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3월 8일, 천안에 있는 한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천안. 아산지역 일부 농장과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한국인 업주나 동료들의 성노리개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가 발표한 “랑칸” 씨의 사례는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33세의 랑칸 씨는 태국여성으로 임신 7개월 의 만삭을 앞 둔 여성이었다. 랑칸씨는 1년 전에 천안시 성환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했다. 일하는 초창기부터 사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 성폭행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장은 성상납을 요구했다. 때로는 하혈을 하는데도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다 임신이 되었는데도 사업주는 계속 성폭행을 했고 임신 7개월로 배가 눈에 띠게 불러 오자 50만원을 주며 낙태하라고 강요했다.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한 랑칸 씨는 여러 차례 자살할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안 동료들은 미혼모 시설을 가든지 차라리 귀국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랑칸은 눈물을 흘리면서 원망에 가득 차 한국을 떠났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다. 작년 6월 또 다른 태국인 여성 3명은 한국인 사장과 동료들로부터 회식이나 근무 시난 중에도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한다. 직원들 회식을 가는 길에도 차를 타라고 해놓고는 자기 무릎에 앉히고 엉덩이와 가슴을 더듬었다고 한다.      
  
  작년 겨울 한 러시아 여성은 고용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는데도 보상이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못하고 울면서 러시아로 돌아갔다. 업주는 자신이 성폭행한 사실을 부인하는데 증거는 없고, 여권 만료 기일은 가까워 오고, 현행범으로 잡지 못하다 보니 조사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자 버린 몸이 되돌아오겠느냐고, 차라리 고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3월 9일자 내일신문 기사에 의하면 지난 3월 9일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9일 중국동포 강 모(여?21)씨를 살해한 뒤 성폭행한 혐의(강도 살인)로 황 모(42)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달 15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거주하는 강씨 집에 몰래 들어가 강씨를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갑자기 딸과 전화통화가 두절되자 중국에 있던 강씨 어머니가 한국 친척에게 연락했고, 친구 중국동포가 강씨 하숙집을 찾아가 사망사실을 알게 됐다. 홀로 살다보니 황씨의 시체는 4일 동안 방치됐다고 한다.
경찰조사결과 황씨는 지난해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됐다가 같은 해 7월 징역 1년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뒤 12월 중순에도 마포구 모 대학 앞 골목길에서 20대 여성을 강제로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는 상습범이었다.

  이에 앞서 부산해양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제주발 부산행 정기여객선 ㄱ호에서 혼자 자고 있던 대만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40대 노숙자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을 관광중이던 대만여성은 피해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 여객선 사무장에게 먼저 성폭행 사실을 알렸고 이후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외국인 여성에 대한 집단 성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지난달 7일 일본인 여학생을 잇따라 성폭행한 러시아 외국인 유학생 등 3명을 구속했다. 또 충남 아산경찰서는 지난 1월12일 고려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중국인 남성 3명을 구속했다.

심지어 성폭행 피해 외국인 유학생이 고민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건도 발생했다. 경북 ㄱ대학에 유학중이던 일본인 여학생 ㅇ씨는 2004년 6월 기숙사에서 중국인 남학생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ㅇ씨는 일본인 강사의 도움으로 2주후에야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씨는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자신이 직접 법적 처리과정을 밟아야 하고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시 다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2002년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가 조사한 ‘이주여성노동자 인권실태조사’에 의하면 사업장 내 성폭력 경험에 있어서는 12.1%가 있다고 대답하였다. 이중 30.4%가 신체 만지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였고, 55.6%가 한국인 직장상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였다. 성폭력은 55.0%가 퇴근시간 이후에, 56.3%가 작업장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2005년 남양주 이주노동자 여성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40%가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해서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성폭력 당한 이주여성노동자들의 38.9%는 성폭력 발생 후에 아무런 대처 없이 혼자서 참고 있었으며, 28.6%는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림으로 해고를 당했고, 성폭력 피해 이후 52.6%가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하였다.
성폭력에 대해서 66.7%는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70.6%는 성폭력 가해자가 법적으로 처벌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성폭력을 당해도 이주여성들은 저항할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주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해도 의사소통이 어렵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후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이중고통을 겪는다. 특히 미등록노동자일 경우 직장 상사가 신고한다고 위협을 해 쫒겨 나지 않기 위해서 폭력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설사 성폭력이 입증된다고 하더라도 사실 확인이 끝날 때까지만 체류할 수 있고 사건이 종결되면 귀국시키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니 이주여성들의 경우 한국에 돈을 벌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할 바에야 기왕 버린 몸 돈이라도 벌자! 하고 사건을 은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성폭력 특별법에 의하면 외국인여성도 성폭력 특별법의 혜택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추방으로 종결되는 법은 이주여성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성폭행으로부터 이주여성을 보호하기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종결지을 것이 아니라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일단 성폭력의 피해자임이 확인될 경우 가해자로부터의 법적인 배상과 함께 한국에서 최소한 고용허가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함으로 성폭력을 신고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일선의 이주여성을 만나보면 이들이 강간이나 강간에 준하는 성폭행을 당하는 것만 성폭력인 줄 알고 있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추행을 거부할 경우는 이런저런 이유로 어려움을 겪도록 만들기 때문에 대충 감수하고 넘어간다. 피해여성의 72.2%는 성폭력 피해자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담소나 피난처가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33.3%가 성폭력 예방교육을 통해 도움을 받고자 하였다. 이주여성 본인들에 대한 예방교육은 물론이고 이주여성을 고용하는 직장에는 ‘직장 내 성희롱방지법“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실시하여 이주여성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주여성을 위한 전용쉼터와 전용 상담소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는 성폭력 상담소가 여러 군데 있고 물론 이들 상담소를 이주여성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과 인식의 벽 때문에 이주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통역이 안 되는 어려움은 감수한다 하더라도 쉼터에서 한국여성들에게 차별을 당하기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나온다고 한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끼리의 자매애가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회에 인종편견이 사라지기까지는 이주여성을 위한 별도공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 우리사회는 최연희 국회의원의 성추행 사건으로 성폭력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최연희 의원이 말했던가? “술집 주인인지 알았다고!”. 술집 주인은 성추행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한국인도 아닌 이주여성들의 성폭력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너무 주제넘은 짓이라고 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성폭행 범죄가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주여성들이 잇따라 성폭력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굳이 세계인종차별철폐협약이나 여성차별철폐조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한국정부가 조인한 베이징 여성행동 강령에서 지시한 바와 같이,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학대를 막는데 이주여성 단체뿐만이 아니라 한국정부와 민간단체의 가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06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