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이중성과 인종차별/성차별 불감증
한국염
유엔인권위원회는 2007년 한국정부에 한국인이 갖고 있는 단일민족사상이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음으로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 정부가 열린 다문화사회의 실현을 주창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여전히 인종차별과 외국인에 대한 편견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들에게 불안한 삶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이 모든 외국인을 혐오하거나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소위 선진국이나 백인들에 대해서는 아부라고 할 정도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반면 아시아나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에게는 문제가 될 정도로 배타적이고 편협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모 방송국이 시험한 ‘한국인의 이중성’은 이 사실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방송국에서 의도적으로 한 편에는 백인 청년을 세우고, 다른 한편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를 세우 놓고 이들이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길을 묻는 실험을 했다. 그랬더니 기막힌 결과가 나왔다. 각가 15명에게 길을 묻도록 했는데, 백인청년이 물었을 때는 15명 중 12명이 대답을 했다. 영어가 안 되면 몸짓으로라도 가르쳐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청년이 물었을 때는 반대로 15명 중 12명이 모른다고 도망을 갔고 오직 3명만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방송은 이것을 ‘한국인의 이중성’이라고 결론짓고 우리 사회의 계급적 인종차별주의를 꼬집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외국인 1백 만 명 시대를 넘어서고 있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이 저출산 고령화사회를 맞고 있는 한국사회의 동력과 대안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출신 이주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이주민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인들의 공격성에 대해 대다수 이주민들은 자신들의 취약한 입지 때문에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고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최근 부천에서 일어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적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태다. 지난 2009년 7월 10일 밤 9시 경 보노짓 후세인이라는 한 인도인과 친지인 한가람(가명)이라는 여성이 버스 안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보노짓은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였다. 이때 버스 뒷줄에 타고 있던 박창선(가명)이라는 중년 남자가 보노짓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더러워, 너. 더러워 이 개새끼야!” 라고 외쳤다. 그는 약 1분 간 지속적으로 “너 어디서 왔어, 이 냄새나는 새끼야.”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동행자인 이때 한가람 씨가 “왜 그래요?”라고 물었더니 박씨는 가람시에게 “넌 정체가 뭐야? 조선년 맞아?”라고 한 후, 또다시 보노짓을 바라보며 “너 냄새나, 이 더러운 새끼야”라고 반복적으로 외치면서, 계속 두 사람에게 모욕을 주었다. 박씨가 욕설을 멈추지 않자 가람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양복을 잡고 경찰서로 동행할 것 요구했는데, 그는 “조선년이 새까만 자식이랑 사귀니까 기분 좋으냐?”라고 하며 가람씨의 다리를 발로 찼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여성(승객)은 “아저씨 너무 심하다. 그만 하세요.”라고 했다. 이에 가람씨는 경찰서로 가도록 버스운전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박씨는 “이 새끼들아! 내가 경찰서에 왜 가!”를 외치며 저항하면서 가람씨의 가슴을 누르며 수치심을 주었다. 버스는 계남지구대에 도착했고 앞서 박씨에게 그만하라고 한 여성도 버스에게 증인이 되어주겠다며 경찰서에 동행했다.
문제는 경찰의 태도였다. 경찰관은 피해자들의 상황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없었고, 오히려 가해자의 편에서 일을 처리하려 했다. 가람씨는 한지선은 공정하지 못한 이야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다가 “가만히 있으라”는 경찰관 말에 좌절감을 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후 지구대로 이동하기 위해 경찰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차 안에서도 박씨는 보노짓에 대해 “냄새나고 에티켓 없는 놈”이며, 한가람 씨에 대해 “한국여자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모욕적인 말들을 늘어놓았고, 경찰관은 차 안에서 계속 서로 화해할 것을 제안했고, 한가람씨와 보노짓 후세인은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말했으나, 그는 차에서 내려서도 계속 보통 사람들은 화해하고 끝냄으로써 법적 절차를 밟는 번거로움을 피한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에 대해 보노짓 후세인은 “나는 절대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아 모든 일이 기록되는 것을 원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기 때문이다. 내가 백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 확실하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경찰은 웬만하면 화해를 하고 끝내는 것이 좋다고 몇 차례 반복하여 말했다.
