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한 캄보디아 여인이 우리 센터를 찾아왔다. 나이는 22살로 18살에 한국에 시집와서 남편과 3년을 살았다고 한다. 남편은 중증 장애인이었다. 결혼은 사진만 보고 했는데,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장애인인줄은 몰랐다고 한다. 3년 동안 한 일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간병과 뒤치닥거리였다. 그 남편은 짜증이 나는 일이 있으면 부인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삼년동안의 결혼 생활에 그 여성은 비쩍 말랐고 보다 못한 이웃이 신고를 해서 우리 센터에 오게 되었다. 3년 결혼생활에 얼마나 눈치밥을 먹고 살았는지 눈치가 여간 빠른게 아니었다. 가끔 넘겨짚고 대답을 해서 혀를 두르게 하기도 했지만 체류 기간에 비해 한국말도 썩 잘하였다.  한국에 산지 3년이 지났고 또 그 정도 사연이면 귀화신청을 해서 한국에 눌러살법도 하련만, 한국에 정나미가 떨어져 힘들어도 고향에 가서 갈겠다고 했서 결국 비행기표를 마련해  귀국을 하였다.
    얼마 전에는 한 한국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옆집에 베트남 여인이 결혼해 와서 사는데, 너무 사정이 딱하다는 것이다. 그 역시 남편은 장애인이었는데, 이 남편은 어린 자기 아내를 동네 공장에 취직시켜 놓고는 아침에 데려 와서 저녁에 데려간다고 한다. 월급은 매달 자기가 타가지고 가서 부인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한국어를 못하는데다 저녁에 공장에서 돌아오면 외출을 못하게 했다..배가 고파 냉장고를 들여다 보아도 먹을 것은 없고,  결국 저녁밥도 먹자 못하고 굶고 잔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일터로 실려 가고…공장에서 먹는 점심이 유일하게 먹는 한 끼라고 하는데 처음 올 때보다 비쩍 말라서 불쌍해서 못 보겠다고 한다. 거기다 간간히 폭력을 휘두르고. 옆 집 아주머니들이 그럴 수 있느냐고 항변하자  자기가 그 여성과 결혼하느라 7백만 원이 들었으니 그 비용만 내면 이혼해주겠다고 한다. 그 여성이 공장에서 일한 돈을 자 자기가 가로채 놓고, 거기다 처녀였던 여성을 데리고 산 그 동안의 세월에 대한 보상은커녕 오히려 돈을 내놓으라고 하다니, 짬 뻔뻔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이 간간히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데, 내용들은 모두 중증장애인들이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 동남아 여성들을 결혼을 통해 데려와서 간병인으로 부려먹거나 공장에 취직시켜 그 돈으로 먹고 산다는 것이다. 이런 결혼은 막아야 되는 것이 아니냐, 어떻게 해결할 길이 없느냐?는 동네 사람들의 하소연이었다. 문제는 이런 상담들이 당사자들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다 이웃 사람들에게서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주여성 본인을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하면 그 다음에는 소식이 없다. 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골치 아픈 일에 끼어들기 싫어 그럴 수도 있고, 이주여성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연결이 안 될 수도 있고…

     한국 장애인 남성과 동남아 이주여성과의 결혼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모습은 국제결혼과 관련한 현수막을 보면 잘 입증이 된다. 우리나라 곳곳에 국제결혼을 소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는데, 언젠가부터 장애인과의 결혼이 첨가되어 있다. 몇 년 전 처음 국제결혼 현수막이 내 걸렸을 때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또는 ’아름다운 인연 맺기” 하는 문구였다. 그 다음이 초혼 제혼 상관없음이라는 문구가 겻 들여졌다. 여기다가 초혼/재혼/노인이라는 글귀가 덧붙더니 최근에는 초혼/제혼/노인/장애인이라는 항목이 생길 정도로 국제결혼 현수막의 역사가 장족의 발전?을 하고 있다. 이 항목들이 추가될수록 한국에 들어 와 고통 받는 이주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 이주여성들이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의 3중고를 당하고 있다면, 장애인과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4중고를 당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알아보니 장애인의 비장애인보다 결혼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신부 집에 추가로 주는 돈이 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주 열악한 가정의 이주여성들이 가족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장애인과 결혼해서 한국에 오는 것이다. 국제결혼정보회사 사이트를 들어가 보았더니 거기도 버젖이 “장애우” 라는 항목이 들어있었다. 손님으로 가장하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더니 장애인과 결혼한 이주여성들 중에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예를 들면서 뇌성마비 장애인 또는 말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 장애인이 이주여성과 결혼하여 아기 낳고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경우 잘 산다는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다소 양식 있는 결혼정보회사는 장애정도, 생활력정도, 장애 있는 남편 후보자를 돌보아 줄 사람이 있는지를 세세히 묻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결혼이 이루어지고 배우자가 한국에 들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시집의 가족은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감시자로 변하고 이주여성은 배우자라는 이름의 간병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중증 장애인이 살아가려면 간병인이 필요한데 그 간병인을 쓰려면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제삼세계 여성을 배우자로 데리고 와서 간병인으로 쓴다는  것이다. 매달 돈을 안주어도 되는데다 성적 욕구까지 채우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는 것인데,  내년부터 정부가 장애인들에게도 간병인을 파견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간병을 위한 국제결혼이 종식될 수 있을까?
