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이주여성노동자의 외침

“엄마 돈 많이 벌어올게”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아이 시어머니에 맡기고
고향을 떠나던 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내리던 날
야무진 꿈을 꾸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한국에 오느라 진 빛 갚고
돈을 모아 고향에 돌아가야지.

한국에 와서 한 달 되었을 때
꿈이 멀어졌습니다.
매일 14시간 일했는데 한 달 받은 월급 40만원
연수생은 노동자가 아니라 그렇다네요.

어머니 아프니 돈 보내라는 전화 받던 날.
가진 돈 탈탈 털어 집에 부치고
잡히면 추방당할 걸 알면서 작업장을 이탈했습니다.
불법체류자가 되었는데,
이상하게 월급은 많아졌네요.

공장장이 몸을 더듬는다며 울먹이는 미얀마 아가씨,
한국어를 몰라 벤졸을 감기약인줄 알고 마신 방글라데시 아줌마,
장시간 힘들게 일해 아기가 유산되었다는 태국 친구,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눈물 흘리는 네팔친구,
사장이 월급을 몇 달 째 안준다며 걱정하는 자취집 친구,
허리를 다치고도 일을 해 디스크가 되고,
병원비가 없어 치료도 못하는 우즈베키스탄 아주머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일을 했습니다.

햇빛도 안 드는 지하방에 살며
아끼고 또 아껴 빚진 브로커 비용을 갚았습니다.
다달이 번 월급 중에 반은 고향에 부치고
반은 모아서 몫 돈을 마련해
고향에 돌아가면 장사를 해야지 계획했지만,
집수리한다, 아이 아프다, 시동생 장가간다 돈 보내라….
피땀 흘려 번 돈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리고
헛개비 같은 몸 위에 찬바람만 휘휘 몰아칩니다.

고용허가제가 시작되면서
불법체류자 단속에 일자리가 없네요.
사장님은 일 잘하는 나를 쓰고 싶다는데,
한국정부는 안된다네요.
불법체류자는 나가라네요.
차라리 고향에 가버릴까?
오랜 세월 떨어져 아이가 나를 기억할까?
남편은 나를 반길까? 염려되는데
고향에 돌아간 친구 말이 돌아와도 일할 곳 없으니,
차라리 힘들어도 여기서 버티라네요.
반가운 것도 두 달, 가지고 간 돈은 다 떨어지니
“밖에 나가 돈 벌어오라” 식구들 눈칫밥에
또다시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난다고요.
식구들 생계 때문에 일하고 돌아와도
정착 못한 채 또 떠나야 하는 끝없는 여성의 이주,
누가,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까요?

-사진집 꿈의 나라에서 중… 우리센터 대표 한국염님의 글입니다.
* wmigrant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5-03-17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