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임을 당한 이주여성에게 제대로 된 장례와 사후대책 필요하다.
한국염
보험금을 노린 남편이 결혼이주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23일 새벽 이아무개(45)씨는 25살의 캄보디아 국적 아내를 수면유도제를 먹여 재운 뒤 차에 태워 고의로 화물차량을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숨진 여성은 2008년 결혼하여 5살 난 딸을 두고 있으며 사망 당시 임신 7개월이었다.
남편 이씨는 사고를 내기 전 11개 보험사, 26개의 생명보험에 모두 95억원의 보험을 아내 명의로 가입하고 자신을 수령인으로 지정했다.
이씨가 돈을 위해 임신 7개월의 아내를 살해할 만큼 비인간적인 행동을 한 배후에는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인종차별적 국제결혼의 불평등성과,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 문화,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존재하고 있다.
특별히 이 사건의 기저에는 2010년 보험금을 노린 남편에 의해 입국 1년 만에 살해된 캄보디아 여성 체첸다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남성 배우자들이 일방적으로 결혼비용을 내고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약할 수 있는 나라의 여성들과 중개업체의 알선을 통해 결혼이 추진되는 아시아여성의 상품화가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보험금으로 인한 남편의 아내 살인사건은 몇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주고 있다. 첫째로 이 남편이 국제결혼을 두 번씩이나 한 일종의 국제결혼 상습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미 한국 여성과의 결혼에서 16세 딸을 두고 있으며 중국 여성과 결혼한 바 있고 지금의 아내 캄보디아 여성과는 세 번째 결혼이다. 이 남성처럼 국제결혼을 상습적으로 하는 한국인 남편들에 의해 결혼이주여성들의 인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습적인 국제결혼의 피해를 방지하고자 지난 4월 일정한 소득수준과 주거환경, 5년 안에 결혼초청을 한번 만으로 제한하는 혼인비자강화정책을 마련하였다.
이 제도가 정착이 되면 상습적인 국제결혼은 걸러질 전망이라 다행이지만 국제결혼중개업의 알선에 의한 국제결혼이 추진되는 한, 아시아여성의 상품화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둘째로, 현재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제결혼의 모순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죽임을 당한 캄보디아 여성은 18세의 나이로 20세 연상의 남성과 결혼하여 7년 만에 살해당했다.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결혼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 여자가 중개업의 알선에 의해 불과 5일 만에 이루어지는 현행 국제결혼은 2008년 후인마이의 사건에서 한 판사의 말처럼 이미 비정한 파국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다. 차제에 중개업의 알선에 의한 국제결혼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같은 경우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중개업체의 알선에 의한 결혼은 ‘혼인무효’로 규정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는 중개업체의 알선에 의한 결혼을 ‘우편신부’와 마찬가지로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하여 한국정부가 국제결혼 중개업체 규제법이 아닌 ‘국제결혼중개업체 관리법’을 제정하여 관리하고 있고, 이 중개업체들에 의해 국제결혼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대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현 정부의 혼인이주도입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국제결혼중개업 알선에 의한 국제결혼을 막기 어려울 경우 그 관리를 다문화가족 사업의 주무 부서인 여성가족부가 관리책임을 맡을 것이 아니라 관리법을 규제법으로 바꾸어 법무부가 규제토록 하는 차선의 정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세 번 째로 가부장적 한국사회의 폭력성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국제결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간의 결혼에서도 비율이 높다는 사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지난 십수년 간 자행된 한국인 남편에 의한 외국인 아내살인이나 폭력은 한국인 가정폭력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주지한다. 2010년 발표된 여성가족부의 한국사회 가정폭력의 실태는 한국인 가정이 40.3%, 국제결혼가정이 47.3%로서 국제결혼가정이 7% 높았다. 이 사실은 한국사회에 만연된 가정폭력이 국제결혼 가정에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차별과 인종차별은 차별의 뿌리에서 나온 쌍둥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근절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세계여성차별철폐주간의 구호를 깊이 생각하고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의 결과가 ‘폭력’이라는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넷째로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장례와 후속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정폭력은 한국인 선주민들도 겪는 것이지만 이주여성의 경우 그 사후처리가 매우 어렵다.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이주여성들은 제대로 된 장례식도 치루기 어렵다. 한국에 가족도 없는 상태에서 지역에 이주민 센터 등이 없으면 장례절차도 없이 화장되어 버린다. 운이 좋아야 본국 가족이 와서 재를 갖고 가거나 어느 절간에 안치된다. 아니면 그냥 아무 곳이나 뿌려져 가루로 흩날려버린다. 사고무친의 지역에서. 결혼이주여성이 다문화가족의 일원으로서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정책도 필요하고, 폭력피해를 입은 이주여성을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하지만, 폭력으로 죽임을 당한 이주여성에 대한 정책도 필요하다. 장례를 어떻게 할지, 보상이 필요할 경우 그 후속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에 낮선 땅에서 한국인의 생명경시와 가부장성, 인종차별이 빚어낸 한 이주여성이 무참한 폭력과 죽임을 접하며, 한국사회가 이주여성에 대한 인권보호와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할 수는 없는 것인지, 죽임을 당한 이주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장례예의와 보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는 것이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