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하면 ‘나가!’
나가면 ‘신고한다!!’
N은 지난해 12월 f2(거주자격)으로 입국했다. f2비자는 한국인과 혼인한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체류자격이다. 처음 방문은 아니지만, N은 설레는 마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왔던 곳이지만, 지금은 남은 생을 함께 할 사랑하는 이와 보금자리를 펼 곳이기 때문이다. N은 지난 2년간 한국에서 일을 했다. 그때 남편을 만났다.
출국준비를 하고 있던 햇살 밝은 지난해 봄, N은 거리에서 남편을 우연히 만나 교제를 하게 되었다.
출국을 앞둔 상황이라 2-3주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남편과의 만남은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을 갖게 했고, 이 만남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은 인상적인 만남이었다.
N은 대학입학시험을 보기 위해 러시아로 돌아 갔다. 남편은 떠나지 말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으나 시험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남편과는 시험을 끝내고 다시 돌아오기로 약속을 했다. 하지만 한국비자가 만료되는 바람에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하루가 멀다고 전화를 해 보고 싶다는 남편에게 비자를 받기 전에는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했더니, 남편은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N을 만나러 러시아로 왔다.
한국에서 만날 당시, 남편은 가끔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N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눈앞에 나타난 남편에 감동을 받아 평생의 반려자로 결심을 했다.
남편은 해를 넘기면 러시아로 올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해를 넘기지 말자고 했다. 결혼은 남편의 치밀한 준비로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러시아에서 결혼을 하고 한국비자를 신청한 후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기간 내 남편은 내담자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서로를 존경하고 보호하며 귀중히 여기며 살자’, ‘가끔가다 힘들지는 모르지만 평생 사랑하고 살며 절대로 이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그러던 남편이 결혼생활 일년도 되지 않았는데 일방적인 이혼을 요구하고 있어 N은 돌변한 남편의 태도에 혼란스럽다.
남편과 말다툼이라도 하게 되면 남편은 ‘내 집에서 나가라’고 큰소리를 치는 남편이 무서워 남편을 피해 집을 나온 적도 있다.
이번에도 영문을 알 수 없이 ‘나가!’라는 소리에 아무 소리도 못한 채 집을 나왔는데, 남편은 가출신고를 하겠다며 합의금 없이 이혼할 것을 요구하더니, 다음엔 ‘오해가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집으로 와서 이야기하자고 해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들어온 내담자에게 남편은 러시아에 있는 친정집으로 전화를 해 내담자가 이혼하고 싶다고 말하라고 하며 녹음을 하려고 하자 이를 거부하고 다시 집을 나왔다.
협의이혼을 끌어내려는 남편의 태도를 도저히 용납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내담자는 지난 8개월간의 결혼생활을 보상받고 싶다며 흐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