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에서 영어까지, 이주여성들의 부담덜기..

<금요영어교실> 담당 자원활동가 정아영

센터에서 활동한 지도 벌써 반년이 훨씬 지났다. 중국어 동아리 교실 보조교사로 첫발을 디디고, 지금은 베트남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실을 맡고 있다.


처음에 영어교실 담당을 제안 받고서는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외국 체류경험도 없고, 영어 전공자도 아닌 내가 누군가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짧은 지식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잡고 영어교실의 책임자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한국어도 어려워하는 이주여성들에게 영어는 왜 필요한 것일까. 그렇다. 한국에서의 영어는 한국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을 정도로 가히 엄청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린 아이들마저 영어를 배워야만 하는 것이 바로오늘날의 한국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세태는 이주여성들에게 ‘언어 이중고’로 다가오고 있다. 이주여성들의 현실과 요구를 적극 반영해 자녀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자는 취지로 개설된 것이 <영어교실>인 것이다.


현재 수업 진행사항은 이러하다. 주마다 테마를 정해서 가장 기초적인,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하며, 그림이 많은 수업자료를 준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작은 게임과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가지고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가르칠 수 있는 연장선을 고려한 것이다. 이 의도가 각 가정에서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간단한 과제와 테스트도 병행하며 영어교실로서의 모습을 갖추려 힘쓰고 있다.


수업에서 어려움을 꼽자면 ‘수준’ 문제를 들 수 있겠다. 극명하게 나뉘는 수준차로 인해 일부 학생들의 불만을 듣곤 한다. 하지만 분반으로 나누기에는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반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간혹 곤혹스러운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그분들께는 따로 유인물을 준비하여 수업에 참여토록 하는 등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외에는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들쳐 업고서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선생인 내가 되려 자극을 받을 정도니까.


적잖은 거리임에도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한 손에는 지난 시간 수업물을 들고 오는 이주여성분들을 보면 영어 학습에 대한 절실함과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주여성들의 학구열과 센터의 적극적 지원 분위기 속에서 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수업에 임하고 있다. 아직 영어교실이 체계적이지 못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차 단단한 틀을 갖춰, 이주여성이라면 한번쯤 들려보고 싶은 영어교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