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강제추방정책, 멈추어야 한다.
지난 4월 16일 인천 출입국관리 사무소 소속 단속반을 피하려던 인도네시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누르 푸아드씨가 단속을 피해 건물 3층에서 뛰어내리던 중 추락하여 사망했다. 단속반은 한밤중에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 공장의 기숙사에서 잠을 자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덮쳤다. 원래 단속반이 단속을 하기 위해서는 건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단속반은 건물주의 동의는커녕, 기숙사가 있는 건물의 정문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옆 공장으로 침입해 기숙사를 덮쳤다. 그 옆 공장도 물론 건물주의 동의가 없었다. 그 기숙사에는 이주노동자 7명이 자고 있었다. 잠옷 바람에 잡힌 푸아드씨가 안되었는지, 단속반이 옷을 갈아입으라고 수갑을 잠시 풀어주었다. 그 사이, 잡히면 강제 출국되고, 고향에 가면 일자리가 없는 형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그는 순간 3층으로 올라갔다. 잡히지 않으려고 2미터 정도 되는 옆 건물 베란다로 뛰어내리다 바닥으로 떨어졌고, 부천 순천향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했지만 그 다음날 새벽에 숨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 온 부인은 울 힘마저 상실한 채 넋을 놓았다. 밤중에 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이주노동자, 이 땅에서 불법체류자는 잠잘 자유마저 없는가?
강제단속 때문에 죽은 이주노동자는 비단 누루 푸아드시만은 아니다. 지난 2003년부터 2년동안 2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강제단속 과정에서 각목이나 쇠뭉치로 치거나 살충스프레이를 얼굴에 부리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폭행을 당하는 것을 비롯해서 이주노동자에게 불법체류자 친구 이름을 대도록 프락치 노릇도 시키고, 병원에 입원중인 환자를 압송해서 강제 출국시킨 경우도 있다. 잡힌 경우 출입국보호소에서 자살한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을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해야 하는가?, 불법체류자니 감수해야 하는 건가? 이렇게 폭압적인 과잉단속의 근본원인은 강력한 단속추방정책을 통해서 미등록이주노동자를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정책과, 단속 건수가 업무성적에 반영되는 건수 평가정책 때문이다. 업무평가를 잘 받고자 무리한 수를 써서라도 단속을 하게 되고, 그 결과 토끼사냥처럼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강제출국 희생자는 남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05년 10월에는 수원출입국 4층에서 조사받던 중국인 이주여성노동자가 4층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죽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음과도 비길 수 있는 성폭행을 당하고도 추방이 두려워 신고조차 못하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있다. 2002년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2%의 여성들이 성폭력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문제는 공장의 한국인 상사나 동료에게 성폭력을 당하고도 해고당할까 두려워 아무런 대처 없이 혼자서 참고 견디었다는 여성들이 38.9%정도나 되었고, 또 실제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림으로 해고를 당한 여성이 28.6%에 이르렀다. 설령 법정까지 간다고 해도 조사가 끝나면 출국하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기 때문에, 어차피 버린 몸, 출국 당하느니 차라리 성폭력을 감수하며 사는 것이 이주여성노동자들의 형편이다.
또한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도 강제출국과 무관하지 않다. 구타 등의 폭력으로 결혼해소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없을 경우에는 이혼시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성격이 안 맞거나 문화차이 등의 갈등으로 이혼하면 자진 출국 하지 않을 경우 역시 강제출국 대상이 되는 것이다. 현재 남편과 헤어져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꽤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작년 한해만도 한국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의 이혼이 2,444 건수가 되는데 이들 경우 체류권을 획득한 사람은 극히 적을 것이고 대부분 불법체류자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고, 읻르 역시 언제 붙잡혀 강제출국 당할지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강제출국 대상인 이주여성들은 매일 불안하게 삶을 영위할 밖에 없다.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말하겠지만, 돌아가도 일자리도 없어 먹고 살길이 막연하고, 국제 결혼한 경우 이혼을 수치로 아는 가부장적 풍토에서 돌아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사람들을 불법체류자라고 강제출국 시키는 것은 그 사람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일이다.
또 아이들의 경우는 어떤가? 유엔어린이협약에 의하면 어린이는 어떤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불법이면 아이들 역시 불법체류자다. 불법체류 단속을 할 경우 아이들을 미끼로 단속을 하는 경우도 있어 인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다행이 법무부에서 더 이상 어린이들을 볼모로 부모를 단속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세웠지만 얼마큼 잘 실시될지는 지켜봐야 할 이다. 많은 미등록 이주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면 불법체류자 신세에 아이를 기를 수 없어 빠르면 한 달에서 6개월 정도 기르다 이아를 모국으로 돌려보내 기르게 한다. 때로는 부모는 잡혀가고 아이들만 남는 경우도 발생해 아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기도 한다. 그래서 이주인권단체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난 아주노동자의 자녀들에게 영주권을 주고 그 부모에게 아이들이 자랄 동안 정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고, 다행이 정부에서는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여 취학 중에 있는 이주노동자의 자녀를 보호하고 그 부모들에게 아이가 자라기가지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고 한다.
차제에 미등록노동자들을 합법화하여 이 땅에서 당당하게 머물고 일할 기회를 주자. 기업주들도 이미 숙련된 기술자가 된 이주노동자들을 계속 확보하고 싶어 하는 추세다.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살인적인 강제단속을 중지하고 미등록노동자를 합법화하는, 열린 이주노동정책을 펴기 바란다.
2006년 5월 1일