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혼이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중단한 캄보디아의 결정을 보면서-
한국염/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지난 3월 5일에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대사관에 “국제결혼 관련 인신매매행위 예방을 위한 절차를 마련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국제결혼 신청서 접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국제결혼 금지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잠정 중단 이유는 캄보디아 국내법상 ‘결혼중개업체나 중개인 또는 결혼중개전문회사를 통한 혼인은 절대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중개에 의한 결혼이 적발되는 등 문제점이 있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단조치의 발단은 작년 9월, 국제결혼중개업체가 캄보디아 여성 25명을 한국인 남성과 집단 맞선을 보게 한 현장을 캄보디아 인신매매 단속 담당 경찰관들에게 적발된 데서 연유되었다. 더욱이 그 맞선 자리에는 16세의 미성년자로 있었다고 한다. 단속에 걸린 현지 중개업자는 10년 형을 선고받았고 한국인 중개업자는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풀려났다고 한다( 풀려난 배후 이야기를 언급하면 자칫 허위유포 죄가 될 우려가 있어 생략하고…). 아무튼 캄보디아 정부가 현행 한국 중개업체의 자국민과의 결혼 중개방식을 캄보디아의 시행령을 따르지 않는, 불법적이고 인신매매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캄보디아 여성을 상품화하지 마세요.
캄보디아 정부의 국제결혼 중단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년 전인 2008년에도 같은 조치가 발표되었다. 2008년 3월 27일 사르켐 캄보디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국제결혼이 당사자들의 의견보다 브로커들에 의해 돈으로 사고 파는 인신매매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국제결혼을 추진할 수 있는 규정이 만들어 질 때까지 현재와 같은 형태의 국제결혼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캄보디아 여성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을 중단하게 된 배경은 경향신문의 2008년 6월 23일자 주한 캄보디아 대사 림 삼콜 씨와의 인터뷰 기사에 잘 드러나 있다. 림 대사는 “한국인 신랑이 많은 돈을 내지만 돈은 결혼 중개업체의 브로커들이 전부 차지합니다. 신부의 가족들은 거의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보통 국제결혼 절차는 급하게 처리되는데, 애정은커녕 여성과 여성의 가족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없어요. 캄보디아의 관습이나 전통 문화에 대한 배려도 없고요. 우리는 캄보디아 여성과의 결혼이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라고 캄보디아 여성과 한국인의 국제결혼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 캄보디아여성은 상품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가족의 새 구성원을 환영하고 문화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주기를 요청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두 번에 걸친 중단초치의 핵심은 림 대사의 말처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 한국의 국제결혼중개업과 이와 제휴되어 있는 현지 브로커들에 의해 캄보디아 여성이 상품처럼 취급 된데서 비롯된 것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에 국제결혼중개업이 그리 많지 않았다. 2007년에 한국에서 후안 마이라는 베트남 여성이 남편의 폭력으로 갈빗대 18대가 부러져서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자 베트남 정부가 국제결혼을 규제하고 나섰다. 지방의 인민위원회(지방자치단체)에서 결혼당사자들을 면담하고 신랑의 부양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재산이나 가족관계 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정책을 세웠다. 이렇게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베트남을 대상으로 하던 국제결혼중개업이 옆 나라인 캄보디아로 이동해 국제결혼을 알선하기 시작했다. 2008년 국제결혼 실상을 알아보기 위해 프놈펜을 방문했을 때 그곳에서 들은 정보로는 2007년만 해도 12개에 불과하던 국제결혼중개업이 일 년 사이에 120개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 중개업들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이동한 업체들이라고 했다. 이들이 베트남에서 하던 관행 그대로 캄보디아에서 결혼알선을 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알선 업체에 의한 결혼절차와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간 결혼의 방식 및 절차에 관한 시행령”
