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운 어느 이주여성의 이야기

                                                             김 평화
“바다가 보고 싶어요.”
“바다를 보면 고향 같아요.”
“고향에 가고 싶어요.”

메이언은 한국에 온지 7년이 되었지만 고향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가끔씩 하늘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고향 갈 날을 기다린다.

그이는 인도네시아에서 7년 전에 배를 타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한국에 와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얼마 전부터 남편은 배타는 일을 그만 두고 작은 사업을 하나 시작했다. 그러나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사업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자 매일 술을 마시고 여자들을 사귀었다. “난 사장이니 남의 밑에 들어가서 일할 수는 없어!” 하면서 그녀에게 일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화장도 못하게 하고, 옷 입는 것도 일일이 간섭을 했다. 가끔씩 그녀가 번 돈으로  술을 마시면서 “더러운 돈”하며 폭언과 폭행을 했다. 참다못한 그녀는 몇 차례 집을 나와 지역에 있는 이주여성을 위한 쉼터로 피신하다 아이들 생각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곤 했다.

집을 나왔을 대는 밥도 못 먹고 초췌한 아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남편에게 전화를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남편은 “아이들이 아프다”, “안 들어오면 다 죽여 버린다.” 고 애원과 협박을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쉼터가 있는 곳을 알아 쉼터에 와서 떼를 쓰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남편의 폭력은 계속되었다. 쉼터에 와서도 못살게 구니 이번에는 ‘남편으로부터 멀리 멀리 떠나야한다.’하고 마음을 다부지게 먹었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두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왔다. 다행히 다니던 교회의 소개로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쉼터를 소개받아 들어갔다. 풍문에 들으니 남편은 전에 머물렀던 쉼터에 찾아와서 난동을 부리고, 식구들을 찾고 있다고 한다.

  쉼터에 와서 꿈같은 시간들이 갔다.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살피고, 아이들의 이빨 치료도 무료로 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마음에 응어리진 것들을 풀기도 했다. 한국어 공부도 하고, 교회에 가서 예배도 드리고, 아이들과 함께 신나는  행사에도 참석했고, 음악회도 가고 생각지도 못했던 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꿈같던 시간들이 즐겁지만 않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첩첩이 쌓여있다. 체류연장도 받아야 하고, 국적도 취득해야 하고, 이혼을 할 경우 양육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먹고 살기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해야 하고, 집도 구해야 하고…

  쉼터에서 먹고 사는 것은 해결되어도 용돈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문제였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을 몇 군데 방문했지만 쉼터의 주소와 사는 곳의 주소가 달라 서류상의 문제에 걸려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다행이 센터 대표인 목사님의 소개로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딱한 사정을 듣고 아이들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고 일을 나간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다닌 경험이 있어 적응을 잘한다고 한다.

  엄마는 일당 일을 소개 받기 위해 아침 7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잠자는 아이들을 두고 일을 나간다. 일이 늦어지면 보육시간이 끝난 후에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당분간 쉼터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리고 온다. 계속 일을 하게 되면 일하는 시간이 문제가 된다. 엄마가 마음 놓고 일을 하기위해서 보육조건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녀 같은 이주여성의 경우를 보면 보육시간의 연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건이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고, 심사규정이 완화되어 자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일도 하고 휴식도 하고 아이들과도 여유로운 시간을 함께 나누는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날이 언제일까?

  며칠 후면 그녀는 체류연장을 위해 먼 길을 가야 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낮에는 일을 하고 밤기차에 피곤한 몸을 싣는다. 곧 쓰러질 것 같은 작은 체구에,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굽이씩 산을 넘는 그이는 아이들이 큰 힘이라고 한다. 그이를 싣고 달리는 기차를 보면서 내 마음도 실어 보낸다. 체류연장도 되고 귀화도 이루어지고 양육권도 받고, 어느 정도 돈도 벌어 아이들과 함께 그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고향에 다녀올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