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등 이익집단의 고용허가제 사후관리기관 개입반대를 위한 규탄농성을 하면서….
고대사회에서 노예는 그저 ‘말을 할 줄 아는 인간’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노예가 존재합니다. 그 노예는 소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에 온 ‘산업연수생’입니다.
산업연수생… 사전을 찾아봤더니 ‘연수’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말로 나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전상 산업연수생은 ‘산업에 관해서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겠지요… 하지만 이제 우리의 국어사전에서 ‘산업연수생’이라는 말의 의미는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동법은 무시하고, 임금을 사업주 마음대로 주면서도 그나마 다 주지 않고 조금만 줘도 상관없고 사업주 마음대로 강제로 적금시키고 외출금지, 여권압류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통제하면서 강제노동을 시켜도 전혀 법적인 제제를 받지 않으며 옛날의 노예처럼 부려먹어도 좋은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라고 말입니다.
한국의 산업연수생제도… 인간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노동자를 노동자로 생각하지 않는 제도이기에 지난 십수년간 여러 인권단체들이 ‘산업연수생제도’를 ‘현대판 노예제도’로 규정하고 그 제도를 없애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고용허가제’법이 만들어지고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연수생제도에 기생해서 엄청난 이권과 이익을 챙겨온 자들이 들고 일어섰습니다.
처음에는 ‘고용허가제’를 반대하면서 고용허가제 하에서 송출비리가 더 늘어나고, 불법체류자가 더 늘어나고, 송출비용도 더 높아 졌다는 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산업연수생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떠들었습니다. 그렇게 발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비리와 부패가 드러나고 더 이상은 ‘산업연수생제도’를 지속할 수 있는 사회적 명분이 없어지자, 이제는 자신들의 비리와 부패는 10년전 일일 뿐이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축적해온 관리능력이 있으니까 고용허가제에 끼워달라고 떼를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무 생각없는 정부는(물론 정부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상식과 합리성을 벗어난 제도를 시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생각’을 가진 인간들이라고 생각하자니 너무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런 인간들의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전혀 말도 안되고 상식도 없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어른들은 무조건 용서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하고 아이가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한 이후에 ‘용서’라는 것을 해줍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정책을 위임받아서 수행하는 기관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금껏 산업연수생제도의 관리를 위탁받아서 운영해오면서 크거나 작거나 이루 말할 수 없는 문제를 만들어오며 산업연수생제도를 ‘노예제도’로 만드는데 시종일관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기관에게 고용허가제 사후관리기관의 업무를 맡긴다니…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잘못이 있으면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아야 합니다. 최소한 반성의 기미는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산업연수생제도를 ‘현대판노예제도’로 만들고 자신의 이권만을 챙겨왔던 연수추천단체는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습니다. 오히려 파렴치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가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상습적으로 인간에게 부여된 기본권인 인권과 노동권을 짓밟아온 그들을 그들이 만든 문제를 극복해보자고 만든 제도의 관리자로 선정하겠다는 정부 당국자들에게 분노를 넘어 그 사고방식의 어처구니없음에 애처러움마저 느껴집니다.
묻고 싶습니다. 왜 그들에게 그렇게 관대하고 마음이 넓은지…. 20세기도 아닌 21세기에 시행되고 있는 한 나라의 제도가 ‘노예제도’라는 이름으로 규정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