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고파”
그녀가 나에게 한 말중에 한국어로 말한 유일한 말이었다.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열여덟살, 조그마하고 귀엽게 생긴 그녀는 베트남여성이다.
여성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나도 어리디 어려보이는 소녀에 불과해 보인다.
그런데 여성이라는 표현을 쓴것은 그녀가 결혼을 하고 우리 땅에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지 보름도 안되어서 합의 이혼하고 우리 쉼터에 왔다.
베트남에서 결혼한지는 3개월이 된다고 한다.  
뭔지 모르지만 남편으로부터 억압당하고 무서워서 칼을 들고 난리치니까 남편도 안되겠다싶어 합의이혼해주고 집에서 쫓아낸 것이다.  그녀를 한국까지 오게한 결혼상담소 직원에 의해 우리쉼터에 온 그녀는 말도 안통하는 낯선곳에서 두려워하며 울고있었다.  한국에 온지 오래된 베트남 여성과 연결이 되어 전화 통역을 부쳐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고 우선 마음을 편하게 갖고 쉼터에서 있도록 하였다.  목을 보니 불룩하게 나온 것이 갑상선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몸도 안좋은데 어떻게 결혼하여 오게 되었을까?
좋아하는 남자친구도 있었다는데…….
추측하건데 부모에 의해 강제로 결혼하여 오게 된 것 같다.  물론 그 부모에게는 목돈이 건네졌다고 한다.  가난으로 인하여 어린 딸을 팔아(?) 넘긴것이 아닌가?
마음이 아팠다.  예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가난한 집안의 딸들은 친정을 살리기 위해 팔려가다시피 결혼하거나 멀리 남의 집에 가서 식모살이를 하기도 하고, 또 열악한 공장에 가서 힘들게 일을 하지 않았던가?
요즈음은 동남아 가난한 여성들이 가족을 위하여 말도 안통하는 낯선 이 땅으로 결혼하여 들어 오고 있다.  다행히 서로 이해하고 잘 살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폭력과 무시를 당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이주여성들이 많이 있다. 이혼을 하고싶어 집을 나오기도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가난은 여성들의 삶을 비참하게, 비인간적인 삶을 살도록 강요하게 되는 것 같다.
눈물을 흘려 빨간 눈이 된 똘망한 눈을 들여다 보며,  엄마라고 부르며 손짓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그녀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어떻게 도와 주어야 그녀가 인간다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는것인가 하면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다.
저녁을 먹으며 “엄마”하면서 나도 먹으라는 시늉을 하는 그녀를 보니 영락없이 철없는 딸이다.
저 어린 딸이 이 머나먼 이국땅으로 시집을 와서 고된 시집살이와 남편으로부터의 위압적인 대우를 받으니 말도 안통하니 겁이 날 수 밖에 없었겠다.  어찌 그 부모들은 이 철없는 딸을 먼 이땅으로 보내야 했을까?
가난이 죄라고 밖에 할 수 없는가?
왜 가난하면 여성이 피해를 당하는가?
이 아이를 무사히 고국으로 보내서 행복한 삶을 살수 있도록 도와야 할텐데………
마음이 무겁다.
우선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해 무료진료하는 곳에 데리고 가서 갑상선을 치료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