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토야 이야기
며칠전 몽골 여성 오르나(가명)가 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아기를 안고서 말이지요. 아기 이름은 우린 토야, 매우 예뻤습니다. 오르나가 우리 센터와 인연을 맞게 된 것은 같은 나라 여성인 칸을 통해서였고요. 칸은 한국인 남자와 국제결혼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 매우 자립정신이 강한 여성이지요. 한국말을 썩 잘해서 몽골어 통역이 필요할 때는 많은 도움을 받곤 합니다. 이 칸이 어려운 몽골 친구의 사정을 이야기 했습니다. 임신을 해서 아기를 낳았는데, 조산을 했고 아기 체중이 1100 그람밖에 되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데, 병원비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라고요. 국제결혼을 한 여성이 아니라 자국민 노동자와 결혼을 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데, 남편과 아내 둘 다 소위 불법체류자이고보니 병원비를 해결할 길이 없는 것이지요. 거기다 아기의 시신경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해야 했고요. 마침 공동모금회 이주여성 긴급의료지원비 프로젝트가 있어 병원비를 다소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모자라는 금액은 일해 갚기로 하고 우리 센터가 보증을 서서 퇴원을 했었습니다.
아기가 워낙 작고 보니 퇴원을 해서도 제대로 자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일 년이 되어 아기가 돌이 되었다고, 고맙다고 우리 센터를 찾아왔습니다. 예쁘게 자란 아기를 보니 반갑기도 하지만, 앞으로 또 아기가 자라면서 2차 눈 수술을 받아야 한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마도 그때 가면 모금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이주여성의 고통에 동참하려는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지요. 아직은 우린토야의 발육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부디 튼튼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무리 없이 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린토야의 엄마가 예쁜 아기를 자랑도 할 겸, 고맙다는 징표로 아기의 사진을 주고 갔습니다. 우린 그 사진을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아기야, 건강하게 잘 자라라!“하는 기원을 하지요. 그 아기의 모습을 공유하고, 사진을 보는 모든 이들이 우린투야의 건강을 빌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우리 사이트 사진방에 아기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우린토야를 보면서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아기문제를 생각해봅니다. 대부분이 한국에서 아기를 기를 능력이 안 되어 아기를 낳으면 빠르면 한 달에서 석 달 정도 기르다가 자기 고향으로 보냅니다. 아기를 보내놓고 엄마는 그 아기가 보고 싶어 마음을 적시고요.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협약“에 보면 이주노동자들이 자기가 처한 곳에서 아기를 기를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는데,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숨어 사는 형편에서 아기를 마음 놓고 기를 수 있는 형편이 못되는 거지요. 아기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모든 사람들이, 외국인이던 내국인이던 자기가 살고 싶은 곳에서 일하며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06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