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이야기
무더운 지난 금요일, 한 이주 여성이 전화를 했다. 사연인즉 아기를 사흘 전에 낳고 퇴원을 했는데, 집이 지하실이라 축축하고 너무 더워 아기가 잠을 못자니 쉼터에 들어올 수 없느냐는 내용이다.
참으로 난감했다. 이미 우리 쉼터는 허리를 다친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폭력을 휘두른 남편에게 쫓겨난 역시 우즈베키스탄 여성과 아기, 딸을 방문하러 왔다가 함께 내좆긴 친정어머니, 결혼하러 한국에 들어온 지 한달도 못되어 사기 결혼이라며 집을 뛰쳐나온 몽골여성 등, 과포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모두 빨리 나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어절 수 없이 지금 빈 방이 없으니 자리가 나면 연락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틀 후 서울대학병원에서 긴급요청이 왔다. 탄자니아 산모가 머물 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비행기를 탔는데, 일본에서 경유 심사를 받는 중에 산모의 배가 남산만큼 부른 것을 본 공항 당국에서 긴 여행을 할 수 없다며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진통을 느낀 이들은 서울대학병원을 찾았고,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 퇴원후 아기와 산모가 머물 방을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부랴부랴 다른 이주노동자 쉼터를 수소문해서 부천 센터 쉼터에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아기가 이상해 병원에 계속 다녀야 하는데, 병원이 너무 멀어 병원 가까이 자리를 마련해야 한단다. 자리를 제공해 줄 수 없어 한숨만 내쉬어야 했다. 아무래도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 확장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