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이주여성국제포럼 폐막하면서 성명서 발표
아시아이주여성국제포럼(준비위원장 한국염)에 참가한 아시아 13개국의 이주여성인권활동가들은 4일간의 회의를 통해 인신매매, 국제결혼 이주여성, 이주여성의 건강, 서비스무역 자유화와 이주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성명서와 행동전략을 채택하였다. 또한 이 행사에 참가한 각국 참가자 50여 명(외국참가자 23명, 한국인 참가자 25명)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주여성의 인권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일부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례가 파악되고 있기에 이에 대한 한국사회와 정부차원의 문제해결을 촉구하였다.
2005년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성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열린 아시아이주여성국제포럼 참가자들은 28일 12시에 이번 국제회의의 의의와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성명서를 채택하고 기자회견과 함께 포럼을 마감하였다.
아시아 13개국(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대만, 태국)에서 온 포럼 참가자들은 이번 회의가 아시아의 이주여성인권활동가들이 이주여성문제를 다루기 위해 모였다는 점에 큰 특징과 의의를 부여하였다.
참가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나라간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한 이주노동의 증가, 여성 이주의 증가에 대한 이해를 같이 하였다. 특별히 WTO의 신자유주의협상내용은 가난과 지속 불가능한 개발, 그리고 사회 내 취약 그룹, 특히 여성들을 몰아냄으로써, 이들은 해외노동을 살아남기 위한, 혹은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삼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이주과정에서 인신매매의 위험성 증대, 이주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산재, 직업병, 모성보호 위협),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이주노동자 상품화에 대한 경계 등이 논의되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에서도 결혼이주(국제결혼)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겪는 문제는 사회적응 뿐 아니라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제기된다고 대만의 활동가는 전했다. 대만 남성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첫째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부모에 대해 물었을 때 다른 아이들이 나서서 “쟤네 엄마는 18만 달러 짜리 베트남 여자래요”라고 했다는 사례는 다양한 문제중의 하나이다. 또한 필리핀여성들의 한국으로의 결혼이주는 많은 경우 종교(통일교)와 연관되어 이루어지고 있으며, 충분한 언어 문화적 적응의 기회없이 이루어지는 결혼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사례들을 필리핀 현지 NGO에서 드러내기도 하였다.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서남아시아 참가자들은 서남아시아 여성들이 서남아시아 국가간, 또는 중동국가들로 인신매매되는 상황을 폭로하면서 이들 국가간의 인신매매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촉구하였다. 한 예로 1998년 인도로 인신매매되었던 217명의 방글라데시 여성과 어린이들의 송환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들은 성매매, 혹은 노동자로 팔리고 있으며 싼 값으로 인해 이들 어린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선호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각국 차원의 대책은 물론 아시아차원의 공동대책(공동조사, 연구, 캠페인, 네트워킹 등)을 논의한 참가자들은 아울러 한국의 이주여성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특별히 한국에서 임금체불로 고통받던 중 체류시한 마지막 날 목숨을 끊은 고려인 3세 여성 이주노동자 이니나씨 건에 대한 한국정부의 성의있는 보상과 대책을 촉구하였다.
오늘 포럼에서 발표된 성명과 행동전략은 이어지는 테스크포스 회의에서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할 예정이며, 아울러 올 12월에 열리는 WTO각료회의와 내년도 예정된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5년 평가회의시 아시아이주여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행동전략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아시아이주여성국제포럼
성명서 (2차 수정안)
(* 이 성명서는 2005년 9월 28일 오후 12시 현재 수정된 내용이며, 포럼참가자들이 성명서 기초위원회에 문구수정 등을 위임하여 이후 완성본이 제공될 예정)
2005년 9월 25일-28일
성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서울
아시아 13개국(방글라데시, 미얀마,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대만, 태국)에서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igrant Forumin Asia, MFA)의 회원단체, 이주노동자 인권단체, 종교단체를 대표하여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와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이 주최하고 아시아이주여성국제포럼준비위원회(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남양주이주노동자여성센터,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외국인여성노동자상담소)가 주관하여 2005년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이주여성국제포럼>에 참가한 우리 50명의 참가자들은 이 포럼에서 이주여성과 관련한 중요 문제들을 논의하였다.
이 회의는 이주여성인권활동가와 단체들이 이주여성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조직된 회의로서 아시아의 이주여성 관련 문제와 요구, 전략에 대한 지속적인 투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MFA는 1994년 설립과 첫 번째 아시아이주노동자회의 (주제: 아시아에서 이주노동자와 함께 살며 일하기)에서부터 아시아에서 이주의 여성화 현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였다. MFA는 또한 1995년 제4차 세계여성대회를 준비하며 “북경세계여성대회를 준비하는 아시아여성”이라는 주제로 여성의 인신매매와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경제의 세계화와, 노동과 여성의 이주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주여성에 대한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주의 여성화 문제는 지난해(2004년) 서울에서 개최된 제9차 아시아이주노동자회에서도 중심 주제로 다루어졌다.
