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리 약골일까
심한 기침감기를 앓고 있다
어제만해도 이러다 낫겠거니…
감기란 놈이 저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려는듯
어젯밤엔 기침때문에 자지도 못했다
항상 감기에 기진맥진, 그냥 넘어 가는 꼴을 못 본다
거기다 기침을 심하게 하며 토하기 까지하니 이 정도 되면
감기는 만병의 원인이라는데 사실 두렵다
시어머니가 감기 후유증으로 천식이되어 고생하시는 걸 보았으므로.
오늘 애기를 낳아 퇴원한 두 가정을 강선생님과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인데… 어제 확인 전화까지 했는데…
그러나 어쩌랴,
신생아와 면역력이 약해져있는 산모에게도 나쁠게
뻔한지라 강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밤새 안녕이라더니 이 모양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협소골반으로 미리 제왕절개로 예정 수술 받은 베트남인 ㅎ와
정상 분만한 네팔인 ㅇ.
ㅎ는 만삭이기 전부터 계속 보아왔지만 네팔 ㅇ는 아직 얼굴을
모르는데 내가 언제쯤 보러 갈 수 있을까
항상 밝고 수줍은 베트남인 ㄷ
지난 10월 25일 방문때 바가지와 세수대야에
찬기만 가신 미지근한 물로 애기 목욕을 시겨 나를 놀래킨 ㄷ
목욕시키는 중간에 내가 갔으므로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얼른 애기를 받아 빨리 목욕을 끝내는 수 밖에…
물이 너무 차다는 말에 덤은 그냥 부끄럽게 웃었다
나이 28세이고 주위에 아기를 키워본 베트남 친구들이 있어 안심했더니…
애기 열날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막대 수은체온계를 사용하는 방법과 보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왔는데
그 체온계 쓸 일이 제발 없기를.
찬기만 가신 물로 목욕했던 애기가 궁금해 전화를 했다
괜찮다니 다행이다
다음에 갈때는 목욕대야를 사다주어야지
3개월된 애기를 둔 ㄹ은 참 씩씩하다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애기가 장에 문제가 생겨 서울대 응급실로 실려갔다
배가 부어 오르고 토하고 열이 있고…
그들은 한국에 오려고 브로커에게 1000만원을 주고온 터라 그 돈갚고
먹고 입고 살기만 한게 아니라 베트남집에 돈도 부쳐야 해서
보증금 없는 축대밑 월20만원짜리 곰팡이 냄새가 지독한 방에서 산다
그런 집에 애기나 건강해야지…
열흘 넘게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다행히 수술않고 치료가 되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ㄹ은 제대로 먹지를 못해 젖이 말라 버렸다
문제는 돈이었다.
빚진 병원비에 애기 우유값에…
ㄹ은 지금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이 불경기에 일자리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아무쪼록 ㄹ도 애기도 건강하기를 빈다
ㄹ의 애기는 은지라는 한국이름을 지었다고 좋아했다
일터의 사장님이 지어 주셨다고.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