지구대에서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에서 또 모욕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세 사람은 모두 신분증을 보여주었고, 이는 약 30분이 경과한 후 반환되었는데, 한 경찰관이 와서 “82년생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교수가 됐냐”는 말을 하며 아직 지갑이 넣지 않은 보노짓 후세인의 외국인등록증을 집어갔다. 이는 지구대를 떠날 때에서야 보노짓 후세인에게 반환되었다. 다른 지구대 경찰관들도 성공회대에서 발행된 신분증을 보고도 보노짓 후세인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를 수차례 물어보았고, 본 사건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경찰관 한 명은 상황을 보고 있다가 “아저씨, 한국에 몇 년 있었어?”라고 반말까지 사용했다.
지구대에서 조서 작성이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 대기하는 동안 박씨는 그를 피하는 가람씨에게 접근하여 “한국사람끼리 그러지 말고 그냥 화해하자”고 하며, 대답을 하지 않자 “똘아이”, “4차원”, “상식 없는 사람들” 등등의 모욕을 반복하며 자신에게 상해를 입혔으니 고소할 것이라며 위협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었다. 참다못해 한가람씨가 큰 소리로 “저리좀 가요!”라고 외치고 경찰에게 “이 사람 좀 떼어 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기 까지 전원이 남성이었던 경찰관들은 어떠한 관심도 갖지 않았고, 지구대에서 벌어지는 2차적인 모욕과 위협을 방관하였다. 도움을 요청한 후에서 경찰관들의 소극적인 대처로 가람씨와 보노는 계속 박씨를 피해 지구대 사무실 안을 옮겨 다녀야 했다. 여기서 한국인의 모독행위와 폭력적 행위를 고발하러 간 피해자에게 경찰에서는 열손가락의 지문채취를 요구했다. 지구대에서 다시 차로 이동하여 부천중구경찰서에 도착했고 여기에서 사건의 당사자인 세 사람은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단지 한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인종차별의 행위라기 보다는 외국인과 같이 있는 한국여성을 보는 한국인들의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 시선의 문제다. 인도인 보노짓 씨는 교수라는 대학에서 발행하는 신분증을 제시했음에도 경찰서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는데, 여타의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대우를 받겠는지는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여기서 한가람씨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면 사건에 개입된 사람들과 경찰의 명백하게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편견이 드러난다. 지금 한국사회에는 15만 명 가량의 국제결혼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을 보는 시선은 매우 관대하고 나름대로 우호적이다. 그러나 외국인 특히 동남아나 아프리카 남성들과 결혼한 한국여성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쓰고 보며 모멸적인 시선으로 대한다. 정부 조차도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과 그 자녀를 위해서는 온갖 정책과 예산을 쓰면서도 한국여성과 결혼한 이주노동자 남성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경우 한가람씨가 백인남성과 같이 있었다면 그렇게 한국남성으로부터 모욕당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경찰서에서도 대우가 달라졌을 것이다. 박씨가 한가람씨에게 한 행태는 인종차별 문제 뿐만이 아니라 성적 모멸감을 심어주는 폭력적 행위였다. 그러나 가해자는 물론 경찰에서도 이에 대한 아무런 인식이 없었고 오히려 경찰 자체가 피해자의 안전에는 무관심하면서 피해자를 가해자의 말만 듣고 피의자로 둔갑시켰다. 인권을 보호받기 위해 간 경찰서에서 보노짓씨와 한가람 씨는 이차적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피해를 당해야 한 현실은 한국인들의 인종차별과 성차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이런 이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사법처리는 물론, 일선 경찰과 한국인들에게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폭력이며 범죄라는 인식개선과 이에 대한 감수성 훈련이 필요하다.
이번 부천의 한 버스 안과 경찰서에서 일어난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얼마나 심각하며, 경찰 등 인권관련 기관들의 의식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이에 대한 대책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 사건이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경종을 울리고 자기 반성적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09년 7월 27일 관심 있는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성/인종차별 대책위원회”를 결성,하였다. 대책위는 가해자의 사법처리는 비롯해서 관련 경찰관의 징계와 해당 경찰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앞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공론화하고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제반 활동을 벌이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