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사무처장의 책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결혼이주여성의 본국 가족 지원』을 쓰고 나서 


                                                                                                                                                     허오영숙 / 활동가


많은 분들의 노고와 관심으로 『결혼이주여성의 본국 가족 지원: 송금, 가족초청, 물품제공』(한울아카데미, 2013) 이라는 제목의 제 책이 나왔습니다. 

이주여성인권센터에서 일하면서, 이주여성들과 지내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이주여성들의 고민과 갈등이 있지만, 드러내지 못하는 것 들 중 하나가 본국 가족 지원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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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본국에 있는 가족을 도와주고자 하는 이주여성들의 인지상정의 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이주여성들은 본국의 가족들을 위해 본국의 가족들을 위해 돈을 보내고, 가족 구성원의 한국 입국을 지원하며 다양한 물건을 보냅니다. 

원가족 지원이 별다른 갈등이 없이 진행되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문화에서 결혼한 여성에게 남편의 가족인 시집이 먼저이기 때문에 친정원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이 많은 현실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본국 가족 지원은 여성들의 결혼‘의도’를 의심할 여지를 줄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낮은 국제결혼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본국 가족 지원 의사와 상관없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여러 어려운 조건에서도 이주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본국 가족을 지원합니다. 결혼하여 떠나왔지만 원가족의 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고 딸 또한 부모님을 부양하는 문화권에서 자란 이주여성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받는 이주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 특히나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수단화하지 않았나 싶은 의혹에 직면하기 때문에 이주여성들은 본국 지원하는 것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원가족 지원은 단순히 ‘친정이 어려워서 돕는’ 것을 넘어 출신국의 가족과의 단절감을 없애는 것으로 인식됩니다. 어려운 친정을 적극적으로 도움으로써 원가족으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자 합니다. 동시에 원가족을 도왔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정서적 만족감을 얻기도 합니다. 이러한 결혼이주여성들의 모습은 글로벌 자본주의시대, 이주의 행위자인 결혼이주여성이 원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피해자’적 모습과 자신에게 정서적 만족감을 주는 원가족 지원 행위를 위해 한국의 가족과 협상을 벌여나가는 주체적 행위자의 양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주여성 현장에서 활동하는 필자의 위치와 특성을 살린 이 책을 통해 원가족 지원 행위의 세세한 내용과 과정에서의 갈등과 협상들을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글의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 행위가 자본주의 확산과 젠더화된 이주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결혼이주여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부분인 원가족구성원으로서의 부양의식을 갖는 ‘딸’의 위치를 부각해서 바라본 이 글이 토대가 되어 앞으로 결혼이주여성의 원가족 지원에 대한 보다 분석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