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성 초은 사건이 갖고 있는 두 그림자

                                          한국염

한 달 전인 1월 31일 새벽에 대구에서 츠호은릉앵(한국에서 불려진 이름 초은)이라는 18세 된 캄보디아 여성이 남편을 칼로 찌른 후 병원에 옯긴지 삼일 만에 그 남편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초은이는 현재 구치소에 살인죄로 수감 중이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순간 아찔했고 곧 이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비록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기는 해도 한편 예고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초은의 사건에는 두 가지 그림자가 있다.  하나는 결혼이주여성이 겪는 폭력의 실체에 대한  것이요, 다른 하나는 우리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제결혼의 실상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다.   두 그림자의 실체를 인식하고 결혼이주여성을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첫째로 인식해야 할 그림자는 결혼이주여성이 겪고 있는 폭력의 실체에 대한 것이다. 국제결혼중개업의 알선을 통해 국제 결혼해 들어와 살고 있는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의하면 구타 등 가정폭력을 경험한 여성들이 17.5%나 된다. 그런데 이렇게 누가 봐도 폭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 구타 외에 많은 이주여성들이 술 먹고 괴롭히거나 말을 못한다고 돌대가리라며 쥐어박거나 툭하면 너희 나라로 쫓아버린다거나 아예 내쫓김을 당하는 등 남편들의 학대 등 무형적 폭력으로 고통을 받는 이주여성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무형적 폭력의 경험이 오래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심리적으로 방어기재가 생기고 같은 폭력이 발생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공격적인 방어행동을 취하게 되며 그 결과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뜻밖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초은씨의 경우도 이 범주에 해당된다. 초은씨는 2008년 4월 17세의 나이로 20살 연상인 38세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였다.  초은씨의 진술에 따르면 남편은 일주일에 3-4회 이상 술을 마셨고, 술을 마신 날이면 자신에게 자신을 때리고 소리를 지르며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새벽까지 잠을 못 자게 한 채 무릎을 꿇고 똑바로 앉아 있도록 해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사건도 이런 폭력의 연속과정에서 일어났다.  
  
초은시는 임신 3개월 중이다. 사건 발생일, 남편이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함께 하기 되었다. 그 자리에서 남편이 담배를 피우자 초은씨는 임신에 담배연기가 안 좋으니까 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남편은 초은씨를 때리려 했고, 이를 본 남편 친구들이 아내한테 그러면 안된다고 만류하자 말리던 친구와 싸움이 붙었다고 한다. 그 후 남편 친구 집에서 2차를 했는데 거기서도 남편은 계속해서 술을 마셨다. 그때 집주인인 친구가 다른 친구의 연락을 받고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자 남편은 더욱 화가 났다. 초은은 이남편의 모습에 너무 마음이 상해서 남편 친구 집 방 한 켠에서 울자 남편은 초은씨가 운다고 때렸다. 나갔던 친구가 돌아오자 남편은 친구들을 억지로 노래방에 데리고 갔다. 초은씨는 남편 친구의 아파트에 남아있었다. 얼마 후 남편이 화가 나서 돌아왔는데 친구 2명이사라졌기 때문이다.  
   친구 아파트에서 나온 초은씨 부부는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남편이 초은씨가 운다면서 핸드폰으로 머리를 때렸다. 초은씨가 그러지 말라는 뜻으로 남편의 오른쪽 다리를 살짝 쳤더니 남편이 격분하여 욕을 하면서 얼굴과 머리를 마구 때렸다. 집에 도착한 남편은 항상 그래왔듯이 슈퍼에 술을 사러 갔고, 그 사이에 초은은 아파트 경비실에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밤이 늦었으니 참고 자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초은씨가 집에 들어갔더니, 남편이 시어머니에게 고자질을 했다며 초은씨를 마구 때리기 시작하였다. 겁이 난 초은씨는 남편에게 겁을 줄 요량으로 부엌에서 칼을 들고 와서 때리지 말라고 하자 남편이 더욱 화를 내며 초은씨 앞으로 걸어왔디. 이에 초은씨는 엉겁결에 칼을 내밀어 남편의 옆구리를 찌르게 되었다. 남편이 쓰러지자 너무 당황한 초은씨는 혼비백산한 상태로 남편 친구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도움을 요청했다.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본인이 119에 전화를 해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일만에 숨지고 말았다.

