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지난 21일 한국인 남편의 폭력으로 두 아기를 잃고 중테에 빠진 필리핀 여성의 사태에 접하고 각 언론사에 다음과 같은 입장 발표를 했습니다.
– 아버지에게 맞아죽은 국제결혼 가정의 두 어린 생명을 애도하고
중태에 빠진 필리핀 아내의 조속한 회복과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기원하며-
지난 11월 19일 오후 1시 40분, 부천에서 의처증을 가진 한국인 아버지가 둔기로 때려 자신의 두 자녀를 숨지게 하고 필리핀 아내를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나 일회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많은 이주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발생한 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보고에 의하면 10-14%가 신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며, 현재 벌거나 이혼한 이주여성의 경우는 신체적 폭력이 5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주 여성에 관심하는 여성단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40% 이상이 남편에게 폭력당한 경험이 있는 바, 역시 50%이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우리 센터에서 상담한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들의 경우,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폭행의 주된 이유가 가부장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의처증과 주사인 경우가 많았다. 폭력의 형태도 물건을 내던지는 것에서부터 주먹으로 치고 아령으로 머리를 치거나 발길질을 하며 심지어 칼로 아내를 협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 어떤 중국동포 여성은 밤에 남편이 목을 졸라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깨어나 보니 그 다음 날 아침이었던 적도 있었다. 때로는 부인 앞에서 방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우즈베키스탄 아내의 경우는 남편이 술을 먹고 아내가 안고 있는 아이를 빼앗아 내던지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일 아기 어머니가 안간힘을 써서 말리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죽었을 것이다. 한 여성의 경우는 남편이 얼굴을 구타하고 식탁 의자를 내던져 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인 남편들의 행태에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고 이외에도 자기 아내가 제삼세계의 가나한 나라에서 온 여성이라는 것, 자기 아내가 사랑이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왔다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이주여성들이 가장 질색하는 말이 “너는 내가 돈 주고 사왔으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돈을 주고 데려 왔으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가 이주여성을 함부로 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고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주민 아내에 대한 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인 남편들의 가부장적 사고와 인종차별적 행태를 바꾸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적이고 인종차별 없는 열린 세상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관계당국은 이번 두 어린 생명이 죽고 그 어머니를 중태에 빠뜨린 이번 사건을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의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고 이주여성의 인권과 존엄성을 살리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물론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