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적용, 폭넓게 실시되어야 한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지난 10월 14일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적용을 위한 입법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김춘진 의원을 비롯한 19명의 의원들이 한국인과 결혼하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적용을 골자로 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중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다. 김춘진 의원은 대표발의를 하면서 제안이유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중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하여 자녀를 양육하고 있거나 대한민국에 영구히 이주하여 체류하고 있는 화교와 같은 사람 등은 그 생활 기반을 전적으로 우리나라에 두고 있어 짭은 기간 체류하는 다른 외국인과 달리 우리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실질적인 구성원으로 보아야 할 것임“ 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김춘진의원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중 외국인에 대한 특례 조치를 신설할 것을 발의하였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47조 2항 ①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중 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하여 대한민국 국적의 미성년 자녀를 양유하고 있는 사람이 제5조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급권자가 된다.”는 것이며, 2항은 영주자격을 가진 사람, 거주 자격을 가진 사람,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에 한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제결혼이주여성에게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안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 보고서에서 “기초생활보장제가 국가부담을 특장으로 하고 있으므로 외국인에 대한 수급권부여문제는 현재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배우자와의 혼인추세와 이들의 복지 및 보건의료 수요 등에 대한 실태를 파악한 후 도입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문제는 이미 지난 6월에 보건복지부가 조사하여 발표한 <국제결혼 이주여성실태조사>에 의하면 국제결혼 가정의 절대빈곤율이 52.9%나 되는 실정에서, 또 끼니를 굶고 있는 가정이 잇는 현실에서 국제결혼 이주여성 소위 결혼이민자에 대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적용이 매우 절실하다는데 있다. 그동안 외국인 배우자가 포함되어 있는 가구의 경우 많은 가구들이 기초생활보장제가 적용되지 않아 최저생활조차 힘든 현실에서 더 이상 미룰 이유도, 여유도 없다.
우리 센터에서 만난 한 이주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의 현실을 직시해보자.
우리 센터의 한국어 교사가 사리라는 한 필리핀 여성에게 가정방문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쳤다. 사리는 임신 중이었는데, 한국어자원교사와 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임신 7개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임신 7개월 동안 한 번도 병원에 병원에를 가보지 못했다. 왜? 남편은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어 먹고 살기도 어려운 형편에 병원에 갈 엄두조차 못한 것이다. 한국어 교사가 센터에 이 사정을 알렸고, 센터에서 부랴부랴 그 여성을 병원에 데려갔다. 동사무소 사회복지사와 그 가정의 문제를 의논해서 놀고 있는 남편을 공공근로 일자리를 찾아주었지만, 부인의 아기출비를 대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역시 센터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협조를 얻어 출산비를 지원했다.
다른 한 가정의 경우는 아기가 귀가 아픈데 병원비가 없어 병원을 못가다가 결국 귀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병을 키운 경우도 있다. 때론 우유 값이 없어 허덕이는 경우를 접한 적도 있었다. 장애인을 남편으로 둔 한 이주여성은 하루 한 끼만을 먹는다고 했다. 가끔 지방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보더라도 이런 사례는 모든 이주여성 지원센터에서 가끔 겪는 일이다. 국제결혼 가정이 빈곤가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가난해서 생활이 불편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건강문제로 이어지며 삶의 질의 문제를 넘어 곧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국제결혼한 이주여성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유지를 위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적용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 발의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안은 그 적용대상이 너무 협소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적용을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사람“으로 한정해 놓은 것이 문제다. 자녀를 가진 국제결혼 가정의 환경이 더 열악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라도 이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이해를 하지만, 생활이 어려우면 자녀를 가진 어머니들의 삶이 더 고통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또 단계별 조치로 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초기부터 법적용을 협소하게 하는 문 것은 문제다.
자녀를 양육한다는 조건을 못 박아 놓은 것은 지나친 혈통 중심적이며,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을 가족과 어머니로서의 위치로만 함몰시켜 인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물론 47조 2항을 폭넓게 해석하면 영주권을 가지거나 거주 자격을 가진 국제결혼 이주여성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1항이 특별이 조건 지어 놓은 것을 보면 폭넓은 적용은 힘들 것 같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이라는 문을 열어 놓았으니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대통령령이라는 것이 오히려 문틈새를 작게 만들 소지도 있다. 우리 센터 일선에서 만나는 국제결혼한 이주여성들의 경우, 특별히 본인의 귀책사유 없이 결혼이 해소된 사람이나 그 과정에 있는 여성들의 경우 혼자 살고 있으면서 생존문제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아이가 없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적용을 받지 못한다면, 이런 여성들의 생존권은 누가, 어떻게 보장해주어야 하는가?
일단 결혼으로 한국에 유입된 이주여성들은 이주노동자와는 달이 영구히 한국에 살러 온 여성들이다. 결혼 사유가 해소된다 하더라도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혼한 여성들에게 배타적인 사회적 관습으로 인하여 돌아갈 수조차 없는 것이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의 현실이다. 따라서 아무리 각국 정부가 사회복지 권리를 자국민에게만 배타적으로 적용해 온 것이 관행이라고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유지’는 인간의 기본권임으로 자녀가 있든 없든 모든 결혼한 이주여성에게 열려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국적조항에 의해 수급을 배타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규정을 완화하고, 국제결혼으로 유입된 이주여성 모두가 최소한의 생활유지를 할 수 있도록 국민기초생활보장제를 폭넓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