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댁, 태국댁 그리고 소크라테스 (1366 교육중 )
최형미
안산댁인 나는 베트남댁과 한담을 나누고있었다. 주제는 어떻게 뱃살을 뺄까. 좋은 관리소가 있다기에 함께 가자고 눈짓을 주고 받는데 태국댁이 옆으로 앉는다. ‘태국은 전쟁이 없어서 그런지 전통문화와 건축이 그대로 있어서 아름다워요’ 효도관광에 부모님 모시고 갔다온 태국을 기억하여 말을 건냈다. ‘전쟁은 있었어요. 그러나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민지 경험이 없는 나라예요’ 그녀의 눈빛이 빛이났다. 그러자 베트남댁이 질문을 했다. ‘그런데 왜 식민지도 않겪었는데 태국은 발전이 느린가요?’ 아차. 만약 이것이 국제회의 장소라면 이렇게 흘러가지 않겠지. 상대방의 자존심을 깍을수 있는 반격이다. 베트남댁의 악의 없는 순수한 호기심은 알지만… 그러나 내 우려와 달리 태국댁은 마음이 반듯하다. 베트남댁에게 열심히 설명하였다. 태국사람은 ‘easy going’ 이예요. 힘들면 ‘내일해요’ 하고 말하고 힘들게 살지 않아요.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2500년전의 그리스가 생각났다. 그리스는 당대에 최강대국이었다고 한다. 외부로 외부고 쳐들어가 물건을 뺏앗아와 나라를 부유하게하는 전쟁영웅이 가장 존경받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 외부로 향한 사람의 관심을 인간의 내면으로 향하도록 가르쳐 젊은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분이 있었다. 소크라테스다. 그는 죽음까지 피하지 않으며 진실을 보여주었다. 그 이후에 그리스는 전쟁보다는 인간의 정신에 더 관심이 있었고 인류에게 철학이라는 아름다운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 이후 그리스는 다시는 강대국으로 서지 않았다. 강대국, 부자나라가 아닌게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힘든일 내일하면 어떤가. 그런 여유있는 정서가운데 마음 반듯한 태국댁이 온 것이 아닌가.
2006년 10월 9일
하러웨이라는 미국의 여성학자는 제3세계 여성을 상징적으로 ‘사이보그’ 라고 언급하고 있다. 기계이며 동시에 인간인 사이보그인것이다.
제3세계 여성이란 특정 지역에 국한하기보다 여성이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처지에 놓여있는 여성을 상징적으로 일컷기도 하다. 간단히 하면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사회적인 고통(Multiple- jeopardy) 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을 일컷는다. 그들은 여성이며, 가난한 자며, 혹은 불구자며 , 혹은 이국인이다. 이 여러가지의 아이데티티가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유발한다. 예를 들어 성차별, 인종차별, 계층 차별, 불구자 차별 등등.
나는 지금 다중의 아이데티티를 갖고있는 사이보그인 그녀들과 함께 있다. 서구여성들이 이론대로라면 한없이 가엾은 그녀들. 인권의 사가지대에 놓인 그들. 그러나 내가 만난 그녀들은 풍요로왔다. 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간큰 그녀들은 용감했고 대담하고 동시에 다른 두 문화를 가슴에 함께 품는 유연함이 있었다. 언어를 만난다는것은 기술적인 것 이상이다. 캐어내지 않은 보석같은 친정나라의 지혜와 이야기를 한국어로 풀어놓았다. 그것은 분명히 소중한 정신적인 자산들이다.
아침에 그들을 만나는것을 생각하면 힘이난다. 한국을 처음 찾았을때의 두려움을 극복하며, 삶을 개척해온 그들의 에너지가 나를 설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