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오전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날 부부싸움을 했는데 부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잘못하긴 했지만 그날의 부부싸움이 이혼하고 본국으로 갈만한 사건이 아닌 것 같다는 것 이었습니다. 여성과 의사소통이 어려워 급히 통역활동가를 구하여 여성과 남성 따로따로 이야기를 듣고 다시 같이 앉아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동안 방긋 잘 웃던 아내가 불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남편은 당황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사소한 일이라 무시하고 넘어갔던 모든 일들이 남편만 믿고 낯선 땅에 온 어린 아내에게는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가 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서로가 힘들게 되진 않았을텐데…“ 계속 되뇌이는 남편의 말씀에 저희도 무척 안타까왔습니다.
남편은 그간의 잘못을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과 통역을 통해 아내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듣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부인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언어가 같은 사람들끼리도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허다한데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살다보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라난 배경과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읽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일에 비해 노력을 너무 작게 기울이는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아내에게만 일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 한국문화에 적응하라고 하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인간관계는 서로가 주고 받음으로써 서로의 경험을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기에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남편도 아내나라 말을 배우고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