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즈 워드 신드롬과 한국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한국염
   나는 개인적으로 ‘혼혈인’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혼혈이란 피가 섞였다는 것인데, 이 용어가 가부장 혈통중심적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는 다분히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의미를 내포하기 있기 때문이다. 이미 1990년대 혼혈인 차별 반대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는 ‘혼혈’이라는 말 대신에 “이중문화 가정 자녀”라는 말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한 바 있는데, 국제결혼 이주여성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는데, 문제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간혹 혼혈이라는 말을 섞어 쓰기도 한다.
   아무튼 현재 한국에서는 ‘코시안 자녀들“,” 국제결혼 자녀들“, ”다문화 가정 자녀들“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는 이들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정적으로 긍정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부정적으로는 작년에 프랑스와 호주에서 일어난 소위 ’인종폭동‘으로 불리는 사태 때문이거나  국민2세라는 혈통중심적 사고에 의한 영향이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인권문제나 더불어 사는 공생사회적 측면에서 이 어린이들의 삶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기반은 매우 약하다.

   얼마 전에 한 방송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하인즈 워드 방송을 보았느냐고, 그 일을 계기로 국제 결혼한 가정의 혼혈아에 대한 인터뷰를 부탁한다는 것이다. 하인즈 워드가 누구인줄 몰랐던 나는 처음에는 기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감을 잘 잡지 못했다. 워드가 누구냐고 했더니 한국인과 흑인 사이에 난 혼혈인으로 미국 슈퍼볼 스타라는 것이다. 순간, 한국인의 고질병 발작이 또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다가, 누가 유명해지면 법석을 떠는 습성 말이다. 그래서 30초짜리 인터뷰를 하면서 국제결혼 2세들, 즉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누구나 하인즈 워드가 될 수 있는 잠재성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위해 한국사회가 인종편견을 머리고 이 땅에서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끝냈는데, 후에 보니 내 인터뷰 내용은 빠지고 그 자리를 하인즈 워드 성공스토리가 더 첨가 되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신문에서 온통 하인즈 워드 이야기더니, 하인즈 워드 모자가 한국을 방문하는 기사가 나온 다음부터는 온통 언론이 그 하인즈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다. 하인즈 워드 방문에 대기업은 물론 온갖 기업들이 줄을 대지 못해 안간힘이고, 평소에 혼혈아동에게는 관심조차 없던 정치권이 혼혈인 차별 금지법을 만든다고 설친다. 하인즈 워드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아무도 하인즈의 고통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 이참에 하인즈의 어머니 김영희씨의 말을 음미해보자. “
   “한국사람 안 쳐다보고, 생각 안 하고 살아온 30년이었어. 내가 워드 데리고 한국 왔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그 놈 거지밖에 안 됐겠지? 여기선 누가 파출부라도 시켜줬을까?… 이제 와서 우리 워드가 유명해지니 관심을 참 많이 가져준다. 좀 그래. 부담스럽지 뭐. 세상사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한국에서 살았으면 거지 밖에 안됐을 것이라는 자조섞인 김영희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혼혈인들을 얼마나 냉대했던가? 미국사회에서 성공한 하인즈 워드가 한국인의 피를 갖고 있다고, 한국인이 대단한 것으로 내세우면서 왜 한국에서 살고 있는 혼혈인들에 대해서는 그토록 무관심하고 차별하는가? 역사상에서 한 번도 단일민족인 때가 없었는데도 단일민족임을 내 세워 순혈주의를 강조하여 혼혈인들을 차별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는 얼마나 자기 기만적인가? 따지고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냉대 받고 차별받아 온 소위 혼혈인들은 유엔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들어와 우리네 여성들을 성노리개로 삼았던 한국동란과 그 참화의 잔재가 빚어낸 역사의 희생자들이다. 이 전쟁사의 희생자들에 대해서 우리 한국사회는 어떤 보상을 했는가? 보상은커녕, 순혈주의에 집착하여 무시하고 차별하였고 그 결과 혼혈아동들의 설 자리를 없게 만들었다. 이런 한국 사회가 단지 한국인 피가 석인 스퍼 볼 스타라는 이유로 미국의 하인즈 워드에 대해서는  신드롬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 ‘하인즈 워드 신드롬’에 대해 그 역시 혼혈인으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 배기철(52) 회장과 아내 안성자(53) 씨 부부는 “그의 성공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그 사람이 한국을 떠날 때, 그리고 선수로서 성공할 때까지 누가 관심이나 가져준 적 있느냐? 단지 그의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영웅시하고 열광하는 것에 마음이 씁쓸했다. 한국 땅을 지키고 살아온 혼혈인들이 열등감을 갖거나 또 다른 차별을 받게 될까봐 걱정이다.” 라고 기독교방송 정범구와의 시사토크에서 말했다. 물론 이 하인즈 워드의 성공 이야기에는 어려울 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아 살기 위해서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이를 악물고” 산 어머니 김영희 씨의 지난한 삶의 여정이 있었다. 김영희씨의 피맺힌 노고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인 어머니의 위대한 승리”라고 했다던가? 이런 말은 자칫 성공하지 못한 혼혈인 자녀들 둔 어머니들에게 자괴감을 갖게 하는 도구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서가 아니라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혼혈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4월 4일자 한겨레 신문의 “워드 모자와 혼혈인들 앞에서 참회한다.’는  사설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한겨레 신문은 우리가 참회해야 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우리의 자기 기만을 고발한다.  

“성공한 워드에게 방송은 수천만원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최고의 가수조차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출연을 불허했던 게 얼마 전 일이다.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와 의복, 숙소(하루 600여만원)를 제공했으나, 다른 혼혈인에게 일할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 기업은 별로 없다.”

“대통령이 워드와 함께 식사하지만, 군은 혼혈인에게 입대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서울시는 명예시민증을 준다지만, 따돌림 때문에 학교를 뛰쳐나간 혼혈인의 교육을 걱정하는 기관은 없다.”

  우리는 하인즈 워드 신드롬을 보면서 한 개인 성공담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 신드롬 그늘에 가려져 있는 차별받고 고통 받는 혼혈인들의 문제에 관심해야 한다. 하인즈 방한을 계기로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5일 “국제결혼 가정과 그 자녀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과 차별대우를 없애고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에 열린 우리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농촌에서 10명 중 4명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어 혼혈인이 크게 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이 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혼혈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복지책을 마련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검토 중이란다. 다행인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단일민족으로서의 우수성을 강조한 내용을 뺄 것이라고 한다. 교과서를 통해 인종차별의식이 조장되기 때문이다. 하인즈 워드 방한을 계기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 처우 개선문제가 제기 되고  권익신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 역시 신드롬이 끝나면 시들해지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현재 여성가족부의 2005년 자료에 의하면 국제결혼 가구의 평균 자녀수는 1.16명으로 이를 근거로 추정할 때 한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수는 약 78,000 명 정도며 이중에서 12세 이하의 자녀가 9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 경우 언어습득과 또래 관계 형성에서 장애를 겪고 있다. 한국어에 능숙치 못하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림이나 소외현상이 심각하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의하면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 경우 집단 따돌림 경험이 17.6%로 이유가 엄마가 외국인이라서가 34.1%, 의사소통이 안되서가 20.7%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발달장애나 학습장애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파악조차 제대로 안되고 실질적인 지원책도 없는 형편이다. 도시 빈민 가정의 자녀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교육문제인 것처럼, 도시 빈민층과 농어촌 층을 형성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교육문제로 빈곤의 대물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실정에서 정치권이 검토하고 있는 이미 차별별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혼혈인 차별금지법‘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법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말 나온 김에 “혼혈인 차별 금지법”의 폭을 넓혀 ‘인종차별 금지법”으로 바꾸어서 피부색,인종,  민족, 국가, 혈통에 의한 차별을 첦폐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혼혈 차별 금지법’도 따지고 보면 혈통 중심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한 , 옹졸한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모두 미래의 ’하인즈 워드‘가 될 잠재성을 갖고 있다. 성공한 하인즈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우리들의 꿈나무 하인즈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이정표를 세우자.  이것이 ‘하인즈 워드 키워드’가 담아야 할 진정한 메시지여야 한다.
                             2006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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