이번 회의는 북경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1995)와 행동강령 10년을 조명하며, 서비스무역자유화가 중점 협상의제로 떠오른 WTO 설립 10년이라는 특별한 상황아래 개최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첫날 가진 이주여성 축제에서 이주여성, 이주여성인권활동가들은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함께 외치며 회의를 시작하였다.
– 이주여성의 권리는 인권이다
– 동일노동 동일임금
– 이주노동자는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다.
우리들의 활동의 결과 얻어낸 성과 중 지난 2003년 7월 1일,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의 역사적 발효를 축하하며 우리는 각국의 비준을 촉구하는 범세계적 캠페인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의 권리주창활동은 이주여성 이슈를 아시아는 물론 국제적인 차원에서 중심주제로 끌어올렸다. 이주여성들은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과정에 참가하여 세계인종차별철폐회의 선언에 기여하였으며, 2004년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 외국인여성 가사노동자 문제에 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훨씬 더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세계화와 WTO의 신 자유주의적 의제는 가난과 지속 불가능한 개발, 그리고 사회 내의 취약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노동을 살아남기 위한, 혹은 생활 개선의 유일한 방편으로 만듦으로써 이주의 발생을 증가시켰다.
국가안보 우선의 정부정책과 미국 주도의 “테러와의 전쟁”은 군사화와 국경통제 강화를 유발, 여성들의 불법 이주를 강요함으로써 이주여성의 상황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에 대한 범법자화와 단속은 종종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와 폭력을 동반한다.
가부장제적이고 성차별적 이념이 구축해낸 현재의 국제적 노동분업은 여성의 종속화, 여성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를 통해 빈곤의 여성화와 이주노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여성에 대한 조직적인 차별과 외국인혐오, 정부정책, 송출업체의 착취, 성차별, 그리고 여성의 노동과 경제적 기여에 대한 인식부족 등은 이주여성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뿐만 아니라 WTO GATS-Mode4는 여성이주노동자들에 어떠한 이익도 없는 오직 초국적기업의 투자 자유화만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GATS Mode4가 농업과 산업의 무역이익 확대를 위한 협상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주여성의 이동의 권리, 성과있는 취업과 평등을 실현하는 장애물들이다.
우리는 한편 이 회의를 통해 한국의 이주노동자인권활동가들이 이주여성 권리보호를 위한 연대와 실천활동에 여러 도전과제를 안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특별히 한국정부가 노동사무소의 미흡한 대응으로 자살한 이주여성 사례에 대해 책임있고 성의있는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 회의에서 우리는 이주여성의 삶을 증진시키기 위해 이러한 도전과제들을 함께 극복하고자하는 우리의 노력을 새롭게 하여, 아시아 여성이주노동자들의 주요 경향과 문제들을 논의하고, 아울러 참가자들이 인신매매, 건강, 국제결혼, 그리고 GATS-Mode4 문제에 대해 각국별 대응현황과 국제적, 아시아 차원의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논의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이주여성인권활동가들간의 연대의식을 높였다. 우리는 이주노동자인권활동가, 정부기구와 관련 단체들에 대한 건의사항을 마련하여 이후 지속적으로 수행해나가고자 한다.
[권고/제안사항]
노동력 송출국, 고용국간의 협력
+ 로비/권리주창/캠페인
– 송출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모니터하고 제재하기 위한 아시아차원의 기준과 각국 정부에 이러한 기준 채택과 실행촉구.
–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특별히 여성이주노동자를 개발의 파트너로 인정하도록 촉구.
– 노동력 송출국, 고용국 양국 정부간 인력송출에 관한 쌍무협정 촉구.
– 국회로비와 외교브리핑 등 아시아 차원의 캠페인과 로비
– 유엔기구에 이주여성관련 보고제출
– 가사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할 것과 가사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과 보호 촉구
– 안전한 송금채널과 송금관련 사기 등 피해에 대한 보호 장치 마련 촉구
+ 조사/연구
이주노동자 특히 이주여성 관련 법과 기준에 대한 이해 증진을 위한 노동력 송출국, 고용국간 참여, 협력적인 조사연구와 이주노동자, 언론과 관련 단체들에 대한 제공.
+ 교육과 훈련
– 여성이주노동자 출국전, 고용후, 귀국 후 교육에 인권과 이주노동자 능력고취 기준에 부합하는 기준마련을 위해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인권활동가가 참여하는 교육 평가와 개발 촉구.
– 인터넷을 통한 교육과 로비 활동 (온라인 캠페인)
– 정부를 포함한 이주노동자 관련 기관에 대한 양성의식 고취.
– 국제결혼과 해외취업에 대한 환상과 잘못된 이미지 타파와 적절한 정보 제공.
– 해외취업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시청각자료 제작과 송출국 해외취업 대기자들에 대한 배포
– 이주여성보호를 위한 아시아차원의 정책과 협약 개발
+ 조직과 능력고취
– 여성이주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한 훈련 개발과 인식고양활동 등 여성이주노동자 능력고취.
– 여성이주노동자들 스스로를 대표할 수 있는 조직에 대한 개발과 고취
+ 네트워킹
– 이주여성과 시민사회단체 등 타 부문 특별히 여성운동과의 연대강화
– 민중조직, 시민단체와 정부간의 협력을 통한 이주여성 권리 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