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살해당하는 이주여성의 죽음 앞에서
한국사회는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한국염
세모를 앞둔 때 또 다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A씨가 남편에 의해 살해당하는 참담한 사건이 우리 앞에 벌어졌다. 지난 12월 17일 새벽, 청도에서 28세의 베트남 여성이 정신장애가 있는 남편에 의해 살해당했다.
2014년 한 해에 여섯 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죽임을 당했다. 새해 벽두인 1월 14일에는 강원도 홍천에서, 1월 23일에는 경남 양산에서 두 명의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이 남편에 의해 살해당해 짧은 생을 마감했다. 7월 24일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남편에 의해 죽임을 당한 베트남여성, 8월23일 보험금을 노린 남편에 의해 7개월 된 뱃속의 아이와 함께 살해된 25세의 캄보디아 여성, 성행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관광기사에 의해 살해된 22세의 베트남 여성에 이어, 또다시 남편에 의한 결혼이주여성 살해라는 충격적인 사망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 여성들 모두 희망을 안고 한국에 왔다가 어처구니없이 죽임을 당한 이주여성들이다. 이중 5명은 남편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한 명은 남편에게 버림받아 생존을 위해 들풀처럼 떠돌다가 한 한국남성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비명에 간 이주여성들 앞에 엎드려 명복과 용서를 빈다. “ 당신들을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베트남 출신 A씨처럼 결혼이주여성들은 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는 코리안 드림을 갖고 좋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삶, 행복한 대화,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서로 의지하는 삶을 기대하고 한국에 온다. 그러나 이렇게 소박한 꿈을 꾸며 한국에 온 이들에게 한국인 남편은 무서운 폭력자, 살해자의 얼굴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어이없게 죽임을 당한 이들에게 한국사회는 무슨 말로 명복을 빌며, 무엇으로 그 가족을 위로할 수 있겠는가?
지난 17일 살해당한 베트남 여성 A씨는 2006년에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와서 경상북도 청도에서 살다가 변을 당했다. 남편은 43세로 정신장애자였다. A씨는 결혼할 때 남편이 정신장애가 있는 것을 몰랐고 결혼 후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결혼해보니 이혼한 중국출신 아내와의 사이에서 딸이 하나 있었다. A씨는 결혼 후에야 이 사실들을 알게 되었지만 시집에서 직장을 다니게 허락해주고, 시아버지가 잘해주어서 그것으로 위안을 얻으며 전처와의 사이에서 나은 딸을 길렀다. 딸이 친 엄마인줄 알정도로 잘 보듬으며 성실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살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남편에 의한 베트남 여성 A씨의 살해사건 이면에는 한국사회가 직시해야 할 몇가지 지점이 있다. 첫째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취약성을 약점삼아 진행되는 국제결혼의 문제다. 한국여성이었으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정신장애자와의 결혼을 추진한 시댁 가족과 중개업체의 인종차별적이고 기만적 행태의 문제다. 2010년부터 법적으로는 남편의 신원을 속일 경우 중개업체가 사기성 알선을 하면 처벌받게 되어 있다. 한국인의 경우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자신이 당한 사기성 결혼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고 해도 돌아 올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인신매매방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망에 의한 결혼일 경우 이혼은 가능하나 귀책사유의 범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체류할 수 없다. 따라서 중개업에 속아 결혼을 한 경우 귀책사유의 범주에 포함시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로 검토할 사항이 귀화의 조건에 관한 것이다. A씨의 경우 국적신청을 했으나 두 번 씩이나 거부당했다. 거부 이유가 한국인 배우자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가 없다는 것과 한국어 수준이 낮다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 이유가 타당한가? 무려 8년이나 장애남편과 시부모를 모시고 거기에 전처의 딸을 자기 자식처럼 키웠는데 자녀가 없다는 이유로 귀화가 불허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A씨가 한국에 왔을 때는 지금처럼 전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설치되지 못했을 때다. 청도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된 것은 2010년이다. 따라서 A씨가 입국한 초기에는 한국어를 배울 곳이 없었고, 이후에는 친정을 돕고 가정경제를 위해 직장생활을 하느라 한국어를 배우는데 시간을 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한국에서 한국인 가족과 8년 동안이나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한국어를 이유로 귀화를 불허하는 게 말이 되는가? A씨는 세 번째 귀화신청서를 준비중이었다.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살아온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하고, 귀화가 불허되는 현실은 한국어가 단순히 언어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셋째로 장애복지에 대한 것이다. A씨의 남편은 2008년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으나 2013년 장애외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장애등급판정기준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신장애자인 남편은 복지혜택에서 제외되면서 이것이 스트레스로 적용했을 소지가 있다. A씨의 남편이 A씨를 목졸라 살해한 것이 2013년 장애외등급을 받은 1년 후라는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장애경계선에 서있는 사람들의 복지헤택을 축소시킨 결과가 경계장애인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넷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관련된 문제다. 그동안 가정폭력으로 죽임을 당한 결혼이주여성의 경우를 보면 거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것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전국에 217곳이 되고 여성가족부는 이 숫자를 다문화가족적응강화의 상징으로 내세우지만 사실상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이용율은 30%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정말로 다문화가족지원세터가 필요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지 못한다. 설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용하는 이주여성들의 경우도 막상 폭력이나 인권문제가 생기면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적응지원에 촛점을 맞추다보니 인권지원이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만들어 놓은 제도조차도 이용할 수 없이 곤고한 삶을 살아야 하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속절없이 죽임을 당하는 이주여성들 앞에서 한국사회는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것인가?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이 땅을 찾은 이주여성들에게 그 꿈을 이루어주지 못하고 죽음으로 몰고 가는 사회라면, ‘다문화가족’이라는 허상을 버려야 한다.
꽃다운 젊은 여성들이 아내라는 이름으로 온 땅에서 무참히 죽임을 당한 현실 앞에서 성서 한 구절로 애도의 말을 대신한다.
“그들이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들이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