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정부는 최저임금 미적용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라!
가사노동자 차별 확대하는 법무부를 규탄한다!
정부는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조항을 악용하여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11조 1항에 ‘가사사용인 적용제외’로 규정돼있어, 가사노동자들은 노동자임에도 가사사용인이라는 애매한 용어로 불리며 최저임금, 휴가제도 등 모든 근로기준법에서 배제되어왔다. 정부는 이를 악용하여 “합리적 비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게 최소한의 노동권도 보장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으로 외국인 유학생(D-2), 외국인근로자의 배우자(F-3) 등에 가사돌봄 활동을 허용하는 시범사업,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법무부 예산안에서 ‘외국인 가사사용인 활용 직무교육’을 위한 강사료로 3억원이 반영되었음이 알려졌다. 사실상 이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이주가사돌봄노동자를 법적 보호의 울타리 밖으로 밀어내고, 최저임금조차 보장되지 않는 착취적 노동환경을 합법화하려는 반인권적 정책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이들이 안전하고 존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이 시범사업을 통해 이주가사돌봄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왜곡된 인식을 확대재생산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 가사·돌봄 노동을 허용한다는 명목으로 외국인 유학생, 결혼이민자의 가족, 외국인 근로자의 배우자 등의 체류 자격과 취업 제한의 취약성을 이용하는 것은 더욱 문제적이다.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은 이주가사돌봄노동자를 합법적 노동 시장에서 배제하고 비공식·저임금 노동으로 내모는 인종차별적인 정책이다.
근로기준법 11조 1항에 명시된 ‘가사사용인 적용제외’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던 조항이다. 가사노동자를 보는 시각도, 시대도 달라진 지금 본 조항은 폐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허나 2025년인 지금, 정부는 굳이 ‘가사사용인’이라는 용어를 소환해 가며 최저임금 사각지대라는 위치를 부각하여 활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책무는 모든 가사노동자가 평등하게 노동자로 인정받고 권리를 보장받도록 법과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돌봄 노동은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필수 노동이다. 그러나 정부는 값싼 노동력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 이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고, 여성들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성차별적 정책이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인 돌봄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대신, ‘저임금 이주가사돌봄노동자’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이주여성의 착취를 통해 선주민 여성의 부담 완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동시에 조장하는 것이다. 돌봄 노동은 여전히 성별화된 노동으로 저평가되고 있으며, 이번 시범사업은 이러한 현실을 더욱 고착화하고 악화시킬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사노동자협약’(Convention No. 189)을 통해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법적 보호를 확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가사돌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속속 협약 비준 혹은 특별법 제정이나 제도 개정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 한국도 이미 2022년부터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을 통해 이에 부응해왔다. 그러나 2025년 한국 정부는 국제적 흐름과 가사근로자법의 취지에 역행하여, 최저임금도 보장되는 않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권의 후퇴이자, 심각한 인종차별이다.
– 돌봄노동에 대한 노동권 침해를 합리화하는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항목을 삭제하라!
– 정부는 노동 착취를 조장하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범사업’을 즉각 철회하라!
–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 이주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 ILO ‘가사노동자협약’에 비준하라!
2025년 3월 6일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일동
(단체) 노동건강연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주민센터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주여성노동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노동당 여성위원회(준),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사)광주여성노동자회, 사)서울여성노동자회, 사)안산여성노동자회, 생명안전 시민넷, 수원여성노동자회,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동행, 인천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개인) 이미애 연구자 (이상 31개 단체 및 1명 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