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책 변화에 따른 이주여성 지원체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8월 13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렸다.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지난 1월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정책 개선방안 발표 이후 다문화 정책에 큰 변화가 일면서 이주여성 지원체계를 모색하고자 개최된 것으로 이주여성 상담소, 콜센터, 쉼터 등 많은 기관에서 참석하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합하여 ‘가족통합지원센터(가칭)’로 개편하는 정책 변화와, 다누리콜센터와 이주여성긴급전화를 통합하는 정책은 이주여성과 그 가족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대표적인 정책이다.
토론회는 이러한 정책 변화 과정에서 주민등록 인구 3%를 넘어선 이주민 156만 시대의 모습을, 앞으로 점점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주민 여성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와 이주여성들의 필요가 충분히 수렴되고 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자리였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주여성의 삶과 인권에 기반한 정책의 수립> 기조발제에서 다믄화 가족 정책 속에 젠터 및 인권 관점이 부재한 상태로 이주여성을 한국의 전통적 가부장제 가족으로 통합하는 ‘부권 가족적 복지모델’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는 가족폭력 문제가 조사에서 제외되고, 귀환 여성과 초국적 한국 아이들이 한국과 본국 모두에서 잊혀진 존재화 하고 있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이주여성 지원단체의 활동이 초국적으로 확장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이주자들에게 낮은 수준의 복지 혜택의 수혜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이주민 170만명 시대, 한국 내 이주여성들은 안전한가?> 기조발제에서 다양한 유형의 체류 자격을 가진 이주여성들이 겪는 폭력피해와 현장 상황을 보고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은 이주여성 가정폭력문제 외에도 유학생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성폭력,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성폭력, 취업 사기 또는 협박 등에 의한 성매매의 심각성 등 이주여성이 다양한 여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주여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이주여성정책 대상을 결혼이주여성만이 아니라 한국 내 거주 이주여성 전체로 넓힐 것, 이주여성 긴급전화 기능회복 및 강화, 가정폭력방지법의 정의를 이주여성에게 적용할 것, 이주여성 통합 상담소 설치, 여성결혼이민자 자녀를 강제로 송환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또 비자 거부된 여성, 혼인무효 소송으로 인권침해를 겪는 이주여성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원옥금 베트남 공동체 대표는 다문화 정책 대상을 다양한 체류 유형으로 확대할 것, 긴급지원체계를 강화할 것, 이주민의 실질적인 상황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윤재실 이주여성쉼터협의회 (전) 회장은 다누리콜센터로의 통합 이후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역시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 입안을 강조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정폭력실태조사, 다문화가족실태조사 등에서 이주여성 가정폭력 조사가 빠진 점은 역설적이라며, 유학생, 노동자에 대한 조사는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연구 축소가 정책 추진의 적극성 부족에서 기인되며 효율성만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 접근보다는 문제의 심각성, 정책 대응의 긴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축숙 한국여성의전화 상딤대표는 여성인권의 관점으로, 당사자의 입장을 우선한 체계적인 이주여성 인권지원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제결혼피해자와 폭력피해여성을 한 기관에서 상담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즉각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선주민 상담소에서 이주여성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이주여성통합상담소 설치, 폭력피해 이후 이주여성들에 대한 원상회복과 생존권 보장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