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4일.

오랫동안 중이염으로 고통받던 레몬이 드디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녀의 아들 귤이 걱정이 되어 큰 눈에 늘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레몬…..
수술실 문까지 동행하면서 그녀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 ‘네가 믿는 알라신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 간절한 기도로 마음을 안정시켜라’.

아침 일찍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입원실에 도착하니 레몬 혼자서 초조한 마음으로 링겔을 맞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나를 맞은 그녀는 인사와 동시에, 귀 수술을 위하여 깎아버린 그녀의 머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이야 다시 자라는 것이니, 수술만 잘 되면 머리야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위로의 말을 했지만, 그녀에게는 꽤나 신경이 쓰이는 모습이었다.
아들 귤은 하남시의 지원으로 도우미 아줌마가 돌보아 주는 것으로 해결되었고, 또 잠시 후면 남편 자몽씨가 올 것으로 그녀를 일단 안심시켰다.
그녀의 수술 예정시간은 11시였으나, 12시 반이 되어서야 수술실로 향했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에 그녀의 남편 자몽씨가 도착, 그녀의 얼굴을 겨우 볼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만일 정시에 입실했다면 남편의 얼굴도 못보고 수술에 임할 뻔 했다.

수술을 기다리며 그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이야기는 주로 나의 과거 경험담이었다.
내가 독일에서 둘째 아이를 출산할 때, 수술실에 혼자 들어가면서 감당했던 당시의 심정….
가족은 물론, 남편까지도 함께할 수 없었던 그 시간에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기도하는 것이었다고….
그렇게 기도하면서 수술에 임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는 것…..
레몬도 그 이야기에 동의하면서, 자기는 알라신에게 기도할 것이니 나는 하나님께 기도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면서도 두려움은 떨칠 수 없었던지, 그녀의 남편에게는 자기가 죽으면 아들 귤은 방글라데시에 있는 자기의 언니에게 맡겨달라는 것과, 자기에게는 신경쓰지 말고 새장가를 가라는 부탁의 말까지 남기었다.

그녀를 수술실로 보낸 나는 그녀의 수술이 끝나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을 뿐더러, 다른 약속이 있어서 아쉬움 가운데 집으로 돌아왔다.
전화를 통하여 그녀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겨우 병실로 돌아왔다는 것과 수술은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다음날 다시 병원에 가보니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간단한 음식도 섭취할 수 있었으며, 약간 어지러운 것 이외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다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수요일(6월 9일)이면 퇴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최영옥 선생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