보통 국제결혼알선업체에 의한 결혼 일정은 불과 3박 4일, 길어야 4박 5일 동안이다. 첫날 중개업의 인솔 하에 현지에 도착해서 다음날 신부 감을 선택하고 오후에 형식적인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 다음날 결혼식에 이어 피로연을 연 대사관 면접을 마치고 신혼여행 형식의 합방절차를 거친다. 다음 날 신랑은 한국으로 귀국하고 신부는 남편의 초청으로 입국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캄보디아의 경우는 한국 대사관 면접 전에 캄보디아 내무부의 면접을 거치는 순서가 더 있다. 캄보디아에서 내무부의 면접을 거치게 된 것은 2008년 국제결혼 중간조치 이후에 마련된 제도에 의한 것이다. 국제결혼 중개업에 의한 국제결혼에서 캄보디아 여성이 상품화되고, 인신매매성 성격을 띠게 되자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민의 국제결혼을 일시 중단시키면서 국제결혼에 관한 법률을 새롭게 제정하였다. 국제결혼중개업을 내무부에 등록하도록 했고, 집단맞선을 금지했으며, 월소득증명서와 건강증명을 비롯한 신상정보를 입증하도록 하는 등을 내용으로 한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의 결혼방식과 절차에 관한 시행령”을 만들고 2009년 1월 19일 중단되었던 국제결혼을 다시 재개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여전히 현지 법령을 무시한 채 서류를 위조하는 등 탈법적으로 결혼을 진행해 왔다. 이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다 집단맞선 단속에 걸려 다시금 중단초치가 취해지게 된 것이다.
한편 캄보디아 외교부는 한국대사관에 2010년 2월 2일자 공한으로 주재국의 “캄보디아 국민과 외국인간 결혼의 방식 및 절차에 관한 시행령‘ 5조에 의거, 외국인은 신원확인 허기 신청 절차 완료를 위해 최소한 1개월간 체류하여야 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1개월이란 외교부 심사기간 5일, 내무부 심사 5일, 지방관청 3일내 심사 완료, 공고기간 10일로 규정하고 있어 최소한 1개월이 소요된다는 법해석이다. 과연 한국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1개월 씩 체류하면서 국제결혼을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있을까?, 또 한국의 남편들이 생업을 파해가면서 1개월 씩 캄보디아에 체류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이 규정대로라면 중개업의 알선에 의한 결혼은 문을 닫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아니면 새로운 절충안이 나오려나?
결혼이주여성의 상품화에 대한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이번 캄보디아의 국제결혼 신청서 접수 중단조처를 보며 어떤 생각들이 들까? 굳이 결혼이 인륜지대사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최소한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 떨어지는 나라의 여성들이라고 해서 이들을 상품화하고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그런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행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주한 캄보디아 림 대사의 지적인, “우리는 캄보디아 여성과의 결혼이 상품처럼 취급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라는 말은 이번 사건의 핵심 메시지로 읽고 다문화사회 신드롬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림대사의 말과 함께 떠오르는 것은 후안 마이 살해 재판에서 한 재판관의 고백,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21세기 경제 대국, 문명 대국이라고 하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과 미성숙성을 돌아보아야 한다.”라는 말이다. 위 두 말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우리사회가 이주여성을 상품화하고 차별한 범죄에 대한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시아여성을 상품화하는 잘못된 국제결혼 관행의 한 복판에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있다. 양식있는 국제결혼중개업자들조차 우려하듯이 탈법적이고 착취적인 중개행태가 아시아여성만을 울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남성들도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이런 악덕 중개업자들은 캄보디아에서 국제결혼이 중지되거나 규제가 강화되면 또 어디로 갈까? 과거에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했듯이 규제가 덜 엄한 다른 나라 여성을 찾아 나설 것인가? 그러면 또다시 이번과 같은 사태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국제결혼중개업체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는 자정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된다면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으련만…
아시아 여성과 한국남성의 국제결혼이 인신매매적 성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그런 잣대를 버려야 한다. 사람을 장사 속으로만 보는 국제결혼중개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와 감시가 필요하다. 차제에 국제결혼중개업에 의한 매매혼적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국제결혼중개업체 관리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에서의 국제결혼 중단사태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로, 이 땅에서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따뜻한 이웃으로 보듬어 안는 계기로 삼아 이주여성들이 기죽지 않고 사는 그런 풍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