초은의 캄보디아 친구는 초은씨가 가끔이긴 하지만 자신에게 남편이 나를 때린다고, 술을 너무 자주 많이 마신다고 남편이 술을 마시면 너무 무서운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임신까지 한 초은의 상태를 고려한다면 그날의 상황은 초은에게 너무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20살이나 나이가 많은 남편이 술을 마시고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분노는 매우 위협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사건 당일도 이미 이제까지 지내온 남편의 태도에 미루어 자신과 뱃속의 아이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극심한 폭력의 공포 앞에서 방어기재가 작용, 부지불식간에 칼을 들게 되었다고 사료된다. 만약 그것이 이렇게도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할지라도 결코 칼을 드는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은 남편의 폭력 정도가 얼만큼 심했느냐, 정말로 정당방위로 인정할 만큼 폭력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인지하게 된 것은 폭력의 강도는 외부에서 측정하는 것만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난 많은 이주여성들은 “몽둥이로 때려야만 폭력이냐?  내가 어디 팔 다리가 부러져야만 내가 폭력을 당했다고 믿어주겠냐?”고 항변한다. 나이 어린 아내를 향해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마음대로 다루려 하고 툭하면 쫓아내겠다, 너희 나라로 돌려보내겠다는 윽박지름과 모멸감, 술 먹고 괴롭히고, 게다가 남편의 이런 행동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는 공포, 내가 외국사람으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누구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없으리라는 심리적 고립감 등 이 모든 것이 이주여성에게는 심각한 무형적 폭력으로 다가온다.

초은이라는 캄보디아 여성의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헤아렸으면 한다. 우리 사회는 부부간에 일어나는 폭력의 범위를 외상이 드러나고 증거가 있는 물리적 폭력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결혼 가정에 있어서는 물리적 폭력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많은 여성들이 심적이고 무형적인 폭력의 공포 앞에서 떨며 지내는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사회는 외상적 폭력의 징후가 없는 이주여성들의 호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이들을 위한 인권적 제도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바로 이러한 폭력에 대한 안일한 사고, 협소한 인식, 부부의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사회의 인식부족과 책임성 부족이 바로 오늘과 같은 이런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둘째로, 현행 국제결혼의 실상에 대한 어두운 그림자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면서 폭력 가해자로 법정에 서게 될 초은씨의 사건을 접하면서 베트남 여성 후안 마이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후안 마이는 초은시 경우와는 반대로 한국인 남편에 의해 갈빗대가 18대 부러져 죽은 베트남 여성이다. 서로 경우가 정 반대인 것 같으나 모두 우리 사회의 왜곡된 국제결혼의 일그러진 자화상에서 비롯된 사건인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초은씨는 가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제결혼중개업의 알선에 의한 국제결혼이라는 기형적 혼인방식이 낳은, 그리고 가정을 이루는 것 외에는 잔인하리만큼 이주여성에게는 어떤 것도 허락하지 않는 한국사회에 의해 상처 입은 피해자다. 이 지점에서 작년도 후안 마이 사건 항소심 판결문의 정신을 오늘 이 사건에서도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미숙함의 한 발로일 뿐이다. 노총각들의 결혼대책으로 우리보다 경제적 여건이 높지 않을 수도 있는 타국 여성들을 마치 물건 수입하듯이 취급하고 있는 인성의 메마름. 언어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는 남녀를 그저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무모함. 이러한 우리의 어리석음은 이 사건과 같은 비정한 파국의 씨앗을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면서도 남편살해라는 죄명으로 법정에 서게 되는 캄보디아 여성 초은, 한국사회의 양극화로 국제결혼에 떠밀렸다가 아내에 의해 죽게 된 한국인 남편의 안타까운 사건을 보면서 현재 한국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국제결혼,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