끌려가고 있는 이주여성노동자의 모습, 수갑을 채운 것도 모자라서 목에 위협을 당하고 있는 두 중국여성의 모습을 보며 국가 권력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이주여성의 삶이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는 벚꽃잎 만큼이나 애처럽게 가슴 저민다.
2009년 4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