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제일이다?

              한국염

     지난 6월 15일부터 16일까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우리민족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남과 북, 해외동포들이 모여 615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하고 정상회담에서 결정한 사항들의 이행을 촉구하였다. 1, 2차는 금강산에서, 3차는 남쪽과 북쪽이 따로 하다가 올해 4차 대회를 처음으로 남쪽에 모여 열었다. 북쪽에서 1백여 명이 왔고 남쪽에서 천 명 가량이 참여하였다. 이미 금강산에서 열렸던 남북여성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별로 새로울 것이 없지만, 남쪽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이기에 기대를 갖고 참여하였다. 북측 대표들은 대회사에서 3대 구호를 중심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남쪽에서도 이에 화답하였다. 대회 내내 “우리 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루자”  ”우리 민족 제일이다“  ”남북공조, 조국통일“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한다거나 민족이 공조해야 하다는 것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리 민족 제일이다“하는 구호를 들을 때 등이 오싹했다. 밤에 인천 문학경기장 야구장에서 남북 예술 공연이 열렸을 때, 스탠드를 꽉 채운 사람들이 “우리 민족 제일 좋아”라는 북한 가수들의 노래에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한반도기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고 중얼거렸다. 옆에 있는 다른 여성 참가자들에게 ” ‘우리 민족제일이다’는 구호는 너무 심한 것 아니야? 민족중심주의는 곧 차별주의인데, 난 이 구호가 영 못마땅하네! “ 하고 말했더니,”참,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을 하는 목사님 입장에서는 그렇겠네. 목사님 이야기 들을 때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네요. “ 하고 공감을 해주었다.

   미국에 기죽어 사는 우리에게 ‘우리 민족이 제일’이라는 구호는 민족자긍심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약소국으로서 민족을 외치는 것은 ‘민족생존’과 결부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독일에서 한국 여성운동을 소개하면서 민족문제를 언급했을 때,  지도교수가 ‘민족주의’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그때 나는 ”독일에서는 히틀러 시대의 경험 때문에 민족문제가 좋지 않은 개념으로 쓰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민족주의’가 문제지, ‘민족’을 강조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 “ 이렇게 항의한 적이 있다. 물론 독일의 아리안주의가 빚어낸 유대인 학살! 일제의 천황주의가 빚어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만행! 그 속에 들어있는 민족주의가 빚어낸 병폐, 즉 민족주의가 민족우월주의로 이어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삐뚤어진 제국주의로 나아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약소국가로서의 민족주의는 다르다는 생각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일제식민지 지배 하에서 민족의 해방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고, 분단 상황에서 한 민족이라는 말은 통일의 키워드이고,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이나 한미행정협정과 관련해서 민족주의라는 것이 당위성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문제와 씨름하면서 민족주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접하면서 민족주의라는 것이 자칫 민족우월의식이나 열등의식으로 이어지고 타민족이나 타인종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지게 됨을 보았다. 민족우월주의로 이어질 때는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나 민족에 대해서는 얕잡아보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가난한 제삼세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함부로 대하고 무시한다. 반대로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 대해서는 민족열등의식에 빠져 부러워하면서 좋게 대접한다.  제일세계에서 온 백인들에게는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이런 실정에서 “우리 민족 제일이다.” 라는 구호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몸서리쳐지는 구호이겠는가? 가뜩이나 인종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 민족 제일’이라는 이 구호는 차라리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폭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국제 결혼한 여성들이 한국에서 당하는 고통이다. 결혼을 하면 응당 배우자를 존중하며 잘 살아야 하는데 흔히 한국 남편들은 못사는 나라에서 온 여성이라고 아내를 구박한다. 툭하면 ‘너희 나라’, ‘너희 백성’ 운운하며 모욕을 준다.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를 서로 이해하면서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래야 한다”라면서 우리나라 문화에 적응하기를 강요한다. 이건 가난한 나라의 남자들과 결혼한 한국여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편 나라의 문화와 풍습에 대한 배려 없이 우리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뒤집어서 제일세계의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 우리 문화가 우월하니 우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내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국남편에게 구타당하고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이주여성들을 대할 때마다 한국인의 잘못된 민족우월감과 인종차별주의에 화가 난다.  

   ‘우리 민족 제일주의’는 북한에서는 미국을 겨냥하고 하는 소리겠지만, 우리 남한의 경우는 제삼세계에서 온 이주노동자 내지 가난한 나라에서 온 배우자들을 멸시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민족은 하나가 되어야 하고 민족끼리 물론 서로 도와야 한다. 북한의 용천사고, 북녘에서 굶주리는 동포들을 남쪽은 당연히 도와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 끼리나 우리 민족 제일주의는 곤란하다. 우리 민족제일주의는 다른 나라와 더불어 사는 것을 방해하고, 세계가 한 평화의 공동체가 되는 것, 더불어 숲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인류가 지구촌에 사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사실을 미국이라는 한 패권주의 나라에서 잘 배우고 있지 않은가? 배타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통일의 길, 민족사랑의 길을 고민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