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이여인터 모성보호팀 가족모임

작년 한 해 창신동 골목길을 돌고 돌았던 기억이 새롭고
덥고 비오고 그리고 추운 겨울날
그 작고 초라한 쪽방의 아기들을 보며
기쁘고 서글프고 감사하고
솔직히 어쩌다
내가 아플때는 만사 귀찮기도했었다
아기들 엄마의 희망과 두려움과 소망이
우리 허리를 묶었음을
그들 아기들을 본국 부모에게 보내고
우리의 일(방문)이 종결된 후에야 알게되었다

서툰 한국말로 이야기하며 눈물 짓기도하던
그들이 궁금하고 보고싶었다
본국으로 보내진 아기들은 잘 크고있는지
다시 일터로 돌아 간 엄마들은 잘 지내는지…

그들은 일요일 밖에 시간이 없고
우린 일요일이 제일 바쁜 엄마들 아닌가
4월 모성보호팀 월례회의 때 5월 16일
가족모임을 하기로 결정이되었다
모두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기로 하고…
그러고 보면 가족 모두가 봉사에 참여하는
가려진 참여자인 셈이다

제각기 연락을 하고
그리고 만나는 것 만으로도 기쁘겠지만
나눌 뭔가가 있으면 더 기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말 음식도 풍성했고 선물도 풍성했다

몇달 만에 얼굴을 보는 순간 정말 반갑고 기뻤다
버찌의 어둡게 그늘졌던 그 얼굴의 혈색이 밝아지고
앵두의 야위고 파리하던 모습도 건강해 보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씩씩하고 활달한 살구
난 정말 그애에게서 희망을 본다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보낸 안타까움 대신
다른 희망이 그 자릴 덮었으리라
장미는 아직 아기를 보낸 상처로 몸도 마음도 아픈듯
목소리가 우울하더니
아퍼서 모임에 나오지 못했다

또 똘밤인 어떤가
윗 잇몸도 없이 입천정도 목젖까지 쫙 벌어진
심한 언청이였던 모습은
수술 후 놀랍게 변해 우리가 항상 기뻐했지만
놀랍게도 수술 후 4개월 생후 약 8개월인
똘밤이 이가 위 아래 2개씩 4개가 났다
우린 그동안 걱정했었으므로 기뻐 박수치고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최영옥씨가 돌보는
방글라데시인 레몬이 아들 귤과 함께왔고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처럼, 여기도 아파 저기도 아파 그때마다
보살피느라 고생한 최선생님
레몬은 한국에 와 병도 고치고 좋은게 많다고…
코에 피어싱한게 신기했고 아들 귤의 예쁜 눈이 참 인상적이었다

네팔인 능금과 연락이 안되어 섭섭한 정혜숙씨
능금에게 어려운 사정이 생긴것 아닌가 걱정했고
그밖에 내가 알지못하는 베트남인 두 가족
정나미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우린 정말 다정한 시간을 보냈다
그들도 무척 좋았던지 매달 한 차례 모이면 좋겠다지만
문제는 우리들이라….
두달후에 다시 가족모임을 갖기로 했다

모성보호팀 팀장 정혜숙씨와 담당 강성혜씨의 진행으로
모임을 이끌었지만 그들 만남의 잔치로 시끄러워지자
한국염목사님은 풍성하게 그들만의 잔치를 나누게 그냥 지켜보라고
교통정리를 해 주셨다

우리 모두
아침 일찍부터 교회도 다녀와야 했고
사진도 찍고 많이 웃으며 하루를 보냈으나
집에 있는 가족들은 얼마나 심심했겠는가
그래서 적어보는
일요일, 우리들 엄마 혼자의 외출 보고서이다.

산본에서 김일향
(5월 20일날 쓰신 글인데 늦게 올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