     장애인과 결혼하는 경우 경제문제도 심각하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맞은 신부 또는 며느리를 예뻐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경제력이라고는 국가에서 주는 장애수당밖에 없어 한국말도 잘 못하는 이주여성이 공장에 나가 일해 남편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여성이 공장에서 돈을 벌어온다고 경제권이 그 여성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그 돈의 주인은 시집 사람들이다. 이 경우 아내는 온종일 공장에서 노동하여 돈버는 일을 하고 돌아와서는 장애 남편 돌보아야 하고, 한국말을 모르고 시장에 갈 기회도 없으니 밥을 제대로 챙겨먹기도 힘들다. 두 번째 상담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난  7월 14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에 의하면  가족 중에서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만성 또는 희귀난치성 질환, 중중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12.7%나 된다고 한다. 이는 국제결혼이주여성들이 환자를 돌보는 가사 노동을 담당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엄연히 간병인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주여성을 결혼이라는 제도로 데리고 와서 간병인으로 쓴다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창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도 물론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을 배우자로 데려다가 간병인으로 부려먹으며 착취하고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합리화될 수 없다. 이주여성을 배우자로 맞을 수는 있어도, 노예로 삼는 결혼은 용납될 수 없다. 이런 결혼은 아무리 사적 영역이라 하더라도 제동이 가해져야 하며 자기 나라에서 굶어죽는 것보다는 났지 않느냐는 이유로 인권유린을 하는 결혼을 방조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과 결혼을 해서 낯선 타국에 와야 하는 이주여성의 입장을 한번 헤아려보자. 결심을 하기까지 그 여성이 얼마나 갈등이 일어났겠는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타국 장애인과의 결혼을 결심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한국에 와서 부닥치는 현실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이런 그들에게 역지사지 입장에서  남편이나 그 가족이 인격적으로 대하고 따듯하게 정을 준다면 남편의 장애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한다. 그렇다고 자국 장애인의 편리를 위해서  가난한 나라의 여성을 신부로 데려와 학대하는 것을 방치 해서는 안된다. 장애인과 이주여성 모두 더불어 살 수 있는 윈-윈 사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과 이주여성의 결혼이 모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센터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필리핀 여성은 장애인과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다.  국가에서 장애인에게 주는 보조금이 주 수입원인데 돈이 부족하면 부인이 가끔 파출부를 나가기도 한다.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장애인이 된 경우인데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남편이 자기를 사랑하는게 느껴진다고 한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 둘을 낳고 사는데 본인 스스로 “매우 행복하다”며 만족해 한다. 소원이 있다면 결혼한지 8년이 되었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고향엘 다녀오는 것이다. 
   장애인과 제삼세계 여성과의 결혼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비록 사랑에 의한 결혼이 아니더라도 결혼해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은 물론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이 땅에서 장애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다음 이주여성과 장애가 있는 한국 남성들이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인식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 면밀한 실태조사다.  국제결혼이주여성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조사는  일반기초조사 수준으로서 장애인과의 결혼 여부에 관한 항목은 그야말로 언급 을 한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장애인과의 국제결혼실태를 따로 조사해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과 결혼한 이주여성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로 열어 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