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캠프를 다녀오며 대학을 졸업하고 주위에 결혼을 하는 친구들이 늘면서 결혼은 항상 우리 대화의 주제가 되어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결혼하기 어려운 이유가 점점 눈이 높아져서 라던데 나도 내 친구들도 점점 결혼을 환상이 아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남들이 말하는 소위 조건이란 것을 따지게 되었다. 누구 남편은 연봉이 얼마라더라, 누구는 생긴 게 연예인이라더라, 학교가 명문대라더라 하는 조건이 부부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다 더 앞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센터에서 주최한 부부캠프 참가요청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황금 같은 주말에 말이다. 그렇다고 물론 내가 엄청 바빠서 누군가와 약속이 있거나 중요하게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주말에 다들 부부동반으로 가는 부부캠프에 참가하는 것은 썩 내키지 않았고 그래서 내심 갖은 핑계를 대며 빠져볼까 궁리도 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이 부부캠프를 통해 평생 가슴에 남을 감동적인 사건을 보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난 부부 한 쌍과 함께 같은 상에서 밥을 먹게 되었다. 식사를 시작하자마자 두 부부는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땐 그냥 단순히 배가 많이 고프셨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엄마 품에 안겨있던 아기가 잠을 깨서 울기 시작했고 남편은 바로 수저를 놓고 벌떡 일어나서 아이를 받으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밥을 덜 먹었다고 자기가 아이를 보겠다고 했다. 남편 역시 아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더 먹으라고 자기는 이미 배부르다고 완강한 자세로 버텼다. 한참을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남편이 아이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부부싸움 아닌 싸움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아내는 연신 맛있는 반찬을 남편 입에 넣어줬고 남편은 맛있는 반찬은 그냥 다 아내가 먹도록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 부부가 처음 밥을 먹을 때 서로 허겁지겁 먹었던 것도 자기가 얼른 먹고 아이를 보고 상대방이 조금 더 편하게 밥을 먹도록 서로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나름 고향이 지방인지라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 남편은 약간은 가부장적이면서 무뚝뚝한 분위기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부부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아껴주는 마음은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그동안 결혼의 조건에만 관심을 가졌던 내가 얼마나 세속에 찌든 것처럼 느껴졌는지… 결혼을 하려면 물론 조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도 필요하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결혼에 있어 사랑보다 더 조건을 중시하지는 않았는지. 누군가는 내가 아직 철이 없어 아직도 사랑타령을 한다고 하겠지만 난 이번 부부캠프의 감동으로 당분간 철없이 살아갈 것 같다.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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