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씨~
처음 한글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는 마냥 기뻤다. 나도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나 막상 나와 피부색이 다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분을 만나니 두렵기도 하고 겁이 났다.
캐롤씨는 나의 걱정을 한번에 날려주었다.
너무나 편안한 미소와 함께 우리를 맞아 주셨고 매번 필리핀 식 간식도 내주셨다.
되도록 이면  한국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을 받았다.


캐롤씨와 아기와 함께^^

내가 막 한글교육을 시작했을 때 캐롤씨는 한국에 오신지 2년 정도 되셨었는데 말씀은 조금 하셔도 쓰기는 거의 안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한글과 영어로 된 교재로 매번 한 단원씩 나갔고 캐롤씨의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것을 보고 정말 뿌듯했다.

캐롤씨에게는 10개월이 된 딸이 있는데 처음에는 우리를 매우 경계했었다. 아마 낯선 사람에게 익숙치 않아서 였을 것이다. 하지만 3개월, 4개월이 지나면서 한 명이 가르칠 때 다른 한 명이 그 아이에게 우유도 먹여주고 안아도 주면서 같이 놀 수 있어서 재밌었다. 아이와 즐겁게 놀면서 한글도 가르치는 것은 보람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캐롤씨는 아르바이트로 한 외국인 회사에서 일을 하셨는데 한번은 일이 많아 한글교육을 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항상 간식을 마련해주시는 캐롤씨

한글교육을 하면서 여성 이주노동자의 삶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고 말도 안통하는 다른 나라에 와서 일을 하고 결혼을 한다는 것이 정말 힘들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것 같다.

더 이상 캐롤씨와 같이 공부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함께 했던 기억은 오래오래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어교사 조현정

*캐롤씨는 아기를 출산하러 고향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간호사 공부를 하실거라고 하십니다.
캐롤씨가 건강하게 아기를 출한하고 꼭 꿈을 펼칠수 있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