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9일 오후 1시 40분, 부천에서 의처증을 가진 한국인 아버지가 둔기로 때려 자신의 두 자녀를 숨지게 하고 필리핀 아내를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중태에 빠져있는 필리핀 여성이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지는 5년, 그동안 남편 안씨는 계속 의처증 증세를 보였다고 하며 최근에는 증세가 더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데, 완치되지 못했다고 한다. 둘 사이에 딸을 두 명 두었는데 최근에 아내가 세재 딸을 임신했다고 하자 일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아버지가 휘두른 둔기에 두 살과 다섯 살 난 딸이 무참히 스러지고 말았다. 아마도 그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닐 거라는 의심이 들었던 때문인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난지 얼마되지도 않아 비명횡사한 어린 딸들은 바로 그다음날 집안 식구들이 화장을 해버렸다. 안타깝게도 병원에 누워있는 아기들의 엄마는 아이들이 죽은 사실조차 모르는데, 아기들은 이미 한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아기들이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 것을 알았을 때 그 엄마의 충격은 어떨 것이며, 므슨 즐거움이 있어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사건이 의처증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나 일회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많은 이주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현실의 한복판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보고에 의하면 10-14%가 신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벌거나 이혼한 이주여성의 경우는 신체적 폭력이 5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주 여성에 관심하는 여성단체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40% 이상이 남편에게 폭력당한 경험이 있는 바, 역시 50%가 신체적 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센터에서 상담한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들의 경우, 남편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폭행의 주된 이유가 가부장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의처증과 술을 마신 후에 주사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폭력의 형태도 물건을 내던지는 것에서부터 주먹으로 치고 아령으로 머리를 치거나 발길질을 하며 심지어 칼로 아내를 협박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행해지고 있다. 어떤 중국동포 여성은 밤에 남편이 목을 졸라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깨어나 보니 그 다음 날 아침이었던 적도 있었다. 때로는 부인 앞에서 방화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우즈베키스탄 아내의 경우는 남편이 술을 먹고 아내가 안고 있는 아이를 빼앗아 내던지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일 아기 어머니가 안간힘을 써서 말리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죽었을 것이라며 이주여성이 치를 떨었다. 한 여성의 경우는 남편이 얼굴을 구타하고 식탁 의자를 내던져 발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이 이토록 심한가? 한국인 남편들의 행태에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고 이외에도 자기 아내가 제삼세계의 가나한 나라에서 온 여성이라는 것, 자기 아내가 사랑이 아니라 돈을 목적으로 왔다는 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이주여성들이 가장 질색하는 말이 “너는 내가 돈 주고 사왔으니까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돈을 주고 데려 왔으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사고가 이주여성을 함부로 대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고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주민 아내에 대한 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인 남편들의 가부장적 사고와 인종차별적 행태를 바꾸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적이고 인종차별 없는 열린 세상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관계당국은 두 어린 생명이 죽고 그 어머니를 중태에 빠뜨린 이번 사건을 있을 수 있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치부하지 말고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의 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로 삼고 이주여성의 인권과 존엄성을 살리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물론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 여성들도 가정폭력을 당한다. 그런데 한국인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당하면 친정이나 쉼터 등 피할 곳이 있지만, 이주여성들의 경우는 집을 나오면 정보가 없어 갈 곳이 마땅치 않고  쉼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가정폭력을 당해도 쉽게 집을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고 폭력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실정을 볼모잡아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자행된다. 결과적으로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폭력을 행하는 남편의 개인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무관심이 빚어내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방관하는 사회의 행태가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고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가정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이 쉽게 접근해서 마음 터놓고 상담할 수 있는 시설과 보호처를 제공해주고, 폭력한 남편을 강력하게 처벌함은 물론, 이주여성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놓는 것이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는 길이다.  

아버지의 손에 비명횡사한 어린 넋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버지의 손에 죽은 자식들을 가슴에 묻어애 하는 이주여성의 한은 누가 풀어주려나?
코리안 드림을 안고 고향을 떠나 낮선 땅에 와서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쳤지만
무참히 짓밟힌 이주여성의 꿈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가?

병원에 입원해서 쓴 눈물을 삼키고 있을 우리 자매 필리핀 이주여성의 고통을 생각하니 아픔을 금할 길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