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설회사 여직원이 전화를 했다.
마음씨 좋은 중국사람이 자기네 회사의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했었는데 부인이 아기를 제왕절개해서 낳았다고 한다.  건강보험도 없고 돈도 없는 것같은데 말이없는 이 중국사람 왕씨가 안돼보여서 인터넷 뒤져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는 단체를 찾다가 우리 센터를 알게되었단다.  우리가 출산모 지원을 하니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 연락했단다.
병원을 알아서 다음날 찾아갔다.  입원실에서 만난 왕씨부부는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들 같았다.  특히 산모의 얼굴 표정은 해맑아 보였으며, 늘 웃음을 잃지 않는 듯했다.
부인은 5년전에 들어와서 자수를 하면서 돈을 벌어 고향집에 보냈다.
남편은 4년전에 들어와서 일을 했는데 처음에 나쁜 기업주를 만나 불법체류자임을 알고 임금도 조금주고 마구 부려먹었다고 한다.      
둘이 만나 사랑하게되고 동거하면서 결혼신고만 하였다.
임신하면서 부인은 일을 안하게되고, 남편도 막노동일이라 벌이가 넉넉지 않아 병원비를 준비는 했지만 제왕절개수술비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것이었다.
원장님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기로하고 원장님께 전화를 드리고 찾아뵈었다.  다행히 원장님은 소탈하신분으로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이것 저것 물어보셨다.   자기가 어떻게 도와줄수 있을가 하면서 병원비의 50%를 할인해 주시겠다고 하였다.  그래도 준비한 돈이 조금 모자라 외상으로 퇴원하였다.  
엄마는 건강한데 아기는 황달기가 심해서 걱정이었다.
퇴원하는날 집에가서 남편에게 미역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랬더니 금방 밥과 반찬 한가지를 후딱해서 셋이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였다.  밥, 미역국, 오이반찬 등 딱 세가지를 상에놓고 셋이서 맛있게 먹었다.  부인이 임신한 후로는 늘 남편이 식사 준비를 하였다고 한다.  중국남자들이 음식을 잘한다고 하더니 맞는 말인것 같다.  오이반찬이 참 맛이 있었다.
며칠안되어서 아기가 황달이 심해 소아과 전문병원에  입원하였다가 5일만에 퇴원하였다.
햇볕을 많이 쬐어 주라는데 집이 구석진곳이라 햇볕이 들지 않는다.
또 일주일쯤 지나 아기가 계속 황달이 안떨어지고 장이 탈이나서 설사를 계속하여 다시 입원하였다.
병원에 가니 엄마의 해맑은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 떨어진다.  아기의 숨쉬는 소리가 이상하다고 한다.  심장에 이상이 있는것 같다고 초음파 검사를 하란다.  검사결과 심장에 작은 구멍이 뚫렸단다.
작은 구명은 자라면서 저절로 막히는 수가 있다고 몇달 기다려보잔다.
모유는 자꾸 설사를 하여서 먹이지 말란다.  분유를 먹여야 한다.  다행히 몇달전 센터에 지원받은 분유가 있어서 그것을 주기로 했다.  두번의 아기 입원료가 많아  병원에 할인 요청하고, 일부 의료비 지원금이 확보되어 도움을 줄 수있게 되었다.   그래도 고향 형에게 돈을 꾸어 나머지 병원비를 충당했다고 한다.
다행히 황달은 뚝 떨어졌고 분유를 먹으면서 설사도 멈췄다.  이제 심장의 작은 구멍이 자연적으로 막히기만을 기원할 뿐이다.  오늘도 전화해보니 아기가 분유도 잘 먹고, 잘자고, 건강하단다.
가을에 다시 병원에 가서 심장검사를 해야 한다.
요즘 경제상황이 안좋다보니 외국인노동자들도 일거리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더우기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불법체류자들을 강력 단속하니 외국인노동자들도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은것 같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손자를 보고싶어 하신단다.  빨리 돈을 벌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이 들어도 이들 부부는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시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