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무서워, 쉼터 못가요”

남편의 들볶임에 지쳐서  
“남편은 전화를 늦게 받으면 늦게 받는다고 빨리 받으면 빨리 받았다고 의심해서 사람을 들볶아요” 지난 5월, 남편이 건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남편에게 맞은 경화씨가 집에서 쫓겨나 3개월 간 쉼터에서 지냈다. 3개월 동안 쉼터의 도움으로 경화씨와 남편은 새 출발을 다짐했다. 그 동안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재결합은 경화씨가 스스로 선택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일정보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간 경화 씨를 보며 우려스러운 것이 없진 않았지만 잘 살기를 바랬다. 그런데 3개월 뒤 경화씨는 다시 쉼터를 찾아왔다.

반복되는 남편의 행태
두 번째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번엔 남편을 전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30분 동안 기다려도 남편이 보이지 않아 혹 집으로 먼저 간 것이 아닌가 싶어 허겁지겁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시간 반을 전철 바꿔 타는 통로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 있었냐고 욕설부터 해댔다. 집에 가서 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남편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디서 누구랑 붙어 있다가 왔냐며 경화씨를 다그치기 시작했다. 통로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경화 씨가 자신을 못 봤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남편은 경화 씨가  전철역에 오지도 않고서 거짓말을 한다고 우기면서 짐을 싸라고 소리쳤다. 경화 씨는 술김에 하는 소리려니 싶어 그날 밤은 조용히 넘어갔다. 다음 날 새벽 남편은 경화 씨에게 짐을 싸라는 소리를 재차 내뱉고 집을 나갔다. 잘못도 없이 내쫓기는 게 억울하기도 하고, 3개월 전 다시 집으로 들어올 때 잘 살아보겠다는 나름대로 약속도 있어 종일 남편을 기다렸다. 저녁에 귀가한 남편은 짐을 챙기지 않았다며 가방을 내려놓고 짐을 싸라고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경화 씨는 남편에게 매달렸다. 신중하게 생각하자, 잘 살아보자고 다시 시작하자고 한 지가 1년이 됐냐, 6개월이 됐냐며 이러지 말자고 애원도 했다.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경화 씨는 짐을 쌌다.

숨쉴 틈도 없는 남편의 공세
집을 나온 지 사흘째 되는 날 남편은 아는 동생에게 전화로 남편이 집을 나가랬다고 나가는 여편네가 어디 있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을 뒤에도 경화 씨가 연락을 하지 않자 남편은 쉼터 길목을 지키고 섰다가 경화 씨를 만났다. 밀린 돈을 받게 되었으니 부모님 모시러 친정에 가자는 것이다. 부모님 평생소원이 고향 땅을 밟아 보는 것인데 지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모실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남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고 남편은 또 잘못했다고 했다. 경화 씨는 잘못했다는 남편의 말을 이젠 믿을 수가 없게 됐다면서 집엔 가지 않겠다고 완강히 버텼다. 남편이 돈을 받게 됐다는 것도 거짓으로 들린다고 했다. 비자연장을 핑계로 남편은 또 경화 씨를 만나서 빚도 갚고 부모님도 모셔 와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집으로 가자고. 남편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경화 씨를 붙잡고 놓칠 않았다. 경화 씨는 생각해 보자고 답하고 간신히 쉼터로 돌아왔다. 생각해 보자는 말을 들어오겠다는 말로 이해한 남편은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 경화 씨에게 전화를 했다. 경화 씨는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 들어간다는 말이 아니다고 하자 전철도 끊긴 시간에 택시를 대절해서 쉼터로 왔다. 담을 타고 넘어와 현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며 경화 씨를 찾았다. 경화 씨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남편은 현관문 옆에 있는 작은 창문을 뜯어내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남편의 안으로 들어오는 기척에 놀란 경화 씨는 이층에서 뛰어내렸다. 다음 날 경화 씨는 퇴근 후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남편이 길목을 지키고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워 쉼터에 올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더 이상 쉼터에 민폐를 끼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다 남편의 끈질긴 설득에 한번 더 기회를 주겠다며 경